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소리 없이 진행되는 뇌혈관질환, 뇌졸중의 공포 *

pulmaemi 2012. 11. 30. 11:10

이준홍 교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기자]

날씨가 추워지면서 뇌졸중(중풍) 위험도 커진다. 뇌졸중은 뇌혈관질환 중 가장 많으며 우리나라는 매년 10만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해 이 중 20~30%가 사망한다. 또 생존자 대부분이 치매나 반신불수 등 후유증으로 고생한다.

최근에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층인 40, 50대 환자가 크게 늘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뇌졸중은 기온 변화가 큰 환절기에 주로 발생한다.

뇌졸중이란 뇌의 일부분에 혈액을 공급하고 있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짐으로써 그 부분의 뇌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을 말한다. 뇌졸중은 뇌혈관 질환과 같은 말이며 우리나라에선 흔히 '중풍'이란 말로도 불린다.

뇌졸중은 크게 혈관이 막혀서 피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뇌경색과 반대로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치료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CT(전산화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해서 뇌경색인지 뇌출혈인지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뇌졸중은 주로 50,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인체를 해부해보면 동맥경화는 이미 30, 40대에 발견되기 시작한다. 즉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이것은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우리 몸속에서 조용히 진행된 잘못된 변화의 마지막 징후인 것이다.

한국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뇌졸중의 위험인자는 고혈압이다. 지속적인 고혈압은 혈관벽에 손상을 가져와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며 동시에 뇌출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은 짠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에, 고혈압이 특히 더 문제가 된다.

또한 심방세동, 심장판막증 등의 심장 질환도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기기 쉬우며 이것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역시 여러 혈관에 손상을 주어 뇌졸중을 일으키는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또한 고지혈증, 혈중혈색소의 증가, 비만, 피임약의 복용, 흡연, 과음 등도 뇌졸중의 위험인자가 된다. 위험인자를 여러 가지 갖고 있는 경우 뇌졸중의 위험성은 훨씬 증가하게 된다.

뇌졸중에는 여러 증세들이 있지만, 다음의 몇 가지 징후들은 특히 유념해야 한다. 첫째, 갑작스럽게 한쪽 얼굴, 팔, 다리 등에 힘이 빠지거나 저린 느낌이 온다. 둘째, 갑자기 한쪽 눈의 시력이 나빠지고 침침해진다. 혹은 시야의 한쪽 부분이 잘 안 보인다. 셋째, 평소 두통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두통이 생기거나, 평소와 다른 양상의 두통이 발생한다. 넷째, 갑자기 어지럽거나 한쪽으로 몸이 쏠린다. 다섯째,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위의 증상이 있다고 모두 뇌졸중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위의 증상들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뇌졸중의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일과성 허혈발작, 즉 위에서 기술한 증상들이 갑자기 생기더라도 24시간 내에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뜻하는데 대개 이런 증상이 몇 번 반복되다가 뇌경색으로 진행된다. 일과성 허혈증상은 뇌경색의 경고신호라고 할 수 있으므로 뇌졸중이 의심되면 신경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경과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뇌경색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병 후 치료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이다. 뇌혈관이 막혔더라도 3시간 이내라면 혈전용해제로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여 뇌혈류를 재개시켜야 한다. 또한 3시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다른 약물을 사용해 뇌경색이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동맥 경화 상태의 혈관벽에서 생기는 혈전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소판제제를 투여하거나 심장 질환에 의한 뇌전색증, 점점 진행하는 뇌허혈 증상, 일과성 뇌허혈이 빈발하는 경우 등에는 항응고제를 사용하여 피의 응고를 저지 시킨다. 내경 동맥이 심하게 좁아진 경우 뇌졸중의 재발 방지를 위해 수술치료 또는 풍선확장술 및 스텐트를 이용한 혈관내 치료 등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뇌출혈의 대부분은 고혈압에 의한 뇌실질내 뇌출혈이다. 이 경우 혈압 조절, 뇌압 조절 등의 응급치료가 중요하며 때로는 고인 피를 뽑아내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지주막하 출혈의 경우 원인은 대개 큰동맥에 생긴 주머니 모양의 동맥류가 터지기 때문인데 이 동맥류를 없애야 재출혈의 위험이 없으므로 혈관조영술로 위치를 확인한 후 수술 또는 동맥류내 색전술 등의 치료를 하게 된다.

뇌졸중, 즉 중풍은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고 일단 뇌졸중으로 쓰러지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지들에게까지도 말할 수 없는 불편과 고통을 안겨주는 무서운 병이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식생활과 생활습관 등에 주의하여 예방에 힘 쓰는 것이 최선이며 만에 하나 발병하더라도 뇌졸중 초기에 적절히 대처하고 회복 후에는 재활을 위해 효과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의 심한 정도에 따라 예후는 다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약 80% 정도는 혼자서 옷을 입고 용변을 보는 등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환자 자신의 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용기, 가족의 끊임없는 격려 및 협조가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질환이 바로 뇌졸중인 것이다.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기자(editor@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