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수십년 후에도 장애 시달리는 경우 있어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지난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사고로 신입생 환영회 중이던 부산외대 대학생 9명과 이벤트
회사 직원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대형사고 뒤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불안증세를 뜻한다.
주요 증상은 반복되는 악몽, 불면증,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 있고 환청 등 지각 이상에 빠질 수도 있다. 만성적일 경우 공격적 성향이나 충동적 행동, 우울증, 알코올의존을 보이거나 두통, 소화불량, 수전증을 보이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대부분 한 달 이내에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나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는 30%만 완전히 회복되며, 10%는 증세가 좋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다.
만약 가족 중 한 명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고 피해자의 상태를 살펴 증상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를 경험한 당사자뿐 아니라 주위 가족들은 사고에 대한 분노, 죄책감, 후회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감정들은 무의식중에 사고의 중요한 기억을 회피하게 함으로써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그냥 방관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증상이 파악되면 당사자가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잠을 편히 잘 수 있도록 해주고 당사자의 얘기를 공감하며 들어줘야 한다. 증세 호전이 한 달 이상 없다면 전문가에게 치료를 의뢰해야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개인의 성격에 따라 증상이 나타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매사 긍정적이고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보다는 생각과 걱정이 많고 성격이 예민한 이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보다 취약하다.
증상 역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양상을 띤다. 두통, 복통, 근육통과 같은 신체적인 변화가 있거나 우울증, 불안장애, 성격장애, 이인화 장애, 심하게는 정신분열증과 같은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재경험과 회피, 과각성이다.
재경험은 자신에게 충격을 준 상황이나 사고 장면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고 당시 받았던 충격이 다시금 전해지는 경우다. 자신이 겪었던 장면이 꿈에 나타나는 것도 일환이다. 반대로 있었던 일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사고에 대해 언급하는 자체를 꺼리거나 애써 피하는 것인데 이러한 경우를 ‘회피’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고 이후 신경이 극심하게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하게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도 잠을 깰 만큼 조그마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것이 바로 ‘과각성’이다.
치료는 불안, 우울 증세를 감소시키고 잠을 잘 자도록 돕는 약물치료와 공포 대상으로부터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하는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약물 치료를 통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사고에 대한 생각을 줄이고 숙면을 취하면 차차 불안감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차츰차츰 사고와 관련된 피하고 싶은 이미지에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막연한 불안감과 긴장을 극복하도록 한다. 이러한 노출의 단계는 전문가에 의해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며 성급한 노출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치료 초기에는 정신과치료에 대한 거부감, 사고와 관련된 죄책감,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 상실 등이 치료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으나 치료를 통해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된다. 치료의 시작에는 가족들의 격려와 권유가 매우 중요하다.
신체적인 부상이 심한 경우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신체적인 치료가 진행되면서 사고 후 1주 정도가 지나면서 불면과 불안이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고 직후 괜찮다고 하더라고 1~2주까지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사고 피해자들은 이제까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고 위기에서 나를 구해주고 도와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깊은 배신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삶은 언제 다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생활의 연속이며 사고가 나면 아무도 없는 곳에 무기력한 자신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이 경험하는 사고 발생 직후의 짧은 시간은 마치 수 시간처럼 느껴지고 사고 당시 주위 사람들의 망설임은 위기에 처한 자신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로 받아들여진다. 사고 피해자들이 짜증이 심하고 쉽게 화를 내는 이유는 이러한 심리적 상황에 기인한다. 가족들은 이러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꾸준한 지지와 대화를 통해 그런 마음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대형사고를 경험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업무상 위험한 경험을 자주 겪는 소방관 및 경찰관들에 대해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클리닉 이병철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고 직후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건 발생 수 십 년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기에 외상이 없더라도 우울·불안증세가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
이런 대형사고 뒤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불안증세를 뜻한다.
주요 증상은 반복되는 악몽, 불면증,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 있고 환청 등 지각 이상에 빠질 수도 있다. 만성적일 경우 공격적 성향이나 충동적 행동, 우울증, 알코올의존을 보이거나 두통, 소화불량, 수전증을 보이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대부분 한 달 이내에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나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는 30%만 완전히 회복되며, 10%는 증세가 좋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다.
▲이병철 교수(사진=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제공) |
만약 가족 중 한 명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고 피해자의 상태를 살펴 증상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를 경험한 당사자뿐 아니라 주위 가족들은 사고에 대한 분노, 죄책감, 후회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감정들은 무의식중에 사고의 중요한 기억을 회피하게 함으로써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그냥 방관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증상이 파악되면 당사자가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잠을 편히 잘 수 있도록 해주고 당사자의 얘기를 공감하며 들어줘야 한다. 증세 호전이 한 달 이상 없다면 전문가에게 치료를 의뢰해야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개인의 성격에 따라 증상이 나타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매사 긍정적이고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보다는 생각과 걱정이 많고 성격이 예민한 이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보다 취약하다.
증상 역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양상을 띤다. 두통, 복통, 근육통과 같은 신체적인 변화가 있거나 우울증, 불안장애, 성격장애, 이인화 장애, 심하게는 정신분열증과 같은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재경험과 회피, 과각성이다.
재경험은 자신에게 충격을 준 상황이나 사고 장면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고 당시 받았던 충격이 다시금 전해지는 경우다. 자신이 겪었던 장면이 꿈에 나타나는 것도 일환이다. 반대로 있었던 일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사고에 대해 언급하는 자체를 꺼리거나 애써 피하는 것인데 이러한 경우를 ‘회피’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고 이후 신경이 극심하게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하게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도 잠을 깰 만큼 조그마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것이 바로 ‘과각성’이다.
치료는 불안, 우울 증세를 감소시키고 잠을 잘 자도록 돕는 약물치료와 공포 대상으로부터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하는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약물 치료를 통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사고에 대한 생각을 줄이고 숙면을 취하면 차차 불안감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차츰차츰 사고와 관련된 피하고 싶은 이미지에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막연한 불안감과 긴장을 극복하도록 한다. 이러한 노출의 단계는 전문가에 의해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며 성급한 노출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치료 초기에는 정신과치료에 대한 거부감, 사고와 관련된 죄책감,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 상실 등이 치료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으나 치료를 통해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된다. 치료의 시작에는 가족들의 격려와 권유가 매우 중요하다.
신체적인 부상이 심한 경우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신체적인 치료가 진행되면서 사고 후 1주 정도가 지나면서 불면과 불안이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고 직후 괜찮다고 하더라고 1~2주까지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사고 피해자들은 이제까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고 위기에서 나를 구해주고 도와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깊은 배신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삶은 언제 다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생활의 연속이며 사고가 나면 아무도 없는 곳에 무기력한 자신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이 경험하는 사고 발생 직후의 짧은 시간은 마치 수 시간처럼 느껴지고 사고 당시 주위 사람들의 망설임은 위기에 처한 자신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로 받아들여진다. 사고 피해자들이 짜증이 심하고 쉽게 화를 내는 이유는 이러한 심리적 상황에 기인한다. 가족들은 이러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꾸준한 지지와 대화를 통해 그런 마음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대형사고를 경험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업무상 위험한 경험을 자주 겪는 소방관 및 경찰관들에 대해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클리닉 이병철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고 직후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건 발생 수 십 년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기에 외상이 없더라도 우울·불안증세가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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