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청년 건강

흉통과 잦은 기침…위식도 역류질환 의심해봐야

pulmaemi 2012. 6. 7. 11:52

식후 2시간 이내 눕지 말고 커피, 술은 멀리해야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 정의찬(41세)씨는 새벽에 심해지는 마른기침과 아침에 일어나면 목소리가 자주 쉬는 증상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급기야 폐암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호흡기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가슴사진도 찍고 청진기도 하고 피검사도 받은 정 씨는 소화기내과로 가보라는 담당 의사의 권유에 기가 찼다. 폐는 괜찮으니 위 내시경을 받아보라는 의사의 말이 암만해도 미덥지가 않았던 것.

‘기침이 심해서 왔는데 웬 내시경?’ 찜찜한 마음으로 소화기 내과를 찾은 정씨는 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식도에 심한 염증이 있는 위식도 역류질환인 것으로 밝혀졌다.

잠잘 때나 누워 있을 때 위에 있던 위액이 역류되면서 식도는 물론 숨 쉬는 기관지까지 위액이 넘어와 기침을 계속하게 된 것이다. 치료를 받고 나자 정씨의 증상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처럼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에 있는 위액이 역류되면서 식도에 염증을 만들고 통증과 속쓰림 같은 증상을 만들어 내는 질환이다.

우리 몸엔 위에 있는 산이 식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방어막(하부식도 괄약근)이 있는데 이 방어막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방어막을 느슨하게 만드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생활습관을 가지는 경우 위식도 역류질환이 생기게 된다.

특히 위액이 식도 상부까지 역류되는 경우 만성기침, 목쉼, 목 이물감, 연하곤란(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장애)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의와의 상담이 가장 중요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 한번쯤 위식도 역류질환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 가슴이 아픈데 내시경 검사(?)

많은 사람들이 배가 아픈 경우 “저는 위가 안좋아요”라고 하면서 병원을 찾는다. 비슷한 이유로 가슴 부위가 아픈 경우 대부분 심장병을 걱정하며 심장에 대한 검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다른 질병이 없는 건강한 성인에게 명치끝에서 입 쪽으로 신물이 넘어오는 듯한 느낌이나 가슴 부위가 타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경우 위식도 역류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는 “가슴이 아프다고 반드시 심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 교수는 “가슴 중앙을 따라 목구멍 쪽으로 타는 듯한 느낌, 목소리가 자주 쉬고 목에 항상 뭔가 걸려있는 느낌, 마른기침이 계속된다, 입안에 신물이 넘어오는 듯한 느낌, 심한 입냄새, 눕거나 앞으로 숙이면 가슴통증이 심해진다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위식도 역류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시경이 정상이라고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벽에 잔금하나 없고 새 아파트라고 해서 그 집의 냉난방이 잘 되고 모든 것이 좋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식도에 염증은 없지만 위식도 역류질환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경우 내시경에서 식도에 염증이 확실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의 50% 정도는 내시경 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보일 수 있다.

전대원 교수는 “이런 경우 24시간 식도 산도검사(식도에 산을 측정할 수 있는 가는 관을 넣어 24시간 동안 기록)와 식도 내압검사(식도의 수축운동을 기록)를 시행하면 보다 정확하게 위식도 역류질환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평생 못 고치는 지병이라는 얘기가 있다. 약을 먹으면 좀 나아졌다가 방심하면 또 다시 재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위식도 역류질환을 잘 못 이해한 것으로 불편하면 잠시 약을 먹고 생활습관개선으로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는 ‘지병’으로 생각을 바꿔야한다고 전문의는 강조한다. 때문에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에는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들이 지켜야하는 생활습관에는 ‘밤에 누워서 먹지 말기’, ‘먹고 바로 눕지 않기’, ‘과식하지 않기’ 등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식도 역류를 막아주는 방어막이 느슨한 경우야 어쩔 수 없지만 과식을 하지 않고 눕지만 않아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식후 2시간 내에는 눕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 밖에 방어막을 느슨하게 만드는 지방, 커피, 초콜릿, 술, 오렌지 주스 등의 음식물은 피해야하며 담배도 역류를 유발하므로 금연하는 것이 좋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