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질환·감염병

에이즈환자 뇌 일찍 늙는다

pulmaemi 2010. 4. 2. 11:22

기능적MRI로 뇌혈류량 측정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기능적 MRI(fMRI)를 이용해 HIV환자의 뇌혈류량을 측정한 결과, HIV에 대한 감염과 HIV억제요법으로 뇌가 일찍 늙는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대학 신경과 보 안세스(Beau Ances) 교수가 UCSD(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연구팀과 공동으로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했다.

 

2015년에 환자 절반이 50세 이상

 

미국 에이즈환자의 14~18%는 50세 이상이다. 이 연령층은 신규 감염발병률이 매우 높은 군으로, 현재와 같은 경향이라면 2015년에는 이 연령층의 환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HIV감염이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검토한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HIV가 심장, 간, 내분비계, 골격, 신장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의 건강도에 관한 최근 연구에서는 HIV감염으로 신체적 노화가 약 10세 빨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연구자인 안세스 교수에 의하면 HIV가 치매를 일으켰다고 생각되는 환자도 있지만 HIV와 노화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정량화하기는 어려웠다.

 

교수는 “바이러스는 감염면역세포를 이용해 뇌속에 침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뇌속에서는 뉴런에 직접 감염되는게 아니라 뉴런에 해로운 면역인자를 방출하는 지지세포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이 대학의 데이비드 클리포드(David Clifford) 교수는 지난해 HIV관련 치매와 알츠하이머병(AD)의 유사성을 검토하고 Neurology에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AD 진단에 이용하는 인지기능검사를 HIV연구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검사 시간, 에이즈환자의 사회경제적 인자 등의 문제로 검사결과를 표준화하기가 어렵고 이러한 검사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안정시 혈류가 감소

 

안세스 교수는 여러 병원에서 즉시 이용할 수 있는 대체법을 모색하여 비침습적으로 혈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동맥 스핀라벨링이라는 새 기술을 이용한 fMRI에 착안했다.

 

이를 이용하여 HIV감염자 26례와 비감염자 25례의 뇌혈류량을 측정했다. 양쪽군 모두 평균 나이와 학력은 같았으며 뇌혈류장애, 신경정신장애, 물질남용력 등을 가진 사람은 제외했다.

 

측정 결과, 안정시 fMRI영상에서는 비감염 대조군에 비해 HIV감염자군에서 뇌혈류량이 크게 감소했으며 15~20세 연상의 비감염자와 거의 같았다.

 

시각작업을 시켜보면 대부분 작업과 관련한 뇌영역에서 혈류량이 증가했지만 HIV감염자군에서 혈류량 증가 정도가 크고 동일한 작업을 하는데 다른 뇌와 그 지지계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된지 얼마안된 젊은 환자에서도 뇌혈류량은 저하돼 과거 안세스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가 재확인됐다.

 

교수는 “뇌혈류량은 나이가 들면서 낮아지지만 HIV와 항HIV제 그리고 양쪽이 조합되면 나이와는 별개로 뇌혈류량을 더욱 떨어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D에서는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에 뇌에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오래 전부터 인식돼 온 사실이다.

 

뇌는 진행성 손상에 한계까지 순응하기 때문에 한계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증상이 발현한다고 알려져 있다.

 

HIV감염자가 고령화돼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날지는 확실하지 않다. HIV감염자의 투약시작 시기를 판단하는데는 일반적으로 혈중 바이러스량을 측정하지만 이번 연구결과에서는 바이러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도 별도 인자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교수는 “HIV감염자의 뇌혈류량은 15~20세 연상의 비감염자와 같을 때까지 감소했다. 에이즈환자의 고령화를 고려하면 감염이 뇌에 이러한 영향을 준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우려할 만하다. 고령환자가 늘어나고 그 대부분이 기억 등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시작됐다는 불안 때문에 내원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 “조기 치료하면 해로운 영향을 줄일 수 있는지 아니면 치료가 오히려 이러한 해를 더 증가시키는지 알 수 없다. 시급하게 연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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