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등록·저장·회상 기억의 3단계, 기억장애란(?)

pulmaemi 2012. 5. 4. 09:29

심리적 요인의 기억질환, 해리성 기억상실과 둔주

 

[메디컬투데이 박으뜸 기자]

현실을 살아가면서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것은 과거의 경험이다. 이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를 저장했다가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기억’이다.

기억의 과정은 등록, 저장 및 회상의 3단계로 나눠진다. 이중 한 부분이라도 결손이 생기면 기억장애가 나타난다.

◇ 기억의 장애…기억상실·기억항진·기억착오

기억의 장애에는 기억상실증 외에도 기억항진, 기억착오 등이 있다.

기억항진증은 특정의 정서와 관계돼 있으며 특정기간이나 특정사건에 대한 경험에 한정돼 지나치게 상세한 기억을 하는 경우로 조증, 편집증, 긴장증 등에서 볼 수 있다.

기억상실증은 기억불능 상태를 말하며 알코올중독증, 두뇌손상같은 기질적 원인에 의한 것은 기억 등록이 안 되거나 콜사코프 증후군처럼 저장이 오래가지 못해서 온다. 전반적인 수준에서 기억상실이 오며 발병이 점진적이고 회복한다 해도 불완전하다.

심인성 건망증의 경우는 등록과 저장은 정상이나 회상이 안 되는 것으로 내면적으로 방어나 회피의 능동적 목적이 있을 때 나타난다. 이는 의식이 명료하며 선택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일어나고 일정기간에 국한되거나 어떤 사건 후 돌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기억의 착오란 무의식적으로 잘못 기억하는 것으로 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간혹 노인이나 콜사코프 증후군처럼 망각한 부분에 대해 내용을 꾸며대기도 하는데 이를 '작화증'이라고 하며 실제로 환자 자신도 그렇게 믿는다.

이와 유사하게 회상착오가 있는데 이때는 강한 무의식적 동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에 따라 선택적으로 잊어버리거나 왜곡하여 기억하는 경우다.

◇ 기억 관련 질환들…해리성 기억상실과 둔주

전형적인 기억관련 질환에는 기질적 원인에 의한 정신지체와 치매 등이 있으며 심리적인 쪽에서 해리성 기억상실과 둔주(fugue) 등이 있다.

정신지체는 유전 또는 선천적으로 지능발달이 제한돼 나타나는 경우이며 그에 반해 치매는 후천적인 뇌기능 장애로 인해 지능이 저하된 경우이다.

해리성 기억상실은 심인성 기억상실이라고 불리던 장애로 사춘기나 청년기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는데 이미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중요한 정보를 갑자기 회상하지 못하는 장애이며 대개 스트레스가 심했거나 상처가 컸던 사건에 대한 기억 등을 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에 대한 학습은 잘 이뤄지며 치매와 달리 일반적 지식은 잘 유지되고 있어 생활에 지장은 없다.

해리성 둔주는 자신의 과거나 이름, 신분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여 가정이나 직장을 떠나 방황하는 행동을 보이는 장애이다.

자신이 기억을 상실한 것을 모르고 새로운 신분을 가지기도 하며 대개는 남들의 눈에 띠지 않고 조용히 고립돼 살아가지만 때로는 난잡하거나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 강한 갈등 상태, 전쟁시 또는 천재지변 같은 때에 잘 나타난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봉기 교수는 “해리성 둔주는 고통스러운 감정적 경험으로부터 떠나고자 하는 심리적인 동기를 가지며 우울증, 자살기도, 물질남용 등과 관계 있을 때가 많다”며 “짧게는 수 시간에서 수 년간 나타나며 자연적으로 신속하게 회복되며 정신치료나 최면술 등이 기억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으뜸 기자(acepark@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