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화학적 거세법, 성범죄자 신상공개 등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국민 정서에 편향해 급조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정부는 조두순 사건, 김수철 사건에 이어 대구 달서구에서 혼자 집을 보고 있던 초등학교 6학년 A양이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 그 가해자가 15세 중학생으로 밝혀지자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31일에는 전자발찌법 개정안이 통과돼 기존 10년 동안 착용하던 전자발찌를 30년으로 늘렸으며 26일에는 여성가족부가 재범 우려가 있는 성범죄자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밖에 최근에는 16세 미만의 아동 상대 성폭력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충동이나 욕구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성도착증 환자에 대해 성욕을 억제하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정안, 일명 '화학적 거세법'이 통과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화학적 거세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이명숙 인권이사는 "성욕이라는 것이 성기에서만 반응하는 것이 아닌데도 이번 법안은 성기중심적 사고방식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인기에 영합한 대책"이라며 "국민들이 아동성범죄에 분노하는 것에 부응해 정부가 졸속으로 대책을 내놓은 꼴"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 역시 정부의 대책이 사건이 터질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내놓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정하경주 국장은 "성범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친고죄 폐지인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친고죄 조항 삭제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눈에 보이는 대책을 만든답시고 화학적 거세법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하경주 국장은 "화학적 거세법은 국민들이 성범죄에 분노하니까 그 마음을 달래주려 만든 대책"이라며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어렸을 때부터 성교육이나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하는 분위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법의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활동가는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법 등의 정책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효율성이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두나 활동가는 "성희롱 같은 경우에는 친고죄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하는데 왜 처벌을 강화하는 식으로만 해답을 찾는지 의문"이라며 "처벌만 강화하는 식의 사회적 분위기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성범죄를 담당하고 있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화학적 거세법을 담당하는 법무부는 정부 정책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친고죄 폐지는 피해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아직 논의하기가 이르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아동 대상 친고죄 폐지는 국민들의 분노가 그만큼 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화학적 거세법은 불시에 호르몬 수치 검사나 약물반응 검사 등을 실시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며 "법 시행 전 1년 동안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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