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알코올성 치매의 시초 ‘블랙아웃’

pulmaemi 2011. 11. 11. 10:42

해마의 신경세포 재생 억제…폭음습관 개선해야

 

[메디컬투데이 박지혜 기자]

아침에 눈을 뜬 순간 지난밤 술자리에서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더군다나 언제,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면?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을 한두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누구나 한번쯤 할 수 있는 실수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큰 사고를 당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뇌 손상으로 기억력에까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흔히 술 마신 후 ‘필름이 끊겼다’고 말하는 단기기억상실이 의학용어로 ‘블랙아웃’이다.

음주 직전에 습득한 정보나 그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지만 유달리 음주 중에 발생한 일은 잘 생각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블랙아웃은 음주 이후의 일정 기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총괄적 블랙아웃과 일정 기간만 생각나지 않는 부분적 블랙아웃으로 나뉜다.

블랙아웃은 음주량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급격한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뇌가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알코올 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기 때문에 즉 블랙아웃은 음주 후 시간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는 시기에 발생한다.

◇ 장기간 반복시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

2002년 미국 듀크 대학의 White교수가 772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블랙아웃 상태에서 경험한 것을 조사한 결과 ‘타인을 공격하는 경우’가 33%로 가장 많았다.

▲돈을 함부로 쓰거나 27.3% ▲성적인 활동 24.8% ▲다투거나 싸움 16.3% ▲기물 파손 16.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심지어 타인에게까지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음주운전도 2.5%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위험한 행동은 알코올이 뇌에 영향을 끼치면서 감정조절에도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블랙아웃이 해마의 신경세포 재생을 억제한다는 점이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지는데 특히 뇌는 다른 장기보다 피의 공급량이 많기 때문에 뇌세포가 손상을 입는다.

즉 블랙아웃 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될 경우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심하면 알코올성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 폭음 습관 개선해야

블랙아웃 현상이 계속 생기는 이유는 폭음하는 음주 행태가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 파편적인 블랙아웃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비교적 낮은 알코올 혈중 농도에서도 기억력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알코올이 뇌에 영향을 미치기 전 간에서 충분히 분해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마셔야 하는 것이다.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시간당 7~10g으로 알려져 있다.

즉 60kg의 몸무게가 나가는 사람이 맥주1병을 마시면 해독하는데 약 3시간이 걸리며 소주 1병을 모두 산화하기 위해서는 13시간이 소비된다.

음주 후 72시간이 지나야 간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기에 술은 천천히 마시고 한번 술을 마신 후에는 3~4일 간격을 두고 술자리를 갖도록 한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최인근 교수는 “블랙아웃은 술 마시는 양과 속도에 비례해 발생한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지혜 기자(jjnwin9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