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계 질환

화장실 잘 다녀왔지만 속옷이 더러워져 있다?

pulmaemi 2014. 3. 31. 08:56

변실금, 분만 경험 많은 여자일수록 이환율 높아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태어나자마자 변을 가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기저귀를 차거나 속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이다. 만일 배변을 하고 뒷처리를 잘 했지만 조금씩 새어 나오는 변이 있어 속옷이 더러워지는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변실금'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변실금이란 직장에 변이 내려와 있는데도 변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속옷에다 배변을 한다거나 변의를 느끼기는 하지만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급박하게 배변에 이르는 등의 상태들을 말한다.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사회로부터 심각한 고립을 초래할 수 있는 불편한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10~20%정도가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수치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빈도는 그 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대개 여자, 특히 분만 경험이 많은 여자일수록 이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세 지긋한 남성들도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건국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성무경 교수에 따르면 원인으로 대표적인 것은 항문 괄약근의 기능부전이다. 이런 이상은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괄약근이 자연스럽게 위축되어 생기기도 하지만 분만과정이나 항문수술 중에 괄약근이 직접적인 손상을 입어서 생길 수도 있다.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의 휴유증으로 말단 신경의 위축이 오거나 변비로 인해 배변 중에 내려 보내려는 힘을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주다 보면 골반의 바닥을 이루는 근육이 아래로 처지게 되면서 괄약근으로 가는 신경이 손상을 받게 돼 그렇게 되기도 한다.

괄약근 이상이 아니더라도 직장의 감각기능 혹은 저장기능의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직장 주위에 분포하는 신경에 손상이 있거나 직장염 등으로 직장의 기본용적에 변화가 생긴 것이 선행 배경이 된다.

성무경 교수는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은 증상을 잘 분석하고 필요에 따라 항문 괄약근의 손상여부를 보는 경항문 초음파검사, 항문압을 재어 항문 괄약근의 기능을 평가하는 항문내압 검사, 그리고 괄약근에 이르는 신경의 기능을 평가하는 신경전도 검사 등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 만으로도 뚜렷하게 호전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다면 어려워하지 말고 먼저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