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2년간 뭐했나'… 세탁소 발암물질 여전

pulmaemi 2009. 3. 2. 07:37
회수건조기 설치 세탁업소 25%에 불과… 영세업소 지원대책 절실

[메디컬투데이 노남철 기자] 세탁용제에 포함된 발암물질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2008년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민주당)이 복지부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만3000여개 세탁업소 중 유해물질을 줄여주는 회수건조기를 설치한 업소가 25%인 8200여개 업소에 불과해 정부의 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판명됐다.

정부는 2005년 11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석유계 세탁용제를 사용하는 모든 세탁업소가 회수건조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회수건조기는 세탁시 사용된 세탁용제를 증발시켜 재활용하는 장비로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을 줄여 벤젠 등 발암물질의 노출을 감소시킨다.

즉 회수건조기를 설치하지 않은 세탁업소에서 세탁한 의류는 유해물질이 다량으로 묻어 의류를 입은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광주에 사는 이모(29)씨는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받을 때마다 기름냄새가 나서 불안했는데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다니 충격"이라며 "게으른 정부가 국민을 죽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주영수 교수는 "만약 벤젠 등의 발암물질에 접촉하게 되면 간과 신경계통에 장애가 오고 백혈병 등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의류에서 기름냄새가 난다면 세탁용제를 완전히 증발시킨 후 입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회수건조기 설치가 어렵나

문제는 영세한 세탁소의 경우 업주가 비싼 회수건조기를 설치하는데 금전적인 부담이 커 설치를 꺼리는데 있다.

회수건조기를 설치하면 사용한 세탁용제의 약 80%를 재활용 할 수 있어 유류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되지만 설치 시 가격이 400만원대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하루매출이 5만원에 지나지 않는 영세한 세탁업소들은 경제적인 장점에도 비싼 초기 설치비로 인해 회수건조기의 설치를 외면해 복지부 등 관련 정부기관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사실상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는 복지부조차 손을 놓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건주 복지부 구강·생활위생과 주무관은 "2007년 11월 중소기업청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에 저금리로 5천만원까지 자금을 빌려주는 '소상공인창업 및 경영개선자금지원 안내'를 실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공문을 발송하는 수준에 그쳐 지원책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세탁업소들이 많았다.

이성봉 세탁업 중앙회 교육부장은 이에 대해 "공문으로 보낸 안내를 지원책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관심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복지부, 단속 의지도 없어

복지부가 회수건조기를 설치하지 않은 세탁업소들의 단속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2006년 규정이 시행된 이후 2008년까지 내려진 행정처분은 지난해 경기도 안양시에서 과태료를 부과한 총 8건에 불과해 정부가 세탁소를 환경 무법지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단속을 맡았던 안양시 만안구청 관계자는 "단속을 당한 세탁업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반발이 컸다"며 "업자들이 '우리 지역만 차별한다'고 해 일을 제대로 하고도 무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회수건조기를 설치하지 않은 세탁소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은 지자체와 이를 관리하는 복지부에게 잘못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민주당)은 "국민건강에 관련된 문제인 만큼 세탁업소들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문제를 방치해 온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며 "복지부가 정부부처와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세탁업소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노남철 기자 (ramding@mdtoday.co.kr)

관련기사
  ▶ 세탁소 '세탁기능사' 의무 고용 추진
  ▶ 복지부, '복지시스템 횡령막기 역부족' 기사 해명
  ▶ 복지부, '품절약 신고 의무화’ 연내 시행 추진
  ▶ 복지부 '건강증진재단' 설립 추진
  ▶ 복지부,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에 250여명 해외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