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질환·감염병

줄기세포 이식 에이즈 치료 첫 사례

pulmaemi 2009. 2. 14. 09:21

독일에서 에이즈바이러스(HIV)에 대한 선천적 면역력을 가진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치료한 것으로 보이는 첫 사례가 나왔다.

미국 CNN 방송 인터넷판은 2년 전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 백혈병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미국인 에이즈 환자의 혈액에서 에이즈바이러스(HIV)가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11일 보도했다.

수술을 집도한 샤리테 병원의 게로 후터 박사는 "이식을 받은 지 2년이 흘렀지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HIV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이 수술은 백혈병 치료를 위해 시행됐지만 의료진이 의도적으로 환자에게 HIV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기증자의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이 같은 유전자 변이는 유럽계 백인 1%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매우 희귀한 현상이며 양친으로부터 유전자를 받은 경우 에이즈에 걸릴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의료진은 기증자의 유전자가 환자의 몸 안에 들어가 HIV가 인체 세포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분자인 'CCR5'를 파괴시키면서 에이즈가 치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터 박사는 "HIV가 다시 발견되지 않은 확정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 "이번 결과는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CCR5를 통하지 않고 세포를 감염시키는 HIV의 일종인 'X4'에도 감염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추후 바이러스가 성장해 면역세포를 파괴할 우려가 남아있다.

제이 레비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UCSF) 교수는 줄기세포 이식이 HIV에 감염된 모든 환자에게 효용이 있는 것은 아니며 매우 극단적이고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레비 교수는 이식수술을 하려면 불가피하게 환자의 면역 체계를 파괴하고 감염에 노출되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수술 도중 3분이 1 가량이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