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이달 28일 미국 대법원은 2009년 미 상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한 오바마의 의료개혁법안에 대한 위헌여부에 대한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어제 일본 중의원은 노다 총리가 밀어붙인 소비세 10% 인상법안을 가결시켰다. 미ㆍ일의 이 두 법안의 처리과정은 예산, 재정, 조세, 복지개혁을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한국 정치권에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사회기득권의 저항, 계급, 계층에 따른 허위 이데올로기의 생산과 전파, 부패 기득권 네트워크의 개혁에의 저항, 부패의 수혜자와 그 뒤처리 책임대상자의 상이함 등 많은 생각할 꺼리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2. 오바마는 2008년 집권 이후 곧바로 미국사회의 최대 시급 현안인 의료보험개혁법안(건강 치료법안)을 밀어붙였다.
현재 미국에는 의료보험 부문에 65세 이상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메디케어가 전국민의 19%를 커버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일종의 빈민용 의료 공적부조)제도가 15%를 커버하고 있다. 3억3천만 명의 미국국민 중 상기한 두 제도 밖의 일반국민은 대부분 4인 가족 기준 월 900불 가량 들어가는 민간의료 보험에 들어있다. 이 민간 보험은 소득에 따라 최고급형부터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데 건강상태에 따른 가입거부, 암환자 등 만성질환자의 계속 치료거부 등 수익성만을 추구한 악명과 비효율이 드높다. 물론 대부분 직장과 연계되어 있은 이들 사보험은 실직, 해고 등 경제난이 닥칠때 의보도 없어진다는 설상가상의 이중고와 충격을 서민, 중산층에 던져준다. 매년 미국에서는 돈이 없고 의보적용이 되지 않아 죽어가는 국민이 4만 명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5500만 명의 의보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중 불법 이민자 2천3백만 명(2019년부터 적용예정)을 빼고 남은 3천2백만 명이 보험적용에서 빠진 사각지대에 있다. 오바마는 이들 중산층 실직자, 임시, 일용직 무보험자, 차상위 계층을 공적 의보에 포함시켜 95%수준의 민간, 공적 의보 커버리지를 추진하고 있다.
3. 문제는 GNP 110%에 육박하는 미국의 15조 달러가 넘는 국가부채 때문에 이러한 의보개혁을 위한 재정여력이 없다는데 있다.
오바마는 향후10년간 1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의보개혁 예산과 사업 초기 제도개혁 추진을 위한 예산 중 우선 초기 소요액 6350억불을 증세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제도의 효율적 개선과 경쟁 체제 도입, 중복치료, 과잉진료, 복제약 도입, 병원 등 공급자측면의 개혁, 처방약 효율 구매 등을 통해 1차 3000억불, 2차 3130억불을 기존 예산 집행에서 10년간 절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나머지 3000억불 이상은 결국 증세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데 여기에 미국 고소득층과 기업가들의 반발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35만불 이상의 고소득층은 1%~3%까지의 증세가 예상되고 25인 이상 고용 사업장은 의보 적용을 하지 않을 경우 1인당 750불의 벌금을 물게 된다. 문제는 현재 미국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라티노 중 42%가 의보가 없으며 흑인 상당수도 적용 되지 않는 등 주로 유색, 소수인종에 오바마의 의보개혁 혜택이 집중된다는데 있다.
4. 미국의 의보는 한국, 유럽 등의 의보 선진국보다 1인당 최소 50%~최대 100%까지 의료비가 더 드는 비효율, 낭비, 부패한 시스템과 복잡한 제도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진료, 치료, 약제비 등 뿐만 아니라 의보적용, 상담, 서류처리, 지불체계 등이 낙후되고 복잡하여 비용을 가중시키고 있다는데 있다. 또, 병원, 제약사, 민간보험사, 상담사 등 의료관련 이해관계자들의 기득권 네트워크와 로비가 정치, 행정, 종교, 사회단체, 금융권 등에 전방위로 문어발로 뻗쳐 있어 개혁을 쉽지 않게 만들며 저항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사실 2009년 미국 상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한 의보개혁법안조차도 통과, 수정과정에서 표류하며 만신창이가 되어, 병원, 보험, 제약사들에 치명적 일 수 있는 이해를 다 보완해 주게 되버렸다. 오바마의 이번 의보 개혁법안도 금년 11월 대선을 겨냥한 것이지 진정으로 근본적 개혁안을 담고 있다고 보기에는 턱없이 미비하다. 따라서 26개 주가 개인의 자유를 침범한다며 낸 이번 의보개혁법안의 위헌소송은 향후 다분히 4개월 남은 대선의 정치쟁점으로 변질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최근 불법이민단속제한과 의보개혁법 등으로 라티노에 65%가 넘는 지지를 모으고 있다.
5. 의보 의무가입이 미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자유권 침해(의보법안을 조롱조로 정부가 브로콜리를 먹어라고 강요할 수도 있냐며 브로콜리논쟁이라 부른다), 사회주의적 조치 등의 이념적 문제, 미국 개국 정신인 자유주의 침해, 거대한정부의 과도한 징세, 조세저항 등으로 번지고 있는 이번 의보 위헌소송과 저항 이면에는 인종차별이라는 숨은 배경이 있다.
미국에서 전국민 공적의보제도가 애초 출발하지 못한 배경에는 흑인 등 소수 유색 인종과 같은 병원, 같은 베드에 누워 같은 기구로 치료받기 싫다는 인종적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60년대 말 민권운동과 수정법안이 통과 되기까지 남부에서는 식당과 화장실도 따로 썼다. 이러한 오랜 WASP 백인 중심의 차별의식이 이번 의보개혁법안 저항 이면에 담겨 있고, 이는 특히, 백인노동자, 남부, 중서부, 기독교 복음주의자 등 전통 공화당 지지 계층 주민들에 고질적으로 뿌리 박혀 있다. 문제는 잠재의식과 무의식에 존재하는 내재된 이런 사고(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를 보험, 제약, 병원 등의 이해관계집단이 허위 이데올로기로 변질시켜 자극하고 있는 점이다. 또 이들은 정치권 등에 로비를 통해 이를 미국 건국정신인 헌법에 담겨있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으로 변질시켜가고 있다. 결국 돈과 관련 있는 이해관계 문제인 것을 마치 내면적으로는 인종, 외면적으로는 개인의자유로 몰아 매도하며 대선과 연결시켜 무산시키려 하는 것이 이번 위헌소송의 본질이다.
6. 어제 일본 중의원은 노다 총리가 제안한 소비세 증세법안을 가결 통과시켰다. 97년 이후 15년 만에 인상된 소비세(일조의 한국으로 치면 부가세인 간접세)는2014년 8%, 2015년 10%로 순차적으로 인상하게 된다.
20년이 넘는 장기불황 속에서 국민들에 인기가 없는 이번 소비세 인상이 단행된 배경에는 GNP의 233%에 달하는 무려1경 4천조에 이르는 일본의 국가 부채가 그 배경이다. 매년 빚을 내어 이자를 갚는 일본정부의 입장에서 향후 연간 12조 5천억 엔의 세수 증가가 예상되는 소비세 증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와중에 정당 창당과 분열의 마술사 오자와는 57명의 계보 의원을 이끌고 분당을 통해 또다시 정계개편을 시도하고 있다(그는 얼마 전 생수로 빨래하고 방사능 노출될까 지역구도 가지 않는다고 부인이 폭로한 바 있다) 이번의 소비세 인상은 결국 일본 정치인들이 중심이 되어 자기 지역구에 이익유도형 정치(족의원, 농협, 건설사, 재벌, 관료가 결탁해 국가예산을 나눠 쓰는 형태 일본판 포크 배럴)를 실현한 대가를 전적으로 국민들 모두에 고루 전가한 것으로 귀결 되었다. 그 대가로 한때 미국을 바짝 추격한 세계2위의 경제대국은 OECD 최대의 부채국이 되버렸다.
7. 이번 미, 일의 의보위헌 제소 및 사회적 저항 그리고 소비세 인상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첫째, 기득권의 금전적 목적과 이해에서 비롯된 저항은 항상 이데올로기와 법적 정당성으로 변질된 외피를 통해 대중화된다.
둘째, 기득 세력은 종교, 서민보수(백인노동자), 지역 등을 등에 업고 낙태, 동성애, 복음등과 결합해 그 속에 자신들의 이해를 대리 반영하고 끼워 넣기를 한다.
셋째, 위정자는 과실은 자기와 연결된 이해관련 네트워크에서 다해먹고 그 설거지는 국민에 골고루 전가한다. 이 과정을 통해 문제의 본질은 숨겨지고 왜곡되며 책임추궁은 사라진다.
넷째, 기득권세력인 병원, 보험, 제약사, 고소득 상류층 등은 로비, 인맥 포괄적 네트워크인, 법조인, 검찰, 종교, 정치인 등 총 동원해 돈 문제를 이데올로기 명분화해 국회, 법원 등에서 표류, 좌절, 변질시키고 시간 끌기를 한다.
다섯째, 모든 재정, 예산, 정책 및 제도 개혁(특히 복지)는 상응하는 부담과 책임을 요구하며 숨어있는 정치적 목적도 잠재되어 있다. 공짜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개혁은 거시적, 장기적, 총체적 개혁과 비전의 틀 속에서 검토되어야 하고 책임과 희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개혁 시점의 모든 실상이 모두 낱낱이 공개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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