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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오바마와 盧,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것은...”

pulmaemi 2009. 3. 23. 15:50

“2002년 대선, 두번 있기 힘든 사건...대구 출마는 마침표 찍은것”

 

[데일리서프] 최근 '후불제 민주주의'란 책을 낸 뒤 전과 달리 언론 인터뷰를 마다치 않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자 국민일보와도 인터뷰를 했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에 대해 '평지돌출형'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상적인 상황에서 수립된 정부가 아니다. 소셜 베이스가 있어서 나온 정권이 아니다. 두번 있기는 힘든 사건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는 노무현 정부까지도 6월항쟁의 산물이었다고 본다. DJ 5년으로 끝내기에는 그 동력이 남았었고,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것"이라면서 "거기에 노무현의 개성과 흡인력으로 이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킬만한 안정적 사회적 기반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것. 정당, 지역, 계급, 계층 등 어떤 기반도 튼튼하지 않았으며 다만 언더 미들 클라스의 고학력 30∼40대가 주요 지지층이었을 뿐이라는 게 유 전 장관의 설명이다.

유 전 장관은 또 오바마 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오바마를 만든 것은 (미국) 민주당 네트워크의 힘이고, 기존의 풀뿌리 민주주의 네트워크가 오바마를 수용한 것"이라고 해석 한뒤 "오바마는 워싱턴 가는 길도 모르던 사람이었고 노 전 대통령도 사실상 그와 비슷했지만,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네트워크는 일시적으로 결집된 것이고,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 민주당의 네트워크는 제도적인 것"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 정치에서는 오바마 같은 인물이 안 나온다. 한국 정치에서는 오바마가 나올 수 없다"면서 "(한국에서) 오바마 같은 인물이 발견된다고 해도 정당 상층부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여기서는 풀뿌리의 힘으로 올라온 정치인을 위험하게 본다"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지난 총선 대구 출마에 대해 "2002년 대선 공연에 대한 커튼콜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년이 흐르면서 공연의 환호는 사라지고 관객은 떠나고 야유가 난무했다. 그래도 다시 다듬어서 그런 멋진 공연을 했으면 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다"면서 "누군가는 그 무대에 나와서 커튼을 열고 '감사합니다'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게 저의 대구 출마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2002년 공연은 다시는 열릴 수 없는 공연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누군가는 마침표를 찍어야 되니까. 대구 총선은 이상주의적인 선거전이었어요. 무모한 선거였고, 열정적인 선거였으니까. 2002년 대선 이후 그런 선거는 처음이었을 것"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선거 결과는 66 대 33. 딱 한나라당의 절반을 얻었다. 왜 셋 중 하나는 나를 찍었을까? 감동적인 공연이 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라면서 "이상을 품고 신명을 지펴서 열정을 뿜어내는 이벤트 같은 선거. 그러나 그런 선거는 앞으로 한동안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대구에서 낙선하고 도망나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국회에 있으면 얼마나 괴로울까"라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유 전 장관은 정치재개와 관련해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자기 마음과 정치를 하라고 하는 국민의 요구, 이 두 가지가 있어야 공직을 맡는 것이고, 그 두가지가 절충이 돼서 정치를 한다"고 전제한 뒤 "죽어도 정치는 안 해, 이거 아니고, 만약 앞으로도 저라도 나서서 뭘 해야 된다면 참여하겠지만 그건 일반론으로 그렇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요한 건 지금 국민들이 원하질 않잖아요? 권력에 미친 놈이라면 그런 걸 따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국민의 마음을 살펴야 되잖느냐"면서 "국민들은 저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국민도 아니고 나도 권력에 큰 욕심이 없고, 그런 거죠"라고 현재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로 찾아온 국민일보 기자에게 "여기 나오면 어떤 날은 하루에 한두 마디만 할 때도 있어요. 혼자 밥 먹는 날도 많구요"라면서 "앞으로는 동네 조기축구회에도 나가려고 해요"라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출판단지내 한 출판사의 빈 방을 얻어 쓰고 있는데 대해서도 "개인 사무실 얻을 돈이 없어요. 제가 벌어놓은 돈이 없어요"라면서 "서른둘부터 마흔까지 독일에서 공부했고, 그 뒤로는 돌아와서 시사평론도 쓰고 토론 프로그램 사회자도 했지만 저축할 여력은 없었죠. 아마 지금 빚만 좀 있을 걸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유 전 장관은 "여의도는 전쟁터죠. 매일매일 전쟁을 하러 나가는 곳이고. 여기는 놀이터예요. 매일매일 하고 싶은 것을 하죠. 그만큼 차이가 커요"라면서 "사는 건 편안해요. 자유롭고. 정치는 소모가 많은 일인데 책은 쓰면 쓸수록 내면이 풍요로워지니까 좋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되고"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공직을 맡으면 나가서 일을 하는 거고 공직을 못 맡으면 한 사람의 시민,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 돌아와 사는 것"이라고 권력에서 물러난 소감을 밝힌 뒤 "다른 한 편으로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쓰는 거예요. 글 쓰는 것 말고 생계수단이 없어요. 강의도 좋은데 시간강사료 갖고 네 식구 살기 어려워요"라고 설명했다.

권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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