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사회

규정뿐인 육아휴직? 저출산 부추긴다

pulmaemi 2012. 1. 17. 09:15

부당해고·권고사직 요구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가 출산장려를 위해 내놓은 정책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먼저 출산휴가 사용률이 너무 적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규직 여성의 출산휴가 사용률은 6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1.22명으로 세계 222개국 가운데 217위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양육비를 지원하는 등 해마다 수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출산을 했을 경우 경제적인 압박이 심하고 아이 양육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여성 직장인이 출산휴가와 관련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기혼 여성 직장인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을 보장 받는다. 또 헌법도 여성의 모성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복직을 할 수 없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실제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제도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채 교묘하게 제제를 피해가고 있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A씨는 지난 해 6월 출산휴가를 받아 아이를 낳은 후 9월 복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복직을 3주 앞두고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 ‘회사 경영방침이 바뀌었다’는게 회사측의 이유였다.

A씨는 “출산휴가에 들어갈 때만 해도 아무런 말이 없었고 심지어 휴가 중 잠시 회사에 나갔을 땐 ‘복직하면 보자’는 말도 했었다”며 갑작스러운 해고가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씨는 지난 해 10월 출산휴가를 받았고 올 해 1월 복직하려 했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복직이 아닌 ‘권고사직’이었다. ‘새로 부임한 팀장이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B씨는 “단순히 같이 일하기 싫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이라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산휴가 후 복직하는 여성들에게 회사가 권고사직을 요구하거나 휴가 전 맡았던 일이 아닌 전혀 다른 업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부 채영이 주무관은 “기혼 여성 직장인은 근로기준법상 90일의 출산·육아휴직이 보장된다”며 “이를 위반 시 고용노동부의 제제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근거와 제제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출산·육아휴직 제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휴가를 줄 경우 기업들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무를 담당하던 여성이 출산을 이유로 휴가를 떠날 경우 기업은 그 자리를 채울 누군가를 새로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약 3개월을 고용하기 위해 직원을 새로 채용하기도 애매하고 설사 채용을 한다고 해도 업무에 바로 투입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 때문에 기업들이 직원에게 출산휴가를 주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여성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법적권리를 누리기 위해선 관련 법 규정에 대한 자세한 홍보와 더불어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구로여성인력개발센터 노희정 간사는 “법으로 정해 놓은 것도 잘 지켜지지 않을 정도면 다른 개선안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직원에게 출산휴가를 부여 할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제시됐다.

노 간사는 “사실 여성의 입장에선 당연한 요구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해인 부분도 있다”며 “여성들이 출산휴가와 함께 정부에서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것처럼 기업에도 일정부분 보상을 해주는 것도 지금의 출산휴가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lgnumber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