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완성차 4개 공장, 밤샘 근무 언제까지?

pulmaemi 2012. 2. 27. 08:00

금속노조 “1조 8시간, 2조 8시간 근무 보장하라”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

국내 4개 완성차 공장(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의 밤샘 2교대 노동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완성차 4개 노조는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밤샘노동 철폐를 요구하며 공동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자동차노조들이 공동투쟁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올해 노사관계에서 자동차산업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 완성차 공장 노동시간, 평균 50시간 ‘훌쩍’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자동차 업계의 근로시간 실태를 점검한 결과 현대차의 주당 근로시간은 최소 46시간15분에서 최대 64시간5분에 달했다.

다른 완성차 공장도 ▲ 기아차 54시간15분~56시간30분 ▲ 한국GM 56시간20분~58시간20분 ▲ 르노삼성 51시간20분~56시간20분으로 현대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에 연장근무 12시간을 포함해 총 52시간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완성차 공장의 평균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인 1749시간보다 길 뿐만 아니라 한국 평균 노동시간인 2193시간에 비해서도 훨씬 긴 실정이다.

◇ 밤샘근무, 건강에 ‘악영향’

지난해 9월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이 심야교대근무 조합원 13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심야교대근무자 3명 중 1명이 수면장애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면보조제에 의지해야 잠을 청할 수 있다고 답한 노동자도 71명에 달했다.

아울러 ▲ 위염 31% ▲ 고지혈증 16% ▲ 고혈압 13% ▲ 위궤양 11% 등으로 인해 의사진단을 받거나 건강검진 상 질병인 것으로 확인된 비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밤샘 근무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노동상담연구소의 한 노무사는 “밤샘근무를 포함한 장시간 근무는 작업장 사고위험을 높이고 뇌심혈관질환, 소화기질환, 우울증상, 수면장애 등을 초래한다”고 경고하며 “또한 심혈관 질환 및 손상 위험도 2배 정도 증가 한다”고 지적했다.

◇ 금속노조,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하라”

이에 완성차 4개 공장 노조는 현재 1조, 2조 각각 10시간씩으로 돼있는 근무시간을 1조 8시간, 2조 8시간으로 조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관계자는 “국제 암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밤샘노동으로 자동차 노동자들은 주당 55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밤샘노동 철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측이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하지만 우리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오는 27일 대의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요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사측 “노조와 협상 통해 해결할 것”

이러한 노조의 요구에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2013년부터 1조(오전 6시30분∼오후 3시10분 근무)와 2조(오후 3시10분∼0시50분 근무)로 나눠 근무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국GM등 다른 완성차 공장도 필요한 라인의 근무시간을 개선하는 등 노조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가 제시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해도 야간 노동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1조 8시간, 2조 9시간 근무를 1조 8시간, 2조 8시간 근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주간연속 2교대제는 노조측과 논의를 통해 마련한 방안이었다”며 “일단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위해 노조와 협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는 단순히 근무형태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시급제로 돼있는 임금제도를 월급제로 바꾸고 노동 시간·강도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도 함께 얽혀 있어 자동차산업의 생산체계와 노사관계에 있어 올해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큰 사안이다.

이 때문에 ‘완성차 공장 근무환경 개선’을 올해 최대 중점사업으로 삼고 있는 금속노조와 완성차 4개사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lgnumber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