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암진단 한계…방사선 안전성 위험도 제기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에서 PET-CT의 도입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싼 가격과 쉽지 않은 운용에도 불구하고 최근 병원에서 앞 다퉈 PET-CT를 들여놓는 것은 암을 진단하는데 꼭 필요한 장비라는 당위성 때문이다. PET-CT는 기존의 CT나 MRI 촬영으로 찾아내기 어려웠던 미세한 병소들마저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암 치료 전문 병원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도 PET-CT가 병원에서 각광을 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의사 입장에서도 정확한 진단과 병기 판정을 할 수 있고, 환자 또한 암으로 진단되면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은 것도 이점이다.
한 번의 검사로 전신의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꿈의 검진’이라는 PET-CT의 장점은 3차원적 영상으로 해석이 쉬우며, 민감도가 높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기능성 이상 병소의 정확한 위치 규명과 암 조직의 초기상태․재발․전이 등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암세포의 악성 정도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병원의 경우 정설로 알려진 ‘PET-CT 검사도 일부 한계가 있고 조기 위암, 간암, 전립선암, 신장암이나 방광암을 진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을 무시하고 ‘단 한 번의 검사로 조기에 모든 암을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든 질병 조기발견 '맹신'은 금물
하지만 PET-CT의 건강검진 진단방법이 과학적인 효능이 아직 입증되지 않아 무조건 맹신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회장 김영식 울산의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검사비가 고가인 건강검진방법에 대해 모든 질병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맹신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선별검사가 사망률, 이환율을 줄인다는 양질의 결과가 없는데도 의사들이 감으로 검진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검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학회는 우선 무증상의 건강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암 선별검사와 암이 의심되거나 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암 진단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선별검사의 조건으로 △발견하고자 하는 질병 자체가 흔해야 한다 △조기 발견에 따른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있어야 한다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안전한 방법이어야 한다 △ 검사방법이 정확해 민감도, 특이도, 예측도가 모두 높아야 한다 △비용이 저렴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이어야 한다 △일반인이 그 검사방법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조기발견이 사망률을 낮추는데 도움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일본이 1990년부터 2003년까지 4만2150명(49.5세)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서 위암진단을 받은 636명을 추적한 결과에서는 위암 조기검진으로 위암 사망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경우 1989, 1994, 1999~2000년 4394명(60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호트 조사에서 위암진단을 받은 85명을 대상으로 추적한 결과 위암 조기검진으로 위암 사망률 감소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더욱이 조기 암 환자는 진행된 암 환자보다 예후가 좋아야 하고, 암 조기발견의 궁극적인 목적인 완치가 가능한 암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치가 불가능한 암(진행된 췌장암 등)이나 치명적이지 않은 암(갑상선암 등) 검진의 경우 이득이 없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임상건강증진학회는 적절한 치료방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선별 검사를 통해 질병을 일찍 발견하는 것이 단지 환자가 질병에 걸린 사실만을 알려줄 뿐이며,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선별 검사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기발견으로 완치 가능해야 이득
더욱이 암 진단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좀 더 세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의 자료를 보면 PET-CT로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 28%에서만 암으로 판정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양성종양이나 결핵 등 염증에도 포도당 대사가 증가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의 디터 우케나(Dieter Ukena) 교수는 폐암 진단에 표준검사법으로 인식되는 PET-CT를 치료 결정의 근거로 삼아선 안된다고 독일암회의에서 보고하기도 했다.
그는 환자 350예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PET에서 발견된 폐외 병변의 50% 미만은 원격 전이가 아니라는 결과를 얻었다며,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다른 검사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PET-CT는 당뇨환자에게 제한을 받으며, 위양성률이 높고, 국소화 병변에 대해서는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해상도에서도 1cm 미만 종양은 분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점막에 국한된 위암이나 식도암의 경우 염증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도 PET-CT가 모든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장비라는 환상을 깨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암 자연발생률 1/5불과…장기노출 영향 우려도
PET-CT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방사선 노출 위험이다.
우리가 살면서 태양이나 땅으로부터 노출되는 자연방사선은 2.5mSv 정도다.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는 1mSv로 규정됐는데, 이는 자연방사선이나 의료용 방사선을 제외하고 추가적으로 받는 선량을 규정한 것이다.
흉부X선 검사는 0.1mSv를 피폭받고 CT검사는 8mSv, PET은 10mSv다. 반면 PET-CT는 20mSv로 이들에 비해 높은 피폭량을 보인다.
방사선 피폭에 따른 암 발생 위험도는 10mSv 당 1/2000로, 이같은 수치는 미국의 암 자연 발생률인 1/5에 비해 적은 것이다. 하지만 PET-CT의 경우 선별 검사로 사용이 증가하면 방사선 관련 암 발생 위험은 공중 보건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크다.
더욱이 방사선에 의한 피해의 경우 즉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훨씬 후에 발현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밝히기도 쉽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방사선 노출 문제는 국민들의 정서와 맞물려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최근 전국 13개 지역에서 최근 1년 이내에 X-선 검사를 받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자 인식도 조사결과에서는 응답자의 51.5%가 불안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안전하다는 반응은 19.7%에 그쳤다. 이에 따라 방사선 검사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상건강증진학회는 PET 검사는 암 건진을 위한 매력적인 검사로 역할이 기대되지만 PET 검사로 발견된 암의 빈도에 대한 자료만으로 기존의 특정 암 치료가 인정된 검사를 대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향후 암의 선별검사로서 민감도와 특이도를 더욱 높이고, 안전하게 검사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1차의료에서는 암 검진에서 PET의 제한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불필요한 이용을 줄이고 진정한 건강증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PET-CT를 선별검사로 권유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하고 "PET-CT의 한계와 숨겨진 위험성을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PET-CT 검진의 경우 비용적인 문제보다는 의학적·보건학적 관점에서 먼저 다뤄져야할 것이라며 개별적인 검진은 이득과 손해를 잘 알고 난 후 실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한핵의학회의 한 임원은 "핵의학 전문의가 있는 병원의 경우 PET-CT가 갖는 장점과 함께 한계점에 대해서도 환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PET-CT는 기존 검사에서 놓치기 쉬운 작은 암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물론 한 번의 촬영으로 전신을 검사할 수 있으며, 암이 발견될 때 바로 치료 방침을 세울 수 있는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암 검진에 유용한 장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