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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근로자의 우울증, 법원 "회사 측 책임"

pulmaemi 2013. 7. 2. 13:28

"회사, 일방적인 사과 지시로 인한 무력감, 모멸감 줘…배려의무 위반"

 

[메디컬투데이 심은진 기자]

고객을 대상으로 일하는 '감정노동' 근로자의 우울증 발생에 대해 회사가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8단독(이예슬 판사)은 S이통사의 고객센터에서 방문고객 상담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조씨(32)가 "고객상대 직업상 우울증이 생겼고 이로 인해 재취업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회사 측을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씨는 지난 2007년부터 S이통사의 고객센터에서 방문 고객 상담 업무를 하던 중 지난해 3월 휴대전화 분실로 임대전화기 개통에 관한 상담을 하러 온 김씨에게 "기존 번호와 동일한 번호로 임대전화기를 개통할 경우 기존의 분실된 휴대전화로 수신이 되지 않는다" 는 등 문제점을 설명해주고, 김씨의 동의하에 임대전화를 개통했다.

그런데 상담 당일 오후 김씨의 동생이 "기존의 분실된 휴대전화로 신호가 가지 않는다는 설명을 받지 못한 채 임대전화를 개통해 분실된 휴대전화를 찾을 수 없게 됐다"는 1차 고객불만을 접수했다.

이에 조씨는 임대전화기 개통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함을 해명했으나, 지점장으로부터 해당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의 동생은 똑같은 내용으로 2차 불만접수를 했고, 조씨는 해당사항에 설명하면서 방문당사자인 김씨와의 전화를 요구했으나, 김씨의 동생은 조씨에게 폭언과 고성이 담긴 전화통화를 통해 거칠게 항의했고 사이버 상담실을 통해 불만을 표시했다.

사측은 조씨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며 정중히 사과하게 했다. 조씨는 억울함을 느껴 '서비스직일지라도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인격은 지켜줘야 함이 당연'이라는 건의사항을 작성한 사직서를 제출했고, 퇴사 후 수면제 과다 복용 등 자살을 시도했다.

재판부는 "고객에게 임대전화를 개통할 경우 기존 휴대전화로 수신이 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고지했고, 원고의 업무처리능력이 탁월한 편인데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고객에게 사과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에 상당한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회사측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에 대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근로자 개인에게 책임 전가 등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를 위반했다"며 "피고 회사는 원고의 우울증을 발병 내지 악화시킨 데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부당함을 느꼈다면 끝까지 항의하거나 본사에 정식 이의제기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 노력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한 잘못이 있고, 원고의 우울증 발병에는 이러한 잘못도 중대한 원인"이라며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심은진 기자(truetalker9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