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유시민 “국민들이 촛불 더 이상 안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pulmaemi 2009. 3. 20. 09:46

<경향> 인터뷰서 “나는 귀양살이 중...MB 당선은 일종의 사기”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자료사진). ⓒ 시민광장 
[데일리서프] 3월 초 ‘후불제 민주주의’를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의 상황을 국민들이 10년간 몰고 다닌 자동차를 이명박 정부가 빼앗아 갔다고 비유했다. ‘자동차’는 헌법으로도 명시돼 있는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유 전 장관은 19일 보도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은 이른바 민주화 세력이 집권하면서 민주주의라는 자동차의 할부금을 낼 필요가 없었다”며 “자동차 소유권이 국민들한테 이전된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 대통령이나 이 정권의 실세들은 헌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이 헌법적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 때는 이것을 위험하게 보고, 그래서 차를 빼앗아 갔다”며 “10년 동안 몰고 다녔는데 어느날 갑자기 빨간 딱지 붙이고 ‘내가 타라고 할 때만 타라, 내가 가라고 하는 길로만 가라’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고 작금의 상황을 분석했다.

유 전 장관은 “그러니까 ‘이건 내 차인데 정부가 왜 이래라저래라 하느냐’ 하면서 (국민들이) 길거리로 촛불을 들고 나온 것”이라면서 “그런데 나와 보니까 내 차가 아닌 것이다, 잡아가고 기소하고...”라며 “민주화 투쟁이 끝났느냐고 묻는다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책도 나왔지만 아직 ‘민주화 이후’가 아니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근혜, 아무 책임 없는 듯 좋은 얘기만 하는데...”

유 전 장관은 또 “MB 정부는 국민들의 소망이 만들어낸 정부”로 “지금도 MB 정부가 잘해주기를 기대하는 소망이 있다, 여론조사를 하면 경제 성장이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나오고..”라며 “그러나 내가 보기에 지난번 대통령 선거는 사기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7·4·7 공약은 다 어디로 갔나, 한반도 대운하도 내가 보기엔 할 수 없다”며 “사실 이 대통령이 실현하고 있는 공약은 박근혜씨 공약 ‘줄푸세’이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는 세우고”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씨는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가끔씩 나타나서 좋은 얘기만 하는데, 대통령은 이명박이지만 정책 운영 기조는 박근혜 공약이다”며 “이것이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 전 장관은 “좋게 말하면 소망, 중립적으로 말하면 욕망, 나쁘게 말하면 망상이 지배하고 있다”며 “이것이 이명박 정부로 하여금 막 가게 만드는 기본 동력이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에는 촛불을 들고 나왔다가 지금은 안 나오는 현재 국민의 상태를 “온라인에서만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촛불을 들고 나왔을 때는 기대가 있을 때였다”며 “그런데 이 정부가 처음엔 그럴 것처럼 보이다가 곧바로 반전시켜서 물리력으로 국민들과 전쟁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것이 헛된 기대였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국민들의 비판의식이나 욕구가 사라졌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며 “다만 어떤 방식으로 표출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에너지가 갈 데가 없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유 전 장관은 “이것이 계속 이런 식의 의사표시에 머물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며 “국민들이 어떤 형식의 의사표시를 하게 될까, 그건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나는 좀 불안하다, 이 침묵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폭발의 강도가 세질 것이기 때문에…”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죽지도 않아…2002년보다 더 절망감 느껴”

유 전 장관은 민주당에 대해선 “2002년에 느꼈던 절망감보다 더 심한 절망감을 느낀다”며 “죽지도 않는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후보 교체론 나올 때, 내가 민주당 정책위원회인가 초대를 받아서 세미나를 했다”며 “그때 강연 제목이 ‘민주당, 죽거나 혹은 바꾸거나’였다”라고 소개했다.

유 전 장관은 이어 “당시 민주당은 죽을 게 거의 확실했지만 지금 민주당은 죽지도 않는다, 보궐선거나 지방선거도 그런대로 할 것이고..”라며 “바꿀 수는 있느냐, 절대 안 바꾼다, 죽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바꾸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대안 정당 가능성에 대해선 “대를 위해서 소를 버리는 풍조가 섰을 때 가능한 것인데 그런 조짐을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 자기가 잘났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민주당 내 정파는 정파대로, 진보신당·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민노당대로 자기만 옳다”며 “고만고만하게 국민들의 마음에 안 드는 집단이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 전 장관은 “대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없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도 그럭저럭 살아간다는 뜻이다”며 “민주당은 지금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지금보다는 좋아질 것이다, 그러니 혁신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라고 전망했다.

“나는 귀양살이중...올해는 행복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정치 재개와 관련해선 유 전 장관은 “연극 끝났잖아요”라며 “새 연속극 시작했는데 지난번 연속극에 나오던 사람이 자꾸 텔레비전에 나오면 시청자가 짜증낸다”고 당분간 의사가 없음을 내보였다.

유 전 장관은 “우리는 객석 구석에 앉아서 조용히 다음팀 공연을 구경하는 게 도리인데, 지금 하도 엉망이라 이런 책도 내는 것이다”며 “고산 선생, 다산 선생도 귀양가면 책 쓰고 후진을 양성했기 때문에 나도 학생들 가르치고 책 쓰면서 조신하게 귀양살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유 전 장관은 “금년에는 사람들이 읽으면서 한쪽한쪽 넘길 때마다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며 “무엇을 쓰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 12일 경기 파주의 ‘돌베개’ 출판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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