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정신과 질환 ‘섬망’ 발병 원인 규명

pulmaemi 2012. 5. 16. 09:12

강남세브란스 김재진 교수팀, 뇌 기능부조화 두 기전 찾아내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

종합병원 입원 환자의 10~20%에서 증상이 관찰될 정도로 흔한 정신과 질환인 섬망의 원인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팀은 뇌의 각 부위 별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를 이용해 섬망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뇌기능 부조화 기전 두 곳을 찾았다고 15일 밝혔다.

섬망은 불면증, 기억력 저하, 사고장애, 초조, 방향감각 상실, 혼돈, 피해망상 등이 나타나는 정신과 질환이다. 주로 큰 외과적 수술 후 회복 단계의 환자나 중환자실 장기 입원환자에서 흔하다.

섬망은 노화로 전신 건강 상태가 취약한 70대 이상 고령층이 환자의 대부분으로 ‘치매’로 속단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섬망은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과 가족이 큰 실의에 빠져 적극적인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있어 치매와 섬망의 구별이 꼭 필요하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돼 회복이 어렵지만 섬망은 뇌의 일시적 기능장애에 의한 질환이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전 회복된다. 그러나 발병 기전이 어느 정도 밝혀진 치매와 달리 이제껏 섬망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발병 기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김 교수팀은 70대 초반의 섬망 환자들과 정상인 각각 22명에 대한 fMRI를 촬영하고 두 집단 간 뇌 부위별 기능 활성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섬망 환자 군에서 정상인과 달리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뇌의 기능적 부조화 기전 2곳을 찾아냈다.

첫 번째 부조화 기전은 신체운동 및 시각, 청각 반사와 의식 상태를 통제하는 대뇌 ‘기저핵’과 ‘중뇌’ 사이의 기능적 연결이 끊어져 두 부위가 균형있는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한 쪽 부위만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의식 유지와 판단 및 행동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부조화 기전은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 바깥쪽 부위와 기본적 인지기능 유지를 담당하는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의 ‘기능적 상호 연결성’이 와해된 것을 찾아냈다.

외부환경에 대해 적응할 때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전두엽 부위 활성화도가 더 높아져야 하고 그 반대의 휴식을 취할 때는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가 활성화도 높아져야 하는 상황 별 뇌 기능 활성도의 ‘저울 추’가 섬망 환자들에게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두 기전의 단기성과 장기성 차이는 1개월 이상의 충분한 기간의 치료와 정기적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치료 가이드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에 규명된 뇌의 두 기능적 부조화 기전간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와 섬망의 상세한 원인 규명과 완치법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xfilek9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