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에 장문의 글 기고 “그에겐 인본주의 살아있다”
[데일리서프]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15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미네르바가 2008년 가장 뛰어난 경제스승인 다섯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미네르바 구속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세히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나 때문에 미네르바가 유명해진게 아니라, 미네르바 때문에 내가 더 알려진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글을 왜곡해서 전달한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교수의 이 글은 무려 원고지 70장 분량으로 작성하는데 14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는 글에서 ‘미네르바가 가장 뛰어난 경제스승인 5가지 이유’를 밝혔지만, 원래 계획은 10가지 이유였고, 나머지 5가지 이유에 대해서도 조만간 게시판을 통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미네르바는 수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은 옳은 글을 2008년에 누구보다도 많이 썼고,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경제관련 글을 쓴 사람으로는 으뜸”이라는 이유이다. 그는 이미 박씨가 체포되기 하루 전인 지난 9일 일본 TBS와의 인터뷰에서도 ‘솔직히 미네르바의 절반만큼이라도 경제에 기여한 개인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이처럼 미네르바를 평가하는 것은 “자유의사로 자기가 읽을 글을 선택하는 아고라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와 찬성수는 ‘훌륭한 스승’의 잣대로 객관적”이라는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미네르바는 인본주의에 기반한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미국경제학에는 사람이 빠져 있고, 나도 그런 부족한 경제학을 배운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보통사람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배어 있고, 잡혀서 강압하에 쓴 글에서도 자영업자 걱정을 하는 선한 자” 미네르바의 글을 칭찬했다.
세 번째 이유로는 “어려운 경제문제를 쉽게 써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을 꼽았고, 네 번째로는 “내용이 정확한 글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한 것”을 꼽았다.
마지막 이유로는 “박모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면 일류대학을 못 나오고 젊은 사람이 그렇게 좋은 글을 썼다면 더욱 존경할 일”이라고 밝혔다. 오바마의 연설문을 쓴 Jon Favreau도 27세 약관의 나이였고, 대학도 그리 유명하지 않은 학교임을 지적하면서, 그의 학벌을 무시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이유로 인해 촛불시위와 함께 미네르바의 인기를 2008년의 가장 밝은 사회현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박모씨의 구속적부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쓰여진 글이었기에, ‘한가닥 희망을 가져본다’고 밝혔지만, 결국 15일 저녁 미네르바의 구속적부심은 기각됐다.
하승주 기자
[관련기사]
▶ 김태동 “사실 미네르바는 정부가 제일 존경하는 것 같다”
▶ “내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 극찬
다음은 김태동 교수의 글 전문
미네르바가 2008 가장 뛰어난 경제스승인 다섯 가지 이유
미네르바라고 검찰이 주장하는 박모씨가 체포된지 1주일이 지났다. 오늘은 구속적부심이 있는 날이다. 지난 5일간 예정되었던 여행을 하고 내 이름으로 검색을 하니 많은 글이 언론을 통해 나와 있었다.
토요일에 여행을 떠났으니까 지난 주 목요일, 금요일에는 인터뷰에 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중동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면 결과가 더 안 좋고, 따라서 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가 짧은 공직생활 경험에서 배운 교훈이다. 휴대폰으로 어느 신문사에서 온 전화인지는 사전식별이 안되기에 여행전에도 휴대전화를 꺼놨었다.
미네르바 체포소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YTN을 통해서도, 인터넷을 통해서도 아니었다. 11월 어느날 인터뷰를 한 KBS 젊은 PD를 통해서였다. 검찰은 나이 31, 전문대 출신 백수를 미네르바라고 잡았다고 하는데 코멘트 해달라는 거였다. 나는 코멘트할 준비가 안 되었다고 사양하였다. 이어서 급히 미네르바의 글 일부를 다시 읽었다. 한 시간쯤 읽어가면서,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30의 전문대 출신 경제학 비전공자가 쓸 수는 있다. 그러나 금융기업 근무 경력이 없는 사람이 쓸 수는 없다.
무역업체의 리딩, 리깅은 국제금융론 학생들에게 시험문제로 냈던 것인데, 맞추지 못한 학생이 많다. 투신의 다이나믹 헤징이나, 엔캐리 크로스 거래는 국제금융론이나 화폐금융론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금융시장 사람들만이 이해하는 전문용어이다. 물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런 용어를 뜻도 모르면서 인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글은 대부분 전문용어를 정확히 인용하고 있다.
나의 판단에 자신했을 때 머니 투데이에서 전화가 왔다. 그래서 ‘미네르바의 글은 금융시장종사 경험이 없는 사람이 쓰기는 대단히 어려운 글’이며 따라서 ‘글을 통해서 느껴지는 미네르바와 검찰이 잡은 미네르바는 매치가 잘 안된다’는 요지로 인터뷰한 것이다.
미네르바 체포 뒤, 나의 첫 번째 아고라 글(11월 18일)이 계속 왈가왈부되고 있다.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이라고 해서 미네르바거품에 놀아난 조연 역할을 했다는 식으로 조중동이 기사로, 사설로 비난하고 있다. 다른 건전언론에서는 ‘미네르바 인기는 촛불시위처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를 이야기한 것도 환기시키고 있다.
11월 18일 ‘미네르바는 현재 가장 뛰어난 우리의 경제스승’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KBS TV가 나의 인터뷰 내용을 앞뒤를 자르고 찬반이이 불분명하게 해서 방송하였기 때문이다.
진짜 미네르바를 위하여, 그리고 미네르바가 누구로 밝혀지든 미네르바의 글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미네르바가 경제스승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자세히 말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는 검찰을 믿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도 구속된 박모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는 확신은 없다. 12월 29일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20억불의 손해가 났다는 검찰의 주장은 역설적으로 검찰이 잡아 놓은 박모씨가 진짜 미네르바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외환시장과 경제를 그토록 모르는 검찰이 미네르바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더욱 힘든 일이고, 그렇게 무리한 수를 쓰는 검찰이라면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PD수첩 수사를 맡았던 임수빈 부장검사가 사표를 낸 일도 있지 않은가?
이 글에서는 박모씨가 진짜 미네르바든 가짜 미네르바든 상관없이 성립되는 이유를 주로 쓰겠다. 그러나 잡힌 박모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는 전제에서 쓰는 부분도 상당부분 있을 것임을 말씀드리며, 이런 점에 대하여 아고라인의양해를 구한다.
첫째, 미네르바는 수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은 옳은 글을 2008년에 누구보다도 많이 썼다.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경제관련 글을 쓴 사람으로는 으뜸이라는 것이 나의 평가이다. 이게 나만의 주관적인 평가인가?
스승이란 무엇인가? 남에게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대학교수나 초중등 교사만 스승이 아니고 누구든 말이나 글로, 더 좋게는 행동과 실천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스승이다.
미네르바의 글은 아고라에서 단연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고, 최다 찬성수를 기록하였다. 나는 아고라에 초짜라서 확신은 없다. 누구 딴 사람이 있다면 제발 알려주시라.
아고라는 정보소통의 장이자, 교육의 장이다. 등록금도 없고 입학식, 졸업식도 없지만 어느 언론이든 교육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 교육의 장에서
미네르바는 본인이 스승이 될 의도도 없었을 텐데 학생수가 가장 많은 스승이 된 것이다.
하버드대등 미국의 일류대학들도 학생들이 학점 잘 주는 교수의 과목만 골라서 지금까지도 개선책을 찾지 못해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에는 그런 문제도 없다. 자유의사에 의해 자기가 읽을 글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버드대 성적증명서나 학생수 많은 교수 순서보다 아고라 조회수, 찬성수가 ‘훌륭한 스승’의 잣대로 더 객관적일 수 있다.
조회수나 찬성수는 공짜로 얻는게 아니다. 나는 이것을 미네르바 덕분에 뼈저리게 깨달은 사람이다. 나도 욕심이 있는 사람이다. 조회수가 많아져야 아고라에 글 쓴 보람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한다. 하나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네르바는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일정한 시점이 지나서는 많은이가 의례 읽어야 할 정도의 높은 믿음을 얻게 되었다. 많은 이의 공감을 얻느냐 못얻느냐가 관건이다. 미네르바의 인기도 남모르는 노력과 창의의 산물이라 짐작된다. 그에는 못미치지만 짱님이 제시한 1백인 경방의 고수들이 있다. 다른 네티즌은 다른 순위를 제시할 것이다. 그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조회 1위가 탄생하는 것이다.
미네르바 글이 다 삭제되어 지금 확인할 수는 없으나, 그의 글이 첫날부터 많은 이의 사랑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 하나하나에 대한 조회수 추이를 알고 있는 분이 계시면 댓글에 남겨 가르쳐주십시오) 인터넷 스승은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독자의 격려 댓글은 그에게 힘을 주었을 것이고, 또 어떤 댓글은 미네르바에게 무엇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학구열을 주었을 수도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훌륭한 스승이 인터넷에 등장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11월 18일 글에서 “현재 가장 뛰어난 경제스승”이라고 ‘현재’라는 말을 붙였던 것이다.
조중동은 내 개인이 경제스승으로 모신 사람이 나이 30, 무직, 비전공자라는 식으로 왜곡한다. 과연 왜곡의 달인들이다. 나는 국민의 경제스승이라고 평가했지 나의 경제스승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많은 경제학 지식과 경제철학을 가르쳐 주신 변형윤, 이현재, 조순 선생님 (가나다순)을 나는 모두 존경한다. 또 Yale대의 고 Tobin 교수, 거품붕괴를 예견한 Shiller 교수 등도 존경하는 스승이다. 나의 스승은 이런 분이고, 존경하는 스승이 많다는 것은 너무 복된 일이다. 내가 제자들에게 부족한 교수이어서 그것만 부끄러울 뿐이다.
나는 미네르바가 절필을 선언한 이후 그것이 계기가 되어 미네르바를 처음 알게된 사람이다. 신문기사에 미네르바 절필선언이 나오기 전에는 그런 사이버 논객이 있는지도 몰랐다. 내 아우가 아고라의 중요성을 피력할 때도 마이동풍이었던 사람이다. KBS 왜곡보도가 없었다면, 그리고 KBS의 왜곡보도에 네티즌 항의가 그렇게 거세지 않았다면, 지난주 체포전까지 나는 미네르바가 누군지 몰랐을 것이다. 내가 미네르바를 알게 해준 KBS와 아고라인들에게 감사한다.
절필선언 이전에 이미 미네르바는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수많은 글을 통하여 아고라인에게 가장 높은 신뢰를 받고 있었다. 나의 11월 18일 글은 이런 미네르바 인기를 대통령이란 쉬운 말 대신 경제스승이란 어려운 말로 표현 한 것뿐이다. 따라서 내 글 때문에 미네르바 거품이 커졌다는 조중동 어딘가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이건 아고라인이라면 모두 아는 일이다. 인과관계를 뒤바꿔버리면 곤란하다. 나 때문에 미네르바가 유명해진게 아니라, 미네르바 때문에 내가 더 알려진 것이다. 왜곡보도로 진짜 미네르바에게 또한번 미안하게 되었다.
한국인의 2008년 경제스승은 아고라에만 해도 여러분 있는데, 미네르바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모두 망라해서 적어도 2008년에는 가장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인물이라는 점을 ‘현재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으로 표현한 것이다.
온라인세계에서 개인으로서는 가장 영향력이 컸다는 점에 별 이견은 없을 것이다. 오프라인을 포함해서도 영향력 큰 개인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이 사람이 2008년에 더 큰 좋은 영향을 경제에 주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부디 그 사람 이름을 댓글에 남기시라.
나는 미네르바 체포 하루전 일본 TBS와 한시간 넘게 인터뷰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네르바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중 하나가 “미네르바만큼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말씀해달라”는 거였다. 나는 잠시 생각한 뒤 신중하게 대답하였다. “솔직히 미네르바의 절반만큼이라도 경제에 기여한 개인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나는 참여연대나 경실련 같은 시민단체를 생각하였다. 그들이 단체 전체로는 아마 미네르바보다 더 큰 일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 개인으로는 어떨지 나는 모른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교수, 참여연대를 통해 재벌문제 개선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김진방교수 이런 분은 나에게 직간접으로 가르침을 주시는 나의 스승이다. 그러나 미네르바만큼 2008년에경제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박원순 변호사도 법률가지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이다. 장하준교수도 있다. 이런 훌륭한 분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내가 천학비재한 탓인지 지난 일주일 아무리 더 생각해도 1월 8일 TBS와의 인터뷰에 대한 대답을 바꿀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2007년 문국현씨의 영향이 컸다면 2008년은 미네르바의 영향이 컸다.
子曰, 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자왈, 삼인행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원래 《논어(論語)》의 〈술이편(述而篇)〉에 나오는 말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 중에 선한 자를 가려서 따르고, 선하지 못한
자를 가려서 자신의 잘못을 고쳐야 한다."고 공자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둘째, 미네르바는 인본주의에 기반하여 글을 썼기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판단된다. 악한자도 스승이 될 수 있다고 공자는 말씀하셨는데, 미네르바는 선한 자로서 영향을 준 것이다. 사람을 존중하면 선한 자일 가능성이 높다. 미네르바의 글에는 보통사람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배어 있다. 잡히고나서 강압하에 쓴 글에서도 자영업자 걱정을 하는 사람이다.
미국경제학에는 사람이 빠져 있다. 나도 그런 부족한 경제학을 배운 사람이다. 사회과학에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이 빠져있다는 것은 큰 결함이다. 분야로 나누어 노동경제학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노동경제학조차 자본의 논리로 본 노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로 이러한 주류경제학의 결함이 한국경제의 안정과 발전에 경제학자들이 주권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아고라에 작년 11월 처음 들어와 보고 놀란 것중 하나가 많은 분들이 자신을 천민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스스로를 비하하는 표현을 쓰는지 나는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 짐작은 자신들 살아가기가 너무 힘든 점, 그렇다고 뾰족한 희망도 안 보이는 점, 누구하나 위로하는 사람도 찾기 어려운 사회, 이명박 정권의 소수특권층 위주 정책에 대한 반감, 이런 것이 만들어낸 말이 아닌가 싶다.
박모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면 본인의 생활이 팍팍하니까, 보통사람들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이 그만큼 덜 어려웠을 것이다. 검찰이 진짜임을 주장하려면 이런 걸 왜 부각시키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는 수구언론 덕택에 박모씨의 이름 석자를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결시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박모씨라고 표현함을 양해하시라)
이런 사람들에게 미네르바의 글은 희망을 주었다. 천민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셋째, 미네르바는 어려운 경제문제를 쉽게 써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도 난해한 시가 있고, 쉬운 시가 있다. 그건 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므로 호오의 문제이지 선악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에 관한 글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이해하게 쉽게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더 어렵다. 지금도 궁리출판사와 책 한권을 준비 중이지만 지지부진하다. 내가 아는 것을 쉽게 표현하는 것이 열쇠인데, 그 작업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천민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고 그들이 쓰는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정부정책의 잘못을 핵심을 잘 짚어 지적한 글을 미네르바는 많이 썼다. 제대로된 정부라면 MBC 신경민 앵커의 말대로 이런 사람의 주장에 경청해야 하는데, 반대로 잡아넣다니.....
2008년의 한국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설명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미네르바는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였다. 이런 사람을 훌륭한 스승이라고 존경해야지, 나이 어린 백수라고 조롱해서 되겠는가?
넷째, 내용이 좋은 글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한 것도 많은 이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이유인 것으로 판단된다. 글을 읽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확하면서도 신속할 것을 요구한다. 언론사의 보도부문 일하는 사람은 속보성을 생명으로 한다. 신문사의 상임, 비상임 논설위원 중에서도 같은 조건하에서 남보다 빨리 글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할 것이다.
나같은 사람은 이런 점에서 미네르바와 비교될 수가 없다. 너무 느리다. 워드치는 속도도 느리고, 검색하다가 헤매느라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글을 빨리 쓰려면 평소에 해당 이슈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모르면 알아내는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신속성과 정확성은 상충관계에 있다.
그런데 미네르바는 신속하면서도 동시에 정확한 내용의 글을 써서 소비자를 크게 만족시킨 것이다. 짧은 기간에 어떻게 그런 자질을 키우게 되었는지 나는 그것을 배우고 싶다! 배운다고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배워야 산다.
박모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체포, 구속되었다. 박찬종 변호사가 지적하였듯이 12월 29일 미네르바가 썼다는 내용은 허위사실이 아니다. 12월 23일 전후로 환율이 하락세를 연말까지 보였는데, 그건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의한 것이었다. 정부가 연말환율을 낮추기 위해 보유외환 매각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은행과 대규모 달러 수요처를 옥죄고 있다는 뉴스를 나도 접하고 있었다. 그 자세한 내용은 미네르바 체포 뒤 한겨레 신문에 보도되었고, 내가 아고라에 1월 8일 올린 글 <한국, 4개월째 외환위기로 고통>에 인용한 이미란 기자의 ‘2008년 12월 30일 서울 환시엔 무슨 일이’라는 글에도 상세히 나와 있다. 여러분도 이미란이란 이름으로 검색해 보시라. 일부를 다시 한 번 인용한다.
- 당국은 개입과 같은 직접적인 방식 외에 은행권과 기업에 구두로 달러 매수 자제 요청을 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각 시중은행 선임딜러들과 모임을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현재욕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하고 딜러들에게 결제 수요의 분산처리와 롱플레이 자제를 주문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9일 오후 늦게 각 은행에 전화를 걸어 불법 환거래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을 알렸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30일 각 은행에 전화로 수출업체 네고 물량의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신속히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외환당국과 감독당국의 구두 요청은 시장 참가자들의 롱심리를 크게 약화시키는역할을 했다.
- 지난달 30일 서울환시에서 은행권 참가자들의 롱플레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일 대규모 결제 수요를 내놓았다가 당국과 언론으로부터 눈총을 받았던 대기업들 역시 달러 매수에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 대기업은 전일 달러를 대규모로 사들인 후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다음날 속죄의 의미로 1억달러 가량을 내다 팔기도 했다.
나는 12월 29일 미네르바의 두시간 생명 글을 읽지 못하였다. 검찰이 문제삼는 구절 앞뒤를 모르는 한계하에 말씀드린다. 기획재정부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전방위 개입을 하던 상황을 이미란 기자는 무슨 이유에선지 뒤늦게 일주일 지나서 기사화하였다. 재벌까지 벌벌 떨게 만든 상황에서, 진짜이든 가짜이든 미네르바가 상황을 90%는 정확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전달한 것이다. ‘달러매수금지 긴급명령’이란 표현은 부정확하였지만 위 이미란 기자의 보도 내용이나 재벌도 벌벌 떤 상황과 비교해 볼 때,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어딘가 누구에선가 미네르바는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한두다리 건너다 보면 일부 표현은 누락되고, 중요한 부분은 강조되는 게 통례이다. 미네르바가 진짜라면 알고도 의도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11월초 정부의 압력을 느끼고 절필선언을 한 사람이 다시 글을 쓸 때는 나릅대로 더 조심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표현상 부정확함이 있다면 그 책임은 쉬쉬하면서 몰래 전근대적 야만적인 방법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정부에게도 있다. 제1외환위기때도 나는 이런 야만적인 방법으로 외환수요자에게 개입하였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다. 정부행태로 미루어 이번 제2외환위기는 12년전 제1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가 보다. 쿠데타가 휴대전화와 인터넷 때문에 불가능해졌다는 말이 있다.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외환시장개입방법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에 정보를 차단하고 개입하겠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세상은 앞으로 가는데, 거꾸로만 가려는 정부에 문제가 있고, 그런 시대착오적 행태를 반복하는 정부가 공익을 해치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12월 19일 글로 나라가 20억불 손해를 보았다는 재정부와 검찰의 판단은 허위사실임이 분명하다. 이 말을 한 공직자는 미네르바를 나보다 백배는 더 존경하는 사람인가 보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의 시자, 외환의 외자도 모르는 무식한 자이거나....
20억불의 근거로는 평소에 비해 높아진 달러 거래량을 기준으로 한 것 같은데 이런 기준설정 자체가 잘못이다. 시장은 연말까지는 정부개입으로 환율이 내려가고 새해가 되면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 예상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29일, 30일에 달러수요는 증가한다. 따라서 30일 거래량이 폭주한 것은 순전히 정부의 개입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미네르바에게 덤터기 씌우다니!!! 이런 정부의 무지함과 옹졸함은 더 많은 사람을 MB정권으로부터 갈라 놓을 것이다. 미네르바는 누명을 썼으나, 재정부와 검찰이 여당이 아니라 야당을 도와주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도 실시간으로 한국을 모니터하고 있다. 그들은 얼토당토 않은 허위사실 유포죄 씌우기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국가신용도가 그들 마음속엔 이미 내려가 있을 것이다. 30대초반 백수와 무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 한국정부, 이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국격(國格)이 떨어진다. 한국이 이토록 후진된 나라인가?
허위이지만 20억불이 미네르바 때문에 추가로 보유외환을 판 것이라고 치자. 그게 왜 다 손해인가? 12월 30일 평균환율은 1,257원 50전이다.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려면, 재래시장 상인에게라도 물어보시라. Friendly한 재벌총수의 자문이라도 받으시던가. 2,500원에 산 것을 1,250원에 팔면, 절반 손해보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5년만에 이익이 났다는데, 그동안 보유외환의 취득가격이 얼마이길래 20억불 피해론이 나오는가? 한국은행이 분식회계를 했단 말인가?
앞으로의 예상손실이 그렇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환율이 2,500원까지는 올라야 정부 계산이 맞게 된다. 아아, 주가 3천을 예측한 대통령을 공무원들이 이토록 무시하고, 엄청난 환율 예측을 했단 말인가? 이런 공무원이야말로 대통령 욕보이는 괘씸죄로 잡아넣어야 하지 않는가?
(20억불 문제는 지면관계로 이만 줄이고, 필요하면 다음 기회에....)
다섯째, 잡힌 박모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면 이는 더욱 놀라운 일이다. 일류대학을 못나오고 젊은 사람이 그렇게 좋은 글을 썼다면 더 존경해야 할 일이다.
나는 금융경력이 없다는 것만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지, 나이와 경제전공 여부로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나이 30에도 얼마든지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 윤동주의 서시는 몇 살 때 쓴 것인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글은 사실 젊을 때 더 쓰기 쉬운 것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오바마가 취임식을 갖는다. 오바마의 취임연설을 누가 작성하고 있는지 아는가? 27세 (한국 나이 28세)의 Jon Favreau이다. 그는 5년전 Kelly 민주당 후보를 위해 좋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뒤 Kelly의 추천을 받아 오바마 캠프에 합류하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글을 쓰는 것은 나이순이 아니다. 젊은 사람이 썼다고 무시할 일은 더욱 아니다.
Favreau도 박모씨처럼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유학했던 Yale대에서 멀지 않은 College of the Holy Cross를 나왔는데,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데도 나는 그런 학교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University가 아니고 College이다. College 중에서 35위(US 뉴스 & World Report 평가)의 순위를 가진 학교이다. 박모씨 배출한 전문대는 박모씨를 자랑해야 할 것이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글을 남긴 사람은 글로 평가하면 된다. 글이 정확했는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는지 그런 걸로 평가하면 된다. Favreau는 그렇게 평가되어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사까지 쓰지만, 우리 미네르바 또는 박모씨는 좋은 대학 못나온 젊은이라는 기준으로 그가 쓴 좋은 글들이 매도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미국사람들은 이해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주권자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전근대적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치원부터 영어몰입교육하는 것이 선진국되는 길은 아니다. 학력맹신경향, 나이들수록 유능하다는 생각, 이런 걸 버리는 교육을 하는 것이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나는 박모씨가 50대 증권맨 경력이 아니라 진짜 미네르바라면 더 존경할 것이다. 그렇게 영향력이 큰 글을 어떻게 벌써 쓸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이라도 석방되어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배우고 싶은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려면 검색어를 입력해야 한다. 검색어를 잘못 선택하여 입력하면 바라는 검색결과를 얻을 수 없다. 어떻게 생소한 경제분야에 대하여 빠르게 검색이 되었는지 그 비결을 묻고 싶다.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Marshall은 ‘찬 이성, 더운 가슴’을 좋은 경제학도의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어디 경제학 뿐이랴. 모든 사회과학, 아니 자연과학까지도 개인의 사익이 아니라 public interest 즉 공익을 위해 젊음을 바치는 이들에 의해 발전해오지 않았던가? 짐작컨대 미네르바는 우리나라의 어느 누구보다 경제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걸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passion)이 컸기에 좋은 글을 많이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박모씨의 경우라면 많은 책을 택배로 샀다는데, 그런 열정이 학력과 나이와 비전공의 불리함을 극복하고도 남았으리라.
미네르바가 경제학 비전공자라면 그게 좋은 경제글을 쓸 수 없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머리는 1%, 노력은 99%’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의 학교성적이 우수하지 않았음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학교에서는 평범하였으나 사회에서 큰 그릇 역할을 한 사람들을 잘 알고 있다.
공부란 숨쉬는 것처럼 죽을 때까지 하여야 하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도
一日不讀書 口中生型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이라 말씀하셨다. 백년전에도, 아니 수천년전부터 이 말은 진리이다. 21세기 정보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같은 노인들이 인터넷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지, 자기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감추면서 인터넷에서 배우는 사람들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촛불시위와 함께 미네르바인기를 2008년의 가장 밝은 사회 현상으로 평가한다. 하나는 깨어있는 주권자의 행동으로, 하나는 깨어있는 주권자의 가르치고 배우는 것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
이런 수준 높은 주권자가 많아지는 한 한국의 장래는 밝다. 매일 어느 통로를 통해서든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능력있는 주권자가 많아지면 그런 정보수요, 교육수요를 충당해야할 공급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독재사회는 주권자의 눈과 귀를 막지마는 민주사회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쿠데타가 불가능하게 된 것을 수구층도 믿게 된 것처럼, 이번 미네르바 추정인물의 체포구속을 계기로 정보의 차단이 그 어떤 악법으로도 불가능하며, 그걸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정권 인기도 떨어지고, 경제도 엉망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이 또 길어졌다. 14시간이 걸렸다. 준비한 것은 열가지 이유였는데 절반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나 자신 힘들고 능력의 부족함을 새삼 느끼지만 공익을 위해 조그만 노력을 계속하겠다. 이 글이 부족하고 핵심을 비껴간 측면이 있을 것이다. 아고라인 여러분은 왜 그토록 미네르바에 열광하시는가? 제가 미처 지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가르침을 주시라.
미네르바의 적부심은 어떻게 되고 있나? 한가닥 희망을 가져 본다
[데일리서프 주요기사]
▶ MB 진짜 화제발언은 몽땅 빼버린 'MB어록집' 청와대에서 냈다
▶ 전여옥이 감동해 잠을 설쳤다는데 왜?
▶ 좌충우돌 ‘전원책 원맨쇼’로 끝난 <100분 토론> 유감
▶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강만수 장관이?
▶ '저승사자' 박재승 ‘미네르바 수호천사’로 떴다
▶ 포스코 회장 사임은 만사형통 이상득 형님께 밉보였기 때문?
▶ “검찰권 시류편승 안돼” 서울고검장 퇴임사 화제
▶ 박희태 한나라 대표, 인천 부평을 재보선 출마설...최대 승부처 부상
▶ 박근혜, 또 MB법안 강행에 쓴소리
▶ 러시아 대통령, MB와 너무 비교되네! 뭐가?
▶ 문국현 “MB,재벌과 동창 너무 사랑해 군과 국민 버렸다”
▶ 박선영 “한상률 파동, 삼류소설같이 지저분”
'청량한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네르바, 고마워요! (0) | 2009.01.19 |
---|---|
KBS 기자협회 “살인적 중징계,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0) | 2009.01.19 |
청소년들 '미네르바 사태' 논하다… "잡혀가는 거 무섭지 않다." (0) | 2009.01.19 |
신동아 “미네르바는 1명이 아닌 7명” 검찰 ’그럴리 없다’ 반박 (0) | 2009.01.19 |
英 이코노미스트 “권력쇠망치에 압살당하는 온라인” (0) | 2009.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