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공지영 "성범죄, 여성에겐 살인보다 큰 고통"

29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토론회 열려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

‘도가니’로 큰 파장을 몰고온 공지영 작가가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9일 오후 4시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강당에서 '아동·장애인 성범죄 양형의 개선방안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공씨는 만 20세 대학 재학 시절 성범죄의 대상이 됐던 경험을 회상하며 “저녁미사가 끝나고 가는길에 40대 중반 아저씨가 목을 조르며 성적 접촉을 시도해와 도망쳤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공씨는 “실제로 성적 접촉을 당하지도 않았고 당시 성년이었음에도 그후로 1년 반 동안 밤에 혼자 걸어다닐 수도 없을 정도였는데 아이들에게 성범죄가 미칠 영향이 살인보다 덜할지 의문을 가지고 소설 ‘도가니’를 썼다”며 “성범죄는 여성의 입장에서 살인보다 더 삶을 짓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토론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사후약방문’ 식으로 성범죄 양형이 강화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성폭력 상담소 이윤상 소장은 “화학적 거세, 전자발찌 처벌 대상은 전체 가해자의 1%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양형이 강화됐지만 법정형에 따른 처벌을 실제로 받게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피해자들이 더 많은 피해를 보고하지 못하는지, 피해자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 생각을 해봐야한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주원 교수는 “성범죄 양형기준 자체는 문제가 없을 거 같지만 형을 정하는 과정에 대해 의견을 들어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다음달 19일 공개토론회, 일반인과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의 형량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s-report@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