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계 질환

시도때도 없이 부글거리는 장···예민한 ‘마음’부터 다스려야

pulmaemi 2011. 12. 21. 08:36

건강한 심신 유지토록 노력 중요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

# 직장인 박모씨는 아랫배가 묵직하게 불편하고 대변을 볼 때마다 변이 가늘게 나온다. 찬 맥주를 마신 날은 꼭 설사를 해 혹시 대장암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대학생 이모씨는 수업시간에 자주 지각을 한다. 아침에 지하철만 타면 배가 살살 아파서 결국 중간에 화장실을 들렀다 오느라 늦는 것이다. 아무리 참아보려고 해도 내려서 화장실에 가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들다.

두 사람의 사례는 전형적인 과민성 장증후군의 증상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배변 양상의 변화와 함께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을 동반하는 특징을 보이는 기능성 위장관질환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능성 질환은 구체적인 장의 구조적 육안적 질환이 없다는 뜻이다.

기질적 질환은 대장암, 폴립, 장염 등 내시경이나 혈액, 대변 검사등에서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니 반면 과민성 장증후군은 여러 검사에서 이상을 보이지 않으면서 환자들이 주관적으로 복부 증상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게서 복통은 단순히 배가 아픈 것이 아니고 배변과 관련돼 있거나 배변 습관의 변화, 비정상적인 배변의 특징을 동반해야 한다.

배변과 관련이 있고 배변 후 완화되는 것이 특징인데 그밖에도 무른 변, 변비, 화장실 가는 횟수의 증가, 복부팽만감, 점액변, 배변 후 불완전한 배출감 등이 나타날수 있다.

전문가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과거 12개월 동안 적어도 12주 이상복부 불편감이나 복통이 있으면서 ▲배변에 의해 완화 ▲배변 횟수의 변화와 함께 증상이 시작 ▲대변 형태(대변의 무른 또는 딱딱한 정도)의 변화를 동반하는 세 가지 특성 중 두 가지 이상이 나타날 때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매우 흔해서 대략 전 인구의 10~20% 이상이 경험한다. 성별에 따른 발생 빈도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흔하고 병원도 여성이 더 많이 찾는다.

또한 여성 환자들이 보다잦고 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연령에 따라 보면 모든 연령에서 발생될 수 있는데 젊은 사람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고 50세가 넘으면 발생률이 감소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소장과 대장의 운동 기능 이상으로 설명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고 내장 과민성, 스트레스등의 심리적 요인, 자율신경계 이상 등도 원인으로 본다.

연세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희 교수는 “최근에는 내장 과민성을 기능성 위장 질환의 중요한 병인으로 생각한다”며 “정상인은 증상이 생기지 않는 작은 자극에도 장이 예민하게 반응해서 과민성 장증후군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는 생활습관 개선이나 스트레스 해소, 심리적 안정 등을 통해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은 호전될 수 있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 중에서 유제품, 카페인, 술, 고지방식, 콩,고기 등을 먹은 후 증상이 악화됐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해당 음식을 조심하게 하는데 모든 환자가 같은 음식에 증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 일괄적으로 음식을 조심하지는 않아도 된다.

이외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정서의 변화가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면 증상은 호전된다. 스트레스가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치료법은 비약물적 치료와 약물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현재는 장의 운동, 팽창도, 긴장도, 내장 감각 등을 조절하는 약물을 비약물적 치료와 함께 사용한다. 최근 내장 과민성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들이 개발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약에 의존하기 보다 비약물적 치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증상 호전이 있을 때는 약을 중단한 후 생활습관 개선이나 스트레스 해소, 심리적 안정 등을 통해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천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과민성 장증후군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나쁜 병으로 발전하지 않는 질환이며 다만 좀 불편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극단적 예로 증상이 심하다 대장내시경 직후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증상이 없어진 환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 교수는 “반면 너무 쉽게 신경성 또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것도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라며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의 도움을받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xfilek9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