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거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 제정했단다.
이에 따라 관련 기사들이 숱하게 떴다.
각 기사 요점들을 질의 응답식으로 정리해봤다.
1) 2010년 한국에서 자살한 사람은?
답 : 1만5천565명, 하루 평균 42.6명꼴
2) OECD내 순위는?
답 : 1등!
3) 성인 중 자살 생각해보는 사람 비중은?
답 : 한국 성인 15.6프로(한번 이상 심각히 자살 고민) / 3.2프로는 '결행'
4) 2010년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답 : 자살, 10만명 중 13명이 자살로 생 마감.
5) 노인은?
답 : 10만명당 81.9명(일본:17.9명, 미국:14.5명)
6) 자살 원인은?
답 : 실직/퇴직 이후 생활고, 건강악화, 외로움, 우울증 등 왈가왈부 하지만
그냥 '경제적 빈곤'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함
7) 여성의 경우는?
답 : 10만명당 19.7명, OECD 평균 5.1명의 4배
8) 자살 기사 보면 종종 나오는 '베르테르 효과'는?
답 :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온 18세기 말 유럽에서,
극 중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자살이 급증해서 붙인 이름
2.
많은 전문가들이 자살의 원인을 '사회적 현상과 변화'로 제시한다. 경제적 빈곤 뿐 아니라 현 사회 곳곳에 내재된 긴장과 압력이 개인을 시나브로 지치게 만든다는 것이 그 요점이다. 각 세대별로, 각 성별로, 각 직종별로 해당하는 '사회적 원인'들이 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 고통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겠노라 선언하는 의미인 안락사와는 다른 영역의 문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어떤 누군가들에게는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살 예방 어쩌고 날'을 하루 앞둔 이 시점에서 확인 가능한 '자살들'은 그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체격은 좋아졌지만, 체력은 훨씬 약하다. 어른 교사들이 최근의 아이들을 보고 하는 말씀들이다. 그런 것 때문일까? 요즘 사람들이 훨씬 더 발전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깡이 없어서 '자살'을 선택하는 걸까. 연예인들도 하고, 정치인도 하고, 누구누구도 하니까 따라서 자살을 선택하는 걸까(베르테르효과를 동아대학교 윤영현 교수팀이 입증했단다).
다시 한번 물어봤으면 좋겠다. 잘 먹고 잘 산다는 2012년 현 시점의 대한민국의 하루가 2,30년 전 대한민국의 하루보다 더 나은 건 무언가? 인간의 心點은 측정이 불가능하니 무의미한 질문인가.
자살도 다 같은 자살인가. 자살의 온갖 사연들. 말이 없는 망자의 이야기들을 다 모아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살예방의 날'에 다 뿌려보는 거다. 삶의 이야기와 죽음의 이야기가 겨루어보는 거다. 산자들의 당위에만 의거하지 말고, 그들의 소리를 조금 더 끄집어 와서 공정하게.
우리네 삶, 삶의 터전이 건강하다면 이게 끗발 최고의 예방일거다. '잉, 들어보니 개소리네. 열심히 살아야지' 이렇게 되겠지. 그런데 만일(1만분의 1확률)에 망자의 이야기가 더 공감간다면, 오.
여하튼, 나는 자꾸 '자살하지 맙시다' 라고만 이야기하지 않아야겠다.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그저 '그러면 안되잖아 야 이 똥꾸빵꾸야' 라고만 하면, 자살자들의 수는 절대 줄어들지 않을거다.
그저 '자살을 왜 해 이 딩구들아' 라는 이야기들은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의 등을 조금 더 떠미는 작용만 한다.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다면 '자살 따위 하는 빙구들'이라는 편견과 훈수도 하지 말자. 그냥 두자. 관여는 싫고 간섭만 하려는 인터넷 댓글들이 부쩍 뼈아프다. 관계되어 함께 하긴 싫은데 훈수는 두고 싶은 마음들이 휘황찬란 부흥회를 열었다. 제10회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3.
목포대교 개통 70일 만에 6명이 투신자살했다고 한다. 하도 많이 자살해서 '상담전화'까지 설치한 부산 광안대교. 설치 5일 만에, 한 냉정한 자살자는 신상 전화를 외면하고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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