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램수면 장애, 파킨슨병·치매와 깊은 관계

pulmaemi 2012. 5. 21. 08:45

수면장애도 일종의 뇌질환 분류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

# 직장인 한모(49)씨는 최근 며칠간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꿔 제대로 잠을 잔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문제는 꿈을 꾸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부인을 팔로 치는 등 잠꼬대가 심해 부인과 각방을 써야할 위기라는 것이다.

잠을 얼마나 잘 자느냐는 신체건강과도 직결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면장애를 정신질환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들어 전문가들은 수면장애도 일종의 뇌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얕은 수면 단계인 램수면에서 꿈을 많이 꾸게 되는데 램수면 때 뇌의 기억 및 감정조절 관련 부위가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램수면은 온몸의 근육이 풀린 2단계 정도의 얕은 수면을 말한다. 꿈을 꾸며 눈동자가 돌아가기 때문에 빠른 안구 운동 수면이라고도 한다.

이때 근육의 긴장이 떨어지지 않고 꿈속의 행동이 잠꼬대나 옆 사람을 치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을 램수면장애라고 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수면장애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일어나기 힘들고 개운치 않거나 ▲낮에 과도하게 졸립고 ▲밤에 잠을 자고 싶어도 잠들기 어려우며 자주 깨는 전형적인 불면증 증상이다.

수면장애를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 시간에 피로함을 느껴 두통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램수면이 방해를 받으면 편두통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최근 미국의 과학사이트 유레칼러트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 대학교의 폴 던햄 박사팀이 ‘수면 박탈 모델’을 이용해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이 활성화되는 문턱 값을 낮추는 단백질의 수준을 측정한 결과 렘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p38, PKA, P2X3 등의 단백질들이 많이 나타났다.

이 같은 단백질은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단백질이 많아져 통증의 문턱 값을 낮춘다는 것은 아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또한 램수면장애는 파킨슨병이나 치매와도 관련이 깊다.

캐나다 맥길대 로날드 포스투마 박사팀이 렘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9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2년간 파킨슨병, 치매 등 퇴행성신경질환의 발병률을 조사했더니 파킨슨병은 15명, 치매는 11명이 걸렸다.

퇴행성신경질환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12년이 지난 후 52.4%가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들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면서 주먹질을 휘두르고 욕하는 식의 잠꼬대 증상을 보인다면 파킨슨병, 치매와 같은 퇴행성신경질환의 전초증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대안암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정기영 교수는 “수면장애가 심한 노인환자들을 보면 잠꼬대로 인해 옆 사람에게 해를 입히거나 자신도 다치는 경우가 많다”며 “영국에서 보고된 케이스 중에는 부인을 죽인 남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수면장애를 겪는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남성에게서 2~3배가량 더 많이 나타나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일반적으로 코를 심하게 골다가 잠시 숨을 멈추는 증상으로 본인이 자각하는 경우는 드물며 같이 잠을 자는 사람을 통해 알게 된다.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남성의 기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좁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불면증으로 수면장애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꼽는 증상이다. 특히 불면증이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불면증은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폐경기 때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정기영 교수는 “비만도 수면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적당량의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되 격렬한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 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조명을 밝게 하면 멜라토닌이 억제돼 수면리듬이 깨질 수 있으니 은은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 교수는 “불면증세가 계속되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으니 한 달 정도가 흘러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xfilek9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