공동체사회

'천편일률적' 장애판정제, 사회 변해도 바뀌지 않아

pulmaemi 2009. 3. 23. 09:30
의사의 의료적 판단 기준이 능사 아냐, 외국모델 분석필요 제기

 

[메디컬투데이 김록환 기자] 장애에도 '등급'이 있다. 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장애인 등급을 판정받아 최중증이나 중증 등의 등급으로 분류되고 각종 혜택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법상 장애인의 등급은 일본의 제도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1~6급으로 분류되나 이는 오로지 의학적 생물학적 판단에 의하여 나눠진다. 실제 장애 유형은 천차만별인데도 틀에 박힌 판정 기준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장애인 판정이 '의학적 모델'이기 때문에 장애판정은 의사의 의료적 기준으로만 판정돼 다원화된 사회에서 발생한 참여장애인이나 활동장애인 등은 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가 없어 사회서비스의 제공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01년 업무중 과실로 인해 새끼 손가락 한마디가 잘려나간 최모(41)씨의 경우 날씨가 조금만 추우면 손가락이 시려 사고 당시 생각조차 하지 않던 장애 등급 판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현행 판정기준에 맞지 않아 장애등급에 해당되지 못했다.

'절단장애' 항목에는 한 손의 셋째, 넷째, 다섯째 손가락 모두를 근위지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은 사람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모(21)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선천적으로 두 팔의 뼈가 잘못 붙어 한 쪽 손목이 안 돌아가고 손을 어깨에 닿게 하는 것이 불가능해 장애판정을 받으려고 한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장애판정을 받지 못했다.

큰 장애는 아니지만 불편한 것도 사실이고 근력약화도 동반되지만 지체기능장애등급 기준에 명시된 것이 없어 불편함을 평생 안고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판정을 못 받았다.

의료적 판단만으로 장애판정을 하기에는 이처럼 법 테두리 밖의 유형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장애인등록을 위한 판정을 장애인의 서비스 욕구에 따르는 판정으로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별교통수단 판정센터 ▲장애인수당 및 연금 판정센터 ▲장애인활동보조인 판정센터 ▲장애인교육 판정센터와 같은 별도의 판정기구를 두자는 의견이다.

한국 장애인연맹(DPI) 김대성 사무총장은 "현재 일괄적으로 의사의 의료적 판단만으로 장애인을 레벨링해 장애인카드를 발급하는 제도는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장애판정제도 개선안은 여전히 의사의 진단서를 중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학적 판단의 기준은 노동상실율로 환산해 전체 100 중 얼마나 손상되었는가를 판단하게 되는데 기준 자체가 의학적 모델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등록증이나 장애인복지카드에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복지카드가 아닌 별도의 사회보장번호가 사용되고 활동보조 서비스에 해당하는 'helping hands' 서비스도 사진이 없는 사회보장 카드로 대용된다.

우리나라는 모든 장애인을 등록대상으로 인정하고 있어 개인정보가 과다하게 노출돼 장애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익대학교 법대 김주환 교수는 "신용카드 제작 기술과 과학기술수준의 발전을 고려해 장애인등록증과 장애인복지카드를 장애인증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한 권리사항을 색상 및 약자로 표기하거나 전자칩에 내장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객관적 및 과학적 판정제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다양한 모델을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김록환 기자 (cihura@mdtoday.co.kr)

관련기사
  ▶ 장애인 '레벨링', 의사 의료 판단만으론 '불충분'
  ▶ ‘중증장애인생산품시설 109개소 지정’
  ▶ 척수장애인협회 "줄기세포 연구 재개 미룰 수 없어"
  ▶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기제' 도입
  ▶ 일교차 큰 환절기 '전립선 배뇨장애환자' 주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