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적장애인 성관계 시 거부 안해도 항거불능 인정”

서울중앙지법, 3급장애 15세 여학생 강간혐의 남자 2명 유죄 판결

 

［메디컬투데이 문성호 기자］

최근 영화 ‘도가니’로 인해 장애인 성폭행에 대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장애인 성폭행 사건에서 장애인에 대한 ‘항거불능’ 상태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배준현)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3급 지적장애인 김 모양(15세)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 모씨(27세)씨와 박 모(23세)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먼저 박 씨는 지난 3월14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빌딩 주차장 화장실에서 평소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김 양을 불러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더불어 정 씨도 같은 날 오후 김 양을 안양시 만안구의 한 모텔로 데리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건 당시 김 양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능지수로 성에 대한 기초적 인식이 없고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 씨 등이 K양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저항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라는 것을 이용해 성관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K양이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겪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는 데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성임임에도 청소년인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음을 알면서도 피해자를 모텔 또는 남자화장실로 데러가 간음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중한 점 ▲이로 인해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과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는 데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13세 미만의 아동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메디컬투데이 문성호 기자(msh258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