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사회

[정치] 부패 경제학을 만들어 낸 사회 문화적 배경

pulmaemi 2012. 5. 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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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경제학을 만들어 낸 한국인의 사회 문화적 배경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그리스 경제가 뱅크런 현상과 그리스 기업과의 거래 회피 양상을 낳으며 붕괴되어 가고 있다.

인접한 이탈리아 또한 그리스가 디폴트 될 경우 위험하다고 한다.

현재 이 두 나라는 유럽에서 국가 부채가 각기 1, 2위이고 재정적자가 실업률 등에서도 수위를 다투고 있다.

오늘 아침 중국 4월 제조업 영업이익이 지난해 보다 2.2% 떨어지며 2분기 성장률이 8% 이하로 되어가며 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어 가고 있다(중국은 성장률 8%가 농민 등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마지노 선이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에서 우리는 『한 나라의 사회 문화적 자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부패가 단순히 최고 권력자나 일부 측근만의 문제가 아닌 오래 축적된 우리 내부의 관습에서 비롯되었기에 이들 나라의 일이 강 건너 물 보듯이 볼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2.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란 개념은 시카고대의 사회학자 제임스 콜먼이 가장 먼저 사용했다.

『사회자본』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쌓은 『신뢰와 협력 관계』를 말하는데, 게임의 법칙과 공공의 이익에 대한 존중, 개인의 행동과 도덕 기준 등을 포괄한다.

바람직한 사회 균형상태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서로가 각자 상대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게임의 법칙과 공공의 이익이 존중되는 풍토 즉, 신뢰, 규범, 네트워크 같은 사회구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복지, 의료, 경제 정책의 효율 극대화를 위해 『사회자본의 중요성』을 매우 따진다.

 

어제 여수 엑스포 현장에서 예약제를 거부하고 줄서기 선착순을 주장하고 항의하는 일부 관객 때문에 예약제가 무너지며 인기 행사장의 경우 모두가 5-6시간씩 줄을 섰다고 한다.

관람 예약제라는 원칙이 현장에서 선착순을 주장하며 거세고 거칠게 항의하는 몇 사람 때문에 무너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비행기, 지하철, 기차가 연착한 때 우리 사회에서 고성과 거친 몸싸움이 나오며 배상을 요구하는 일이 잦다.

종부세 등 세금, 입찰, 경매, 대학 입학제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저축은행 예금자 보상, 학교 현장 등에서 모두가 자신의 이해를 위해 반칙과 거친 항의, 투쟁 등이 공연히 난무하고 있다.

 

한국은 OECD 중 『사회자본』이 거의 모든 항목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한 마디로 좀 살만한 국가에서 국민성은 가장 뒤떨어진 수준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여수엑스포 관람객 등 일반 서민뿐만 아니라 정치인, 관료, 상류 사회지도층, 전문인, 중상층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점이다.

  

3. 오늘 보도에 EU 집행위원회는 『지하 경제와 탈세를 양성화 하려는 이탈리아 현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기에 이탈리아 경제 위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다음달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탈리아 지하경제 규모가 GDP 21.7%이고 그리스는 GDP 대비 24.3%이다(미국 7.0%, 일본 9%)

그리스는 2009년 한 해에만 330억 유로의 세금을 거두지 못했고 6000개의 탈세 기업 명단을 공개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탈리아는 별도의 특수 탈세 추적 집행기관까지 만들었지만 탈세를 목적으로 장부조작을 하는 일이 주요 회계 업무이고 그리스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바로 세금이라는 식으로 구조화 되었다.

또 이탈리아 세금의 상당수는 정부가 아닌 마피아가 거두어간다.

이렇게 세금을 안내고도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각기 GDP 대비 24.9%, 21.3%를 복지에 지출한다(OECD 평균 19.2%)

이 두 나라는 이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세금을 올리자 기업들과 고액 납세자들이 다른 나라로 기업이나 자산을 도피시키고 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프랑스 수준으로 사는 북부와 그리스 수준인 남부의 지역차가 심각한데, 이탈리아 남부는 『비도덕적 가족주의』(그리스도 비슷)가 성행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기 가족만 신뢰하고 가족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은 믿지 않으며 공공이나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으로 간주한다.

이번 문화에서 뇌물, 탈세, 공직자 부패 등은 성행할 수 밖에 없으며 법치는 다른 나라 말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공적인 사회생활에는 흥미를 잃고 가족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일만 골몰한다.

공적인 일에 치중해야 될 공무원이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월급이나 뇌물을 받아 가족을 부양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 간혹 이들 중 공직자의 모범을 지켜 원리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특정집단과의 결탁 때문으로 오해 받는다.

그래서 공직자를 감시하고자 채용한 감시기관도 마찬가지로 감사 과정에서 또 뇌물을 받는다.

 

사람들이 이렇게 공공영역에 대해 무심하고 정치참여 의식 또한 낮아 그저 자신의 가족과 그 주변의 좋은 세계에만 몰두한다. 부정적 의미에서의 『가족적 개인주의의 악순환』이다.

  

4. 『인민의 생활현장에서 발생하는 부패 척결에 주력한다』

2010 12 28일 중국 공산당은 후진타오 총서기가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반 부패 투쟁』에 대한 결의를 이렇게 다졌다.

 

그러나 2010년 부패 등 규율 위반으로 징계받은 공산당원이 11 9527명이며 2009 4월부터 2010 12월까지 발탁된 공산당 기관 등의 뒷돈은 2 5738, 127억 위안( 2 16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출자한 토목건설 사업은 부패의 본상인데 2010 1 5600건이 적발 되었고 5100건 이상이 사법처리 됐는데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2010 3월 중국 『전인대』에서는 『회색수입』 논쟁이 일어났다.

회색수입이란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는 수입을 말한다(이에 대해 나는 『대공황 저성장시재 경제정의는 부패청산이다』라는 글에서 내가 겪은 경험을 기술한 바 있다)

관료 등이 지위를 남용해 받은 뇌물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회색수입』 총액이 연간 4 4000억 위안(4748)에 달하는 것으로 중국 국책연구기관은 추정한다.

중국은 상기 『전인대』에서 『회색수입』을 정상화 시키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회색수입』이란 표현은 『삭제』되고 『합법적 수입은 모호하며 과도하게 많은 수입은 조정하고 불법수입은 단속한다』라는 기상천외한 표현으로 수정되었다(위부터 아래까지 몽땅 똑 같은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중국은 병원 입원, 출산, 유치원 등에서까지 뇌물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오늘 원로 닥터둠인 마크피버 회장은 『중국경제가 위험하다』고 경고를 했다. 나는 절대 부패문화에 대한 오래된 중국 『사회자본』의 청산 없이는 중국이 지속적 성장을 하지 못하고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부패 청산을 한다는 명분으로 공산혁명을 일으키고 일당 독재를 하면서 뻔히 만연하는 부패를 외면하는 중국의 위선은 앞날이 뻔하다.

 

5. 얼마 전 4대강 공사 칠곡보 현장에서 국토해양부 직원 2명이 시공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 되었다.

 

수시로 건설사에 뇌물을 요구하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 칠곡보는 4대강 16개의 보 중에서 가장 최대 규모인데 총 사업비 3847억의 99% 3821억을 써내고 낙찰 받았다. 정보가 사전 누출되고 담합된 것이다.

지금 4대강 공사 주변은 공사입찰담합, 공사비 속이기, 부실공사 대가로 뇌물 상납, 공직자의 강제적 뇌물요구 협박 등 온갖 비리의 백화점이 되고 있다(재벌 건설사 임직원이 협력업체를 압박해 공사비를 부풀려 4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었다)

심지어 『국토해양비리부』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위에서부터 뻔한 시커먼 명분으로 25조 가량의 국고를 멀쩡한 4대강에 퍼부었으니 공무원들이 위아래 죄다 달라붙어 『기왕에 뜯어 먹는 것 나까지 빠질 수 있냐?』는 식으로 부패의 총체적 완성구도가 성립되고 있다(나중에 수십 년 뒤에 4대강 공사는 공사 자체의 필요성 여부 보다도 『한국부패사의 살아있는 생생한 실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공직자가 위아래 몽땅 이러니 어찌 복지예산이니 증세가 가능할 것인가? 

 

6. 때마침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OECD 평균 정도만 되어도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어제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국가 청렴도가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2010년 기준 1인당 명목 GDP 138.5달러 성장률이 0.65% point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부패가 공공투자 관련정책 결정 과정을 왜곡하고 민간투자 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 공개된 미국국무부 『2011 국가별 인권보고서』에는 우리나라 공직자의 뇌물 수수 등 부패가 지적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0조 이상이 부패로 사라진다는 것이 정설이고 일자리 창출도 복지도 부패 청산만 되면 절로 가능하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부패인식 지수에서 한국은 2010 39위에서 2011 43위로 하락했고 OECD 34개국 중 청렴도는 27곳 경제수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아무리 우리가 해외에 10대 경제규모 국가라고 큰 소리 쳐도 남들은 돌아서서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다. 

 

7. 지난 총선 때 야권은 MB 정권의 부패청산과 규명을 총선 이슈로 내걸겠다고 큰소리 치자 정작 총선 때는 잠잠했다 서로가 각자 조금씩 구린 부분이 있으니 담합하여 입을 다물었는지 모르겠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는 그 뿌리가 MB 이전에도 무척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MB가 모든 부패의 원인이라면 그러면 다음 정권에서는 부패가 깨끗이 청산될 것인가? MB 일가, 측근 외에는 정치인, 공직자, 사회지도층 모두가 깨끗한가?

부패는 이탈리아와 중국의 예에서 보듯이 한 사회의 오랫동안 누적된 『사회적 문화적 자본의 유산』이다.

한국 사회의 부패 또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통일 신라, 고려, 이씨 조선 등이 무너질 때 모두 부패가 원인이 되었다. 사회지도층은 갖가지 명목으로 탈세하고 백성들에만 중과세하고 매관매직, 탐관오리, 뇌물이 성행하였다.

나중에는 상놈도 돈 주고 양반이 너나없이 되다 보니 양반 숫자가 폭증하며 봉건적 신분사회가 붕괴되어 일본이 공짜로 조선을 들어 먹었다.

 

해방 이후 들어선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정도와 종목의 차이만 있지 부패는 만연했다.

조세, 비즈니스의 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 취업, 징병, 대학 입학 등에서도 부패가 아직까지 공공연히 성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부패 경제학은 우리 특유의 오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뿌리가 깊은 오랜 부패의 역사가 이제 『사회문화적 자본』이 되어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잡아 버렸다.

 

문제는 정치인, 고위관료, 법조계, 언론 등 사회 각계지도층 및 상류층에서 이탈리아에서 본 것 같은 『가족적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더욱 횡행해지며 사회 상류층의 『일종의 아비투스(문화자본) 』로 자리잡았다(이들에게는 사회나 국가가 어떻게 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자식만 잘되면 되고 신분의 세습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비투스란 사전적으로 『어릴 때부터 초기사회화 과정을 통해 습득되어 세대간에 전수되며, 한 문화 집단을 결속시키고 다른 집단 성원들과 구분해 준다. 이는 개인 행동의 통계적인 규칙성을 예측 가능케 해주는, 특정 집단의 독특한 생활방식, 지각, 이해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 부패구조가 『사회자본』과 『아비투스(문화자본)』이 되어 버려 사회 상류층만의 공고한 문화사회적 습관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요즘 재벌과 강남 상류층이 자식에게 어릴 때부터 펀드 계좌 열어주고 주식 투기 부동산 투기 공부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사람답게 청렴하고 깨끗이 살아라 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이들은 탈세를 절세라고 자식들에게 가르친다.

부패가 자신들의 고유한 장점인 『아비투스』가 된 사회에서 어찌 청렴, 진리, 정의를 말하겠는가?

재작년에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한국에서 백만 권쯤 팔렸다고 한다(진짜 읽었는지 모르지만 지하철에서도 흔히 보였다. 정작 이 글에서의 정의란 죽도 밥도 아니다)

정의가 없고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세상을 좀 더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봐야 한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긍정의 배신』 이란 책에서 『우리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봐라』고 언급하는 성공한 사람들과 자기 계발서 들의 『긍정적 이데올로기의 부각』이 현재의 사회구조를 온존 시키는 일종의 마약이라고 일깨운다.

부패를 특정 개인의 문제로 부각시키고 긍정의 이데올로기를 전파시키고 밝은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오래된 우리의 부패의 역사를 감추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올해 대선은 『사회문화자본』이 되어버린 부패문제를 어떻게 파헤치고 시정할 것인지에 대해 무조건 집중해야 한다.

어느 대선 후보도 부패청산을 말하지 않고 오직 복지증대와 경제정의 만을 말하고 있다. 부패 청산을 주장할 경우 동료 정치인, 관료집단, 재벌, 기업인, 사회지도층이 모조리 적이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모든 대선후보가 앞다퉈 부패 청산을 외치게 하는 것이 국민의 힘이다.

중국, 그리스, 이탈리아의 탈세와 부패를 청산하기 어려운 것처럼 고질적인 한국의 부패는 더 어려울 수 있다.

부패 문제에 대한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이야 말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