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는 있는데 보상은… ‘깜깜 무소식’

pulmaemi 2012. 6. 5. 11:51

피해사례만 174건, ‘사망 53건’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

최근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생기는 가운데 이에 대한 피해자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만 174건인 것으로 조사돼 더 많은 피해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시급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 동물실험결과, 가습기살균제 ‘폐 세포 손상 입증’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국내회사가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나왔을 당시 회사에서는 독성실험결과 인체에 해가 없다고 광고했지만 17년이 지난 2011년 5월11일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산모들이 미확인 바이러스 폐질환으로 잇달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8월31일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 사용시 원인미상 폐손상이 47.3배 높다’는 내용의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산모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는 원인미상 폐손상 원인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지난해 11월11일 역학조사 및 동물흡입실험 결과 ‘가습기살균제를 흡입시킨 결과 해당물질이 세기관지 주변 폐 세포에 손상을 가하고 이러한 영향이 누적돼 폐조직의 섬유화성 병변이 나타났다’며 6개 제품에 대해 수거명령을 내렸다.

이 중 사망한 피해자가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상품은 모두 7종류이다. 사망관련 사용빈도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 36회로 가장 많았고 애경 ‘가습기메이트’8회, ‘세퓨’7회, 롯데마트 ‘와이즐렉’6회, GS마트의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4회, 이마트의 ‘이플러스’3회, 다이소의 ‘산도깨비 가습기퍼니셔’2회 등이었다.

많은 경우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제품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1개 상품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다 사망에 이른 경우는 모두 36건이다.

이들 제품 중 질병관리본부가 살균제성분(PHMG), PGH(Oligo)을 확인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흡입독성을 밝혀내 강제수거명령의 대상이 된 제품은 모두 6종으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롯데마트 와이즐렛 ▲세퓨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살균제 ▲코스트코 가습기클린업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 등이다.

다른 종류의 살균제 성분인 CMIT/MIT를 주성분으로 한 제품인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경우 흡입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회적 대책 ‘촉구’

환경보건시민센터로 접수된 피해사례만 174건, 이중 사망 53건, 폐이식 등 120여명의 환자피해 등 중대한 환경사건이 발생했지만 정부나 기업에서는 사회적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조사를 진행해 놓고도 피해대책은 세우지 않고 개별소송을 해야 한다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기업 측은 묵묵부답일 뿐이다.

6월초 집단소송이 진행되지만 사망유족 등 일부사례만 참여하고 피해자운동도 전무한 상태여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방치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일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일인시위를 통해서 ▲초유의 환경피해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촉구 ▲정부와 기업이 사회적 해결방안에 참여토록 압력 ▲19대 국회개원시 최우선 민생현안으로 다루도록 요구 ▲피해자 스스로 나서도록 유도 등을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이흥규 팀장은 “정부가 중재에 나서 해당 기업들이 피해기금을 조성해 개별적 피해보상과 더불어 추후 발생할 피해에 대비하는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화학물질안전청’과 같은 화학물질안전관리를 총괄하는 기구를 신설하고 환경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피해조사와 대책을 마련하게 하는 ‘환경피해보상법’과 같은 법률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여러 제품들에 대해 조사중에 있다”며 “검출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금지 공고를 내린 것 이외에 제제 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옥시 등 기업 측은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사례에 대해 “내부 조사가 진행중에 있다”며 일축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fiance@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