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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MB정부가 盧에게 진짜 고마와해야 할 것은...”

pulmaemi 2009. 3. 20. 09:22

“강력한 규제로 투기 진정시킨 일” 양도세 중과 폐지 맹비판

 

[데일리서프]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등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왔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번에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다주택보유 및 개인과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키로 한 정책에 대해 메스를 가했다.

이 교수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고작 몇년을 내다보지 못해서야'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동산 투기억제 장치를 속속 무력화해가는 정부의 행부가 거침이 없다. 마치 부동산 투기가 다시 살아나야 경제가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느낌이다"면서 "그 동안 해놓은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은 듯, 이번에는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라는 큼지막한 선물보따리를 내놓았다. 이런 때를 기다리고 집 사재기를 해둔 사람은 앞으로 얻을 이득을 계산하며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너무 얼어붙어 거품 붕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줄줄이 풀어 투기세력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결코 현명한 대응이 아니다"면서 "지금처럼 종부세가 거의 무력화된 상태에서 양도세의 방어선마저 허무는 것은 투기세력에 진지를 통째로 내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이 정부의 정책 중에는 유달리 근시안적인 성격을 갖는 것들이 많다.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한 것 같아 보인다"면서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몰라도, 부동산 가격이 또 다시 천정부지로 뛰어 올라 서민들의 목을 죄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날이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오고 말리라는 점만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정부가 참여정부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서 "그것은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강력한 규제를 통해 투기 바람을 진정시킨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주택가격 폭등의 장본인이 바로 참여정부 자신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투기 바람을 잠재운 것은 잘한 일이다. 만약 그때 비판 여론에 밀려 그런 규제들을 도입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의 우리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 주택시장 버블이 터지면서 우리 경제는 궤멸 직전의 위기에 빠졌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관측했다.

이 교수는 "5년 전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주택관련 규제를 모두 풀어버린 상태에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았다고 가정해 보자"면서 "투기 열풍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상태에서 금융위기를 맞았다면 위기의 심도는 지금과 비할 바가 아닐 것이 틀림없다. 거품이 터지면서 금융기관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우리 경제는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졌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보수언론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이 알려지자 보수언론은 '대못이 빠졌다'고 환호작약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무엇을 가로막는 대못이 빠졌기에 그렇게 반가워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집부자들에게 양도세를 무겁게 매겼기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었나 아니면 기술개발이 더뎌졌나? 노사관계가 나빠졌나 아니면 수출이 어렵게 되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을 가로막는 대못이었는지 내 무딘 머리로는 알 길이 없다. 오직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주택 투기로 떼돈 벌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고 있던 대못이었다는 것뿐"이라고 힐난했다.

이 교수는 또 "보수언론은 양도세 중과폐지가 가져올 문제점에 대해서는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 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더라는 식으로 마치 남의 일 얘기하는 듯한 태도다"고 비판한 뒤 "언론의 이런 왜곡 보도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이 조처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 정부의 조처가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와 같은 여론 조작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주택경기 살리는 것이 급하다고 투기를 조장하는 것은 졸렬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배고프다고 내년에 종자로 쓸 볍씨까지 모두 먹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몇 년 앞의 일도 내다보지 못한다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머지않아 후회하게 될 일을 왜 구태여 하려 드는지 답답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윤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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