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담도, 췌장질환

술잔 돌리기, B형간염 옮는 지름길? “NO”

pulmaemi 2012. 4. 17. 15:04

악수, 포옹, 재채기, 입맞춤 “감염되지 않아”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술잔 돌리면 B형간염 옮는다?”

영업사원 김승주(34)씨는 5일 중 평균 4일은 거래처 직원들을 만나 접대를 한다. 저녁시간 술자리 접대를 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술잔 돌리기’는 빠질 수 없는 광경이라고.

승주 씨는 “술잔 돌리기는 어느새 음주문화가 된 것 같다. 접대를 하면 여러 명과 잔 하나로 술잔을 돌리곤 하는데 술을 마시다 보면 이 사람 저 사람이 모두 잔을 돌렸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께름칙하다. 또 술잔을 돌리면 B형간염에 옮을 수 있다는 말을 들어 더 그렇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간 질환 및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사망 원인의 50~70%가 B형간염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B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간염으로 2010년 기준 약 250만명, 전체 인구의 5%가 감염된 상태이다.

80년대 초반까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은 전체 인구의 7%에 달했으며 예방 접종의 활성화 등으로 많이 감소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20대 이상 남성에서는 7.6%, 여성에서는 3.4% 정도로 알려져 있다.

◇ 만성 B형간염 환자, 일반인 비해 200배 이상 간암 발생 가능성 ‘높아’

‘침묵의 장기’ 간은 병이 진행돼도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가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을 때 그 증상을 느끼게 된다.

고려대학교안암병원에 따르면 A형간염, B형간염 등 주요 간질환은 급성 간염 시에는 피로감, 몸살, 발열, 상복부 불쾌감,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키지만 모두 감기몸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증상들로 간질환의 특이한 증상이 아니다.

B형간염처럼 만성 간질환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간경변이 되고 간의 기능 저하가 나타나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까지 특이한 이상 증상이 없다.

B형간염은 급성 간염기를 거쳐 만성 간염으로 진행 할 수 있는데 성인기에 감염 시에는 10%, 청소년기 이전에 감염 되면 90%에서 만성화가 일어나 이후 간경변증 및 간암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만성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한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질병은 계속 진행하게 되는데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약 30% 이상이 간경변으로 진행하며 일반인에 비해 200배 이상 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간경변으로 진행한 후에는 일 년에 약 2%의 환자에서 간암이 발생 할 수 있다.

◇ 신생아에 예방접종…B형간염 산모로부터 수직감염 95% 예방

B형간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있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간과 혈액 속에 많이 있기 때문에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이 된다.

즉 오염된 면도날, 주사바늘, 침, 칫솔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 감염될 수 있다. 그러나 체액이나 분비물에도 소량의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성관계 등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

따라서 B형간염은 술잔을 돌려 마신다거나 악수나 포옹, 재채기, 입맞춤 등의 접촉으로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아기가 태어날 때 B형 간염이 있는 어머니로부터 수직감염이 되는 모자감염이 가장 중요한 전염경로였다.

질병관리본부는 만성간염 및 간암의 주원인이 되는 신생아 B형간염 예방을 위해 ‘B형간염 수직감염 예방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2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B형간염 수직감염에 노출된 신생아 12만6065명에게 무료 예방처치가 실시돼 신생아의 수직감염을 96.7% 가량 차단되는 성과를 보였다.

B형간염 산모의 출생아가 예방처치를 받지 않을 경우 약 65~93%가량 B형간염 감염이 발생하고 이후 약 90%에서 만성화 될 가능성이 있지만 출생 시 면역글로불린 및 예방접종을 동시에 받을 경우 B형간염 산모로부터의 수직감염을 95%까지 예방할 수 있다.

대한모유수유의사회에 따르면 B형간염 보유자인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가는 출생 후 12시간 이내에 헤파빅(HBIG)이라는 면역 글로불린과 B형간염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그 후 만 1개월에 2차 예방접종을 하고, 만 6개월에 3차를 접종한다.

그리고 생후 만 9~15개월에 항체검사를 해서 항체가 생긴 경우에는 더 이상의 조치가 필요 없지만 항체가 생기지 않은 경우에는 다시 3번을 접종하고 1~2개월 후에 항체검사를 다시 시행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급성 B형 간염은 95% 이상에서 보전적인 치료로 호전되므로 안정을 취하고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며 금주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교수는 “만성 B형 간염은 환자마다, 시기마다 그 활성도가 변화하므로 e항원 상태, AST/ALT 수치, HBV DNA 수치 및 간조직검사를 주기적으로 체크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는 경구 항바이러스제 또는 페그인터페론 주사제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