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환자 늘다보니 상업적 목적도 덩달아 '증가'
[메디컬투데이 김지효 기자] 최근 아토피 관련 화장품 및 상품이 봇물 쏟듯이 늘어나고 있지만 효과는 입증되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주부 김영란(42)씨는 몇 년째 아이에게 아토피화장품을 발라줬는데도 늘 제자리 걸음이라고 하소연한다. 아토피 치료제 화장품이라 가격 또한 고가인데 효과까지 없으니 이젠 화가 난다고 한다.
실제로 주요 화장품 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아토피 전문 화장품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에 대한 치료제 여부도 불분명한 것이 현실이다.
한편 이러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토피 관련 화장품 시장은 기하 급수적으로 확대돼 연평균 15%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게다가 2010년에는 1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 환경적 변화 등으로 아토피피부염 환자 급증
이러한 시장 확대에는 사실상 아토피 발생율의 증가가 한몫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2005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이 2001년 12명에서 2005년 91.4명으로 나타나 4년 만에 7.6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목할만한 사실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9세 이하가 53.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02~2007 환경성 질환 진료환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시도교육청에서 조사한 아토피 질환 학생 통계에서 초·중·고교생 762만1000명의 5.7%인 43만 명의 학생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전 인구의 약 10~20%가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환경적 변화 등 의식주의 변화에 따른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률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 보령메디앙스 등 아토피 전용 화장품 봇물 쏟아
아토피 환자의 증가는 아토피 전문 화장품, 친환경 청소제품, 새집증후군 방지 제품, 유기농 의류 등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태평양제약은 아토피 전문화장품 ‘에스투라 아토베리어’를 공동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씨에이팜의 ‘아토프라젠트라' 대웅제약의 '이지듀아토’, 녹십자의 '아토후레쉬’등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보령메디앙스의 경우 ‘닥터아토마일드’라는 아토피 전용 화장품을 선보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의 아토피 전문 쇼핑몰인 아토피샵은 하루 평균 방문자수 3000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아토피샵에서는 자체 개발한 보습제와 비누, 로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토피 화장품의 경우 2005년 6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이 연평균 15%가량 성장해 2010년에는 1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령메디앙스의 이희준 차장은 “국내업체들이 아토피 제품 시장에 속속히 뛰어들면서 지난 2000년 100억원대 시장을 형성했던 국내 아토피 화장품 시장 규모는 현재 4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며 “아토피 질환 관련 시장 규모만 현재 5000억 원대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또 "이제는 단순히 아토피 치료 제품에서 더 나아가 아토피 예방 기능을 상품에 접목시키는 노력까지도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아토피 화장품 과학적 입증 NO!
한편 이러한 아토피 제품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 효과와 사용에 있어서 의약품과 혼란을 야기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부 많은 화장품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능이 추가 혹은 개선된 아토피 화장품이 출시됐으며 의학적 유효성을 증명하는 실험도 여러 차례 진행된바 있지만 입증 된 바는 아직 없다.
작년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태평약제약과 함께 아토피 전문 화장품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주관 하에 아토피 중간증상에서 경중을 나타내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수행해 아토피 개선 효과를 증명한 바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처에서는 아토피 화장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아토피 화장품은 존재하지 않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의약품인지 화장품인지 규정이 전 세계적으로 애매모호한 상황이고 "아토피 화장품이 피부질환의 개선 치료가 아니라 피부미용을 위해 사용가능한지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또 아토피 화장품은 없고 병·의원용 화장품도 존재하지 않으며 화장품명에 '아토'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과 개선된다는 표현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도 "화장품은 유통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자칫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드름, 아토피 등 피부 질환을 낫게 해주는 화장품은 없고 단지 피부 질환 완화를 위한 보습과 진정 효과 등을 강화한 것"이라며 "이러한 표현들은 제품 판매를 위한 컨셉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아토피 화장품의 홍수 속에서 일반 소지자들은 많은 아토피 화장품이 아토피 약품과 혼란 발생이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서울의료원 아토피환경건강연구소 권호장 교수는 “시중에 아토피 관련 화장품 및 치료제가 많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모두 상업적인 목적이다”며 “아토피는 보습제를 잘 발라주고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 받아 발라주면 완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지효 기자 (bunnygirl@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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