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비정규직’ 속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건강, 이대로 괜찮은가?

pulmaemi 2012. 12. 11. 09:51

일부 업종 절만이 하도급 노동자… 건강 지킬 방법은 사실상 ‘전무’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

비정규직에 속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의 절반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일을 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은 추락·협착·질식 등의 위험이 따르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해 수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아 늘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 조선업종은 절반이 사내하청 노동자

지난 2010년 1월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당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에게 제출한 ‘사내하도급 현황’에 따르면 2008년 고용보험에 등록된 300명 이상 사업장 963곳을 조사한 결과 노동자 168만5995명 가운데 21.9%에 해당되는 36만8590명이 사내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종별로는 사무·판매·서비스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12만268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조선업 7만9160명 ▲철강 2만8912명 ▲전기·전자 2만7124명 ▲자동차 1만9541명 순이었다. 원청 대비 하청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조선으로 절반이 넘는 55%에 달했으며 이어 ▲철강 41.5% ▲화학 20% ▲기계·금속 15.2% 순이었다.

또한 지난 2011년 11월에 고용부가 자동차, 조선, 철강 업종에서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다소 활용하고 있는 사업장 29개소를 선정해 조사한 ‘사내하도급 실태점검 결과’에서는 29개 대형사업장에 787개 하도급 업체 노동자 7만9298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원청 노동자 19만7969명의 40.1%에 달하는 수준이다.

◇ 중대 재해 10건 중 8건은 사내하청에서 발생

이처럼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절반에 달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한 실정이다. 원청 사업주가 원청 노동자의 저항을 줄이고 위험에 따른 비용을 절약할 목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공정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조선업에서 발생한 사고성 중대재해 76건 중 사내하청에서 발생한 것은 62건으로 전체의 81.5%나 된다.

또한 원청 대비 사내하청의 중대재해 발생률도 4.42배나 되며 같은 기간 국내 7대 조선소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31건 중 87%인 27건이 사내하청에서 발생했다. 7대 조선소의 경우 원청 대비 사내하청의 중대재해 발생률이 무려 6.75배에 달하며 이는 원청 노동자에 비해 사내하청 노동자 수가 많은 국내 조선업의 현실을 감안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 하도급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은 ‘있으나 마나’

이에 정부는 지난 2011년 7월 사내 하도급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가이드라인 내용 대부분은 ‘노력한다’로 돼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강제할 수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내 하도급 노동자가 산업재해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된 산업안전보건법 29조 2항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는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현장의 현실과 노동자들의 고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가이드라인은 하나마나 한 잔소리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위장도급에 불과한 사내하청을 폐기시키고 동일노동 동일가치, 동일사업장 동일고용을 위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본적인 사내하청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파견, 사내하청 제도를 없애고 정규직화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노동건강연대 이태경 정책위원은 “위험 전가의 유혹을 뿌리 채 뽑아 버리는 것이 정답이 될 것”이라며 “모든 문제는 발생한 원인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이나 작업장 안전조치 강화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lgnumber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