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심정지 후 뇌손상, 저체온 요법으로 치료 가능해

pulmaemi 2012. 7. 16. 15:33

체온 낮게 유지해 신경전달물질 생성 억제, 뇌압 감소 효과도 있어

 

[메디컬투데이 김선욱 기자]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에서 병원 외 심정지 환자는 2만명 가량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숨지고 2.5%에 해당하는 약 500명만이 생존했다.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50%이상에서 자발순환이 돌아오지만 생존 퇴원율은 5% 내외에 불과하다.

◇ 심정지 후 높은 사망률, 원인은 증후군

심정지로부터의 순환 회복률이 50% 이상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생존 퇴원율이 5% 내외에 불과한 이유는 심정지 후 증후군에 대한 이해와 치료 노력의 부족도 한 몫을 한다.

심정지 후 순환이 회복된 사람의 55~71%는 병원 내에서 사망하며 병원 내 사망의 주요 원인은 심정지 후 증후군이다.

심정지 후 증후군은 순환 정지에 의한 전신의 허혈, 심폐소생술 및 순환회복에 따른 재관류에 의해 여러 장기에 발생하는 복합 현상이며 심정지 후 뇌손상, 심정지 후 심근 기능 부전, 전신의 허혈-재관류 손상 및 심정지를 유발한 원인의 지속에 의해 나타나는 병리 현상이다.

심정지 후 증후군의 발생 양상은 심정지 기간, 원인, 심정지 이전 환자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환자의 장기 예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는 뇌손상이다.

심정지로부터 5분 이상이 경과한 후 소생된 환자의 대부분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손상이 발생하며 그 결과로 심정지 후 소생된 환자가 혈압 등 생체 징후는 안정상태로 회복된 후에도 대부분 중증의 뇌손상으로 인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민진홍 교수는 “심정지 후 뇌손상은 허혈과 재관류 손상에 의해 발생하고 해마, 대뇌피질, 소뇌, 줄무늬체 및 시상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며 “심정지 후 뇌손상을 예방,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저체온 요법만이 뇌손상의 효과적인 치료로서 현재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체온 요법은 심정지로부터 순환회복이 됐으나 혼수상태인 환자를 경도의 저체온 상태로 일정 시간동안 유지함으로써 뇌손상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저체온 요법이 뇌손상을 경감시키는 기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환자의 체온을 일정기간 낮게 유지하면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 분비를 억제하고 혈액-뇌 장벽 보호, ATP의 보전, 미세혈류의 개선, 뇌압 감소 등의 효과를 통해 이차적 신경손상을 예방한다.

◇ 유일한 뇌손상 치료, 저체온 요법으로 가능해

저체온 요법의 과정은 저체온 유도기, 유지기, 회복기로 구분된다. 유도기는 체온을 목표 체온인 32~34℃까지 하강시키는 시기이며 유지기는 목표 체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시기다.

유도기에는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체온을 목표 체온에 도달하도록 해야 하는데 심정지 후 순환이 회복된 환자는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목표체온까지 체온을 하강시키기가 정상인보다 비교적 용이하며 유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한을 방지하기 위해 근신경차단제를 투여해 오한에 의한 체온 증가 효과를 차단할 수 있어 목표 체온까지의 저체온유도에 도움이 된다.

환자의 체온이 목표체온의 범위 내에 유지되도록 하는 유지기를 지나면 회복기를 거쳐야 한다. 회복기에는 체온을 정상 체온으로 되돌리기 위해 가온이 필요한데 통상 시간당 0.25~0.5℃의 속도로 체온이 상승하도록 해야 한다.

민 교수는 “저체온 요법은 체온을 30℃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저체온이 유도되고 유지되는 동안에 오한, 말초혈관 저항이 증가로 인한 후부하의 증가될 수 있으며 이뇨현상이 발생해 체액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뇨과정에서 저인산혈증, 저칼륨혈증, 저칼슘혈증, 저마그네슘 혈증 등 전해질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체온에 의한 서맥이 발생할 수 있으나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에서 저체온 요법만으로 치료를 요하는 중증의 부정맥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저체온 요법 자체가 심정지 후 24시간 이내에 시행되므로 심정지 후 증후군에서 발생하는 혈액 응고 이상과 저체온에 의한 혈액 응고 장애가 함께 발생할 수 있다.

 
메디컬투데이 김선욱 기자(tjsdnr82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