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피해자가 해고?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장치없는 한국

pulmaemi 2014. 1. 13. 12:16

가정폭력 피해자 위한 적극적 보호대책 마련돼야

 

[메디컬투데이 신은진 기자]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보호받는다.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가정폭력의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신체적·정신적인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지만 마땅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어 되려 피해자들이 해고, 직장 내 보직 변경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모 방송국 아나운서가 가정폭력 사건으로 인해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는 의견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무산됐다. 제대로 된 보호장치가 없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 ‘피해자가 해고’ 법은 무용지물, 대책마련도 미적지근

쉼터와 사회복지관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해고, 직장 내 보직 또는 담당업무 변경등의 불이익을 당했다는 사례는 상당하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잘못이 있는 사람,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대우하며 퇴사를 권유받았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했다.

특히 여성 피해자들의 경우 해고나 직장 내 보직,담당업무 변경 등 고용 상 부당한 처분을 가하거나 사회적인 비난 등이 더해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용 상 보호장치는 마땅한것이 없어 피해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

현행법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는 누구든지 피해자에게 해고 등과 같은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사항을 위반하더라도 처벌조항이 없어 해당법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과 고용상불이익 금지 등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상세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은 피해자에 대해 고용상불이익을 줄 경우 해당 기업에 형사처벌 등을 내린다. 이 외에도 피해자에게 한달간 휴가, 실업급여 지원, 직업유지 불가시 직업훈련교육 지원, 가해자로부터 완전한 분리 생활 등의 지원을 제공한다.

가정폭력 피해 이후 갈 곳은 전국 몇 개소에 불과한 쉼터뿐이고, 부당해고를 해도 기업에는 전혀 처벌이 없기에 해고를 당해도 도움 요청할 곳이 없는 국내 피해자들과 크게 대조된다.

함진규 의원은 “현행법은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며 “뿐만 아니라 같은 유형의 법인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이익을 준 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위한 법적 장치는 ‘필수’
최근 함진규 의원은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함 의원은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생활에서의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고용상 해고나 불이익을 준 자는 형사처벌 하는 등 그동안 직장 안에서 유무형의 불이익을 받아 왔던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용 상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고용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31일 국회에 상정되지도 못해 계류상태에 놓여있다.

함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도 예산 집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며 “법적 근거가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신은진 기자(ejsh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