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아이에게 적대감 보이는 ‘산모’···혹시 산후우울증(?)

pulmaemi 2011. 12. 1. 09:42

주변의 관심 중요···남편의 역할 중요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

# 얼마 전 출산을 한 J씨는 출산 후 아이가 생김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엄마가 된 기쁨과 동시에 엄마 역할에 대한 두려움과 출산 후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한없이 우울해졌다.

그 후로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감정기복으로 인해 신혼시기에 남편과도 마찰을 빚었다.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와 변한 자신의 외적인 모습이 끝없이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어 일상 속 모든 일에 짜증이 늘어만 갔다. 밤에는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의 불면증 또한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이처럼 산후우울증을 겪는 산모가 늘어나고 있다. 산후우울증은 산모전체의 90%나 되는 산모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하지만 출산 후 주위의 관심은 아기에게 쏠리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알리기는커녕 속병만 앓다가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 구분해야

우선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을 구분해야 한다. 대개 산후우울감은 여성들이 출산 후 정상감을 되찾기 전 며칠만 지속된다. 출산 후 며칠 혹은 일주일 내에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한 이유는 바로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때문인데 이것을 산후우울감이라고 한다.

우울증은 우울감, 흥미나 즐거움의 감소, 체중의 감소 또는 증가, 불면 또는 과수면, 정신성 운동 지체 혹은 심한 불안, 피로감 혹은 활력 상실, 무가치감과 죄책감, 주의집중력 장애,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중 5가지 이상이 발견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을 뜻한다.

순천한대학교서울병원 신경정신과 한상우 교수는 “이런 증상들은 누구나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지만 5가지 이상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산후우울증은 보통 출산 후 4주 이내에 발생하지만 종종 4주 이후에도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산후우울증으로 폭력적 행동도 보여···“우울증은 뇌 질환”

산후우울증을 앓게 되면 우울과 슬픔을 느끼고 주변의 모든 것이 고통스러우며 자신과 아기, 가족에 대한 걱정, 불안을 느낀다. 또 쉽게 지치고 피곤하며 짜증내고 분노한다.

산후우울증은 특히 아기의 건강이나 사고 발생에 대한 부적절한 걱정이 크거나 아기에 대한 관심을 상실하거나 혹은 아기에게 적대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밖에 신체적으로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며 수면 패턴이 변화하거나 불면증이 생기고 식욕 패턴도 아예 먹지 않거나 과도하게 먹는 등의 변화가 생긴다. 또한 온몸이 지치고 늘어지며 신경이 예민해져서 부산스러워지지만 실제 수행은 제대로 못하고 성적 욕구를 상실하기도 한다.

산후 우울증의 증상은 아이 양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에게 부정적인 정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이는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며 향후 학업수행 능력이나 지적 능력의 저하를 보인다. 또한 부모와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또래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한다.

한 교수는 “산후 우울증을 앓으면 아이에 대한 반응도 느리고 관심도 부족해 아이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산후 우울증을 앓은 엄마와 정상 엄마의 아이를 비교해보니 정상엄마 아이의 체중과 키 증가가 더 뚜렷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 자체가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출산으로 인한 현실적 압박, 모성이나 아이에 대한 부정적 기억, 소외감과 단절감, 호르몬의 변화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긴다.

한 교수는 “우울증은 마음의 질환이 아닌 신체질환, 특히 뇌 질환”이라며 “신체적, 환경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도 변화한다”고 조언했다.

◇ 산후우울증, 가장 많은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

산후 우울증에 대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이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선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할 방법을 찾아서 분출해야 한다. 명상이나 요가 등 이완 기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변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부끄러워 말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 협조를 구해야 하며 그것도 힘들다면 전문가에게 상담과 정신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해도 치료가 어렵다면 약물치료를 하는 것 또한 대처 방법 중 하나다.

이와 함께 가족 및 친구들은 우울증 환자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며 환자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좋은 말보다는 그저 공감적 격려와 칭찬이 도움이 된다.

아울러 잠시라도 아이로부터 떨어져 혼자 지낼 수 있게끔 배려해주고 환자에게 화를 내거나 함께 좌절해서는 안 된다.

한 교수는 “가족과 친구의 역할은 우울증 환자의 회복을 돕는 것이지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한 교수는 “산후 우울증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지만 대부분 회복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장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이고 호전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으면 되는 등 우울증은 부끄러운 병이 아니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xfilek9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