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건강칼럼] 어젯밤 잘 주무셨습니까?

pulmaemi 2013. 9. 30. 10:44

강승걸 교수 /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기자]

잠이란 참 행복한 시간이다. 하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근심과 할일들은 내일로 남겨둔 채 우리는 잠을 청한다. 잠은 일상의 피로와 긴장,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건강과 면역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필수적인 시간이다.

하지만 일생의 1/3을 차지하는 이 길고 중요한 시간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성불면증환자들은 밤만 되면 두렵고 하룻밤이라도 달게 자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불면증은 왜 만성화되는 것일까? 큰돈을 손해 봐서 불면이 시작됐다고 가정해보자. 처음 며칠은 이 일이 분하고 경제적인 손실이 아까워서 잠을 못 잔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돈을 받은 다음에도 불면증은 지속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즉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가장 흔한 요인은 불면증을 보상하기 위한 잘못된 행동들이다. 특히 못 잔 잠을 보상하기 위해 잠자리에 더 누워있는 행동은 불면증을 악화시킨다. 더 자겠다는 생각으로 못 자면서도 침대에 오래 누워 있게 되면서 괴로운 시간을 침대에서 장시간 보내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불면증과 침대가 서로 짝을 짓는 것이다.

이후에는 침대에 또는 침실에만 들어가도 저절로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각성이 유발된다. 이것을 우리는 침대와 불면증의 조건화라고 부른다.

그럼 잠을 자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실제 불면증환자들은 자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한다. 초저녁부터 누워서 잠을 청하기, 잠이 안 오는 데도 자려고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고 침대에 누워있기, 잠이 안 오면 나와서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시기, 주말에는 못 잔 잠을 보충하기 위해서 낮잠 청하기 등.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결국 불면증을 더 악화시킨다.

잠은 나의 의지가 아닌 뇌가 조절하는 과정이다. 뇌 속에 위치한 잠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낮과 밤을 인식하고 수면과 각성을 조절한다. 따라서 불면증 환자의 시간이 안 맞는 생체시계를 다시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수면에 좋은 습관과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단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습관화된 만성불면증인지 다른 정신질환에 이차적으로 오는 불면증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불면증을 유발하는 흔한 정신질환으로는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의존 등이 있고 이 경우에는 불면증의 치료를 위해서 원인이 되는 정신질환의 치료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특정한 수면장애에 의한 불면증이나 난치성 만성불면증의 경우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원인 질환이 없는 만성적 습관화된 불면증이라면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은 못 잔 다음에도 잠을 보충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기상시각과 취침시각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잠이란 리듬이다.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고 깨어나는 일을 반복할 때에 일정한 수면의 리듬이 형성돼 잘 시간이 되면 저절로 잠이 온다.

먼저 본인의 생활스케줄에 따라 기상시각을 정하고 이후 취침시각을 정하는데 주의해야 할 것은 실제로 잘 수 있는 시간보다 더 길게 정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5시간밖에 못 자는 불면증 환자라면 5시간30분 정도만 침대에 누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환자가 출근을 위해서 6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밤12시30분 이후에 잠자리에 누워야 한다.

아울러 잠을 자지 못할 때는 자려고 침대에서 버티지 말고 잠자리에서 나와야 한다. 대략 15분 정도 잠이 오지 않거나 잠이 깨어서 말똥말똥해지면 잠자리에서 나와야 한다. 그것이 불면과 침대를 짝짓는 조건화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은 처음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는 수면시간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고통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2~3주간의 노력과 고통으로 불면증으로 지샐 무수한 밤들을 막을 수 있다면 해 볼만 한 일일 것이다.

사실 이 과정을 혼자 수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포기하게 되는 일이 잦다. 따라서 불면증의 치료를 체계적이고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수면전문가와 상의해 불면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것이 좋으며 70%정도의 환자들은 성공적으로 치료된다.

요즘은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면제들이 개발돼 약물치료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수면제는 단기치료로 사용돼야 바람직하다. 내성과 습관성이 없는 수면제도 개발됐지만 근본적으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를 매일 먹다 보면 습관화가 돼 불면증이 치료되지 않는다.

수면은 우리 신체와 정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건강을 좌우한다. 현대사회에서 수면부족과 불면증이 몹시 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일정한 수면시각을 지키는 것이 좋으며 오래 눕지 않아야 한다. 불면이 지속되는 경우 정확한 원인파악과 치료를 위해서 수면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한다.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기자(editor@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