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사회

청소년들 '미네르바 사태' 논하다… "잡혀가는 거 무섭지 않다."

pulmaemi 2009. 1. 19. 07:18

"미네르바 구속이면, MB는 무기징역감"
[짱돌토크] 청소년들 '미네르바 사태' 논하다… "잡혀가는 거 무섭지 않다."
 

(레디앙 / 손기영 / 2009-01-16)


'미네르바 사태'로 연일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편에는 '진짜 미네르바'에 대한 진위여부와 그의 전문대 졸업, 무직 이력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법당국의 부당수사와 사태 이후 벌어질 인터넷 여론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가운데, 법원이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적부심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 오후, <레디앙>은 '웹 2.0 세대'로 불리는 동갑내기 10대 네티즌 3명과 '미네르바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왼쪽부터 한지혜 양, 정재호 군, '안단테(본인요청으로 모자이크 처리)' (사진=손기영 기자)

우선, 실명을 밝히기를 거부한 '안단테(닉네임, 19)'는 지난해 여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 때,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을 벌여 130만 네티즌들의 동참을 이끌어 낸 대표적인 청소년 논객이다. 그는 현재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연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바이러스'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재호 군(19)은 지난해 7월부터 인터넷신문 <바이러스>에서 청소년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이길준 이경 양심선언, 일제고사 교사징계 문제 등 10여 편의 기사(☞ 기사 보기)를 쓴 바 있다. 또 지난 12월 학업성취도평가 당시 <아고라>에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한 청소년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난다'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한지혜 양(19)은 지난해 4월, 반복되는 학교생활이 싫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탈학교 학생’으로서, 자신의 블로그에 인권, 교육문제에 대한 '탈학교 학생'의 시선을 담은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현재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와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모임 SAY NO'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10대 네티즌들과 나눈 '짱돌토크' 전문.


짱돌 하나 - 미네르바 구속, MB는 무기징역감?

안단테(닉네임) = "작년 4월 다음 <아고라>에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서명운동을 제안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인터넷에서 반응이 대단했죠. 논란이 커지자 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고 하다가, 미성년자이고 당시의 여론을 감안해서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었어요. 사실 그때는 정부의 힘보다 촛불의 힘이 더 강했잖아요.

▲ 한지혜 양 (사진=손기영 기자)

촛불이 동면기에 접어들었는데, 올봄에 다시 촛불이 깨어나지 못하게, 아니 영영 잠들어버리게 만들려고 비판적인 네티즌들의 입을 아예 막으려는 것 같아요.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을 뻔한 제가 보기에, '미네르바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온라인 상에서 공안탄압이 시작된 것 같아요."

한지혜(닉네임: 난다) = "미네르바가 잡혔다는 소식을 인터넷에 뜬 기사를 통해서 확인했어요. 그런데 그 기사에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잡혔고, 실제로는 증권회사에 다니지 않는 전문대 출신 백수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어요. 정말 어이가 없었죠.

도대체 뭐가 허위 사실인지도 모르겠고, '전문대밖에 나오지 않은 백수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투의 내용도 마음에 들지 않았죠. 언론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건의 본질보다 학벌지상주의에 젖은 시각으로 그를 바라봤던 것 같아요. 또 주변에서 '미네르바를 억지로 잡아갔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정재호(닉네임: 바이러스) = "온라인 상에서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렸던 미네르바가 쓴 글 중에서 2개가 사실과 다르다고 구속시켰는데요. 오프라인상의 '경제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747 공약' 등을 내걸면서 '자기를 뽑아주면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고, 국민들은 그걸 믿고 대통령으로 뽑아줬잖아요.

그런데 지금 경제성장은커녕 경제성장률,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물가는 오르면서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잖아요. 지난 대선 때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 중에서 지켜진 것이 하나라도 있나요? 미네르바를 단 두 개의 허위사실로 구속시켰으면, 그것보다 더 큰 허위사실인 '747 공약'을 유포한 이 대통령은 무기징역 정도의 형량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안단테 = "맞아요. 취임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위기는 안 온다', '곧 주가가 올라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주식을 살 때다' 등의 허위사실을 국민들에게 유포했죠. 당시 대통령의 말을 믿고 투자해, 피해를 본 개미 투자자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이 분명히 있는데, 이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왜 힘없는 네티즌들만 구속합니까.

미래를 예측하면 무당도 잡혀간다?

인터넷은 예측하고 상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에요. 자유로운 표현방법 중 하나인 '예측'까지 허위사실 유포라고 하면, 인터넷에서 올 한 해 운세를 예측한 무당들도 잡아가고, 정치, 경제전망 글을 쓴 교수들과 정치인들도 모두 잡아가야 하겠네요. 그분들의 예측도 100% 맞지는 않잖아요?"

정재호 = "정치인들은 항상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국민을 위한 법이 없는 것 같아요. 한나라당이 앞으로도 'MB 악법'을 날치기 처리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그나마 있던 국민들을 위한 법들도 모조리 바꾸고 없애려는 것 같아요. 이런 법들을 만들어서 '국민의 입'을 없애려는 것 같아요."

▲ 지난해 '안단테(닉네임)'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

안단테 = "그동안의 1년은 이명박 정부의 준비기간이었고, 앞으로의 4년은 보이지 않는 독재가 이어질 것 같아요. 옛날처럼 총칼로 위협하는 독재가 아니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엉터리 법'을 만들어서, 보이지 않게 국민들을 위협하는 독재정부 말이죠."


짱돌 둘 - "대통령 아저씨, 비난과 비판도 구별 못 해요."

정재호 = "미네르바 구속 말고도, 지난해 일제고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사를 존중한 전교조 선생님들을 공정택 교육감이 파면, 해임시켰잖아요. 이명박 정권은 국민들의 표현과 선택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표현과 선택의 자유를 통제하는 정부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아요. 기본적인 자유들이 침해되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거에요. 지금 정부가 '언론 장악'을 추진하면서 오프라인에서 '표현의 장'이 위축되고 있는데, 마지막 보루인 인터넷 공간까지 정부가 장악하면, 의사표현이 막힌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올 거예요."

한지혜 = "이명박 대통령은 '비판'과 '비난'을 제대로 구분 못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온라인 상에서 장애인이나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글을 쓰는 행위는 비판이 아니고 비난이잖아요. 그런 글들은 일정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건 차별이고 폭력이잖아요. 하지만, 미네르바의 글이나 <아고라>에 올라오는 네티즌의 글들은 하나의 '비판'이죠."

안단테 = "인터넷이 대중화되지 못했을 때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부 관계자에게 전달되기 힘들었어요. 직접 관청에 찾아가야 했고, 복잡한 절차를 밟아 서류를 제출해야 했죠. 그만큼 정부와 국민들 간에 거리감이 많이 존재했고, 정부는 정보독점에 따른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런 거리감을 좁힐 수 있게 한 매개체가 인터넷이었어요.

▲ 정재호 군 (사진=손기영 기자)

<아고라>나 정부 홈페이지에 가서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쓰거나 민원을 제기하면, 정부 관계자가 그 글을 보고 조치를 취하잖아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런 인터넷으로 인해 정부와 국민들 간에 거리가 좁혀지고 권위가 약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국민의 원하는 것과 자기들이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정재호 = "맞아요. 이명박 정권은 자기들을 향한 국민들의 비판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국민들이 손쉽게 접근하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적을 수 있는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는 것 같아요. 또 여론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것이 '표현'이니까, 여론이란 나무의 뿌리인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있는 거죠."

'웹 2.0 세대'가 말하는 '계급론'

한지혜 = "지금 저희들은 '웹 2.0시대'에 살고 있지만, 저는 지금도 사회에 누군가를 지배하는 강자와 지배당하는 약자가 있는 것 같아요. '계급사회' 같은 거 말이죠. 옛날에도 권력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예제도를 만들었죠. 그리고 노예들의 몸을 구속시키고 입에 재갈을 물려 표현을 통제했죠.

이명박 정부도 자신들이 특권층이라고 생각하면서,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어요. 웹 2.0시대의 '국민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여론에 재갈을 물려서, 자기들이 만든 계급사회를 아예 뒤집을 수 없게 만들려는 것 같아요. 5, 6공이 아니라 아예 세상이 계급적인 중세사회로 더 후퇴하는 것 같아요."


짱돌 셋 - 사이버 모욕죄는 '높으신 분' 모욕죄?

안단테 = "글의 대상이 된 사람이 모욕감을 느끼기도 전에, 사법기관이 이를 먼저 판단해서 수사하고 그 사람을 처벌하겠다는 것이 사이버모욕죄인 것 같아요. 이것은 국가의 과도한 개입인 것 같아요. 또 사이버모욕죄가 통과되면, 부수적인 악법들도 함께 따라올 것 같아요."

한지혜 = "물론 일부 몰지각한 분들의 '악플'로 상처받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개인들의 감정까지 국가가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간통죄'와 같이 말이죠. '빗나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국가가 옮고 그름을 따져 판단하겠다는 발상이 웃긴 것처럼 말이죠.

인터넷 실명제도 역시 잘못된 처방인 것 같아요. 보통 학생들이 집회에 나가면, 카메라 세례와 어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가면을 쓰고 나오는데, 가면을 쓰고 자유발언을 하면 더 진솔하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도 '닉네임'이라는 가면을 벗겨버리면, 부담스러워서 오히려 인터넷 여론이 위축되는 결과만 나을 거예요.”

'모욕'의 기준, 국어사전 찾아볼까요?

안단테 = "사이버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의 기준도 정말 애매모호한 것 같아요. 그 내용이 모욕적인지 여부를 단지 수사기관의 판단만으로 것은 결정되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이분들이 항상 옳은 결정만 내리는 것도 아니잖아요. 또 수사기관이 모욕을 느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죠. 모욕의 기준이 무엇인지 앞으로는 국어사전 찾아보면서 글을 써야 하나요."

▲ 10대 네티즌들이 '촛불'의 상징인 청계광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정재호 = "한나라당이 과연 최진실 씨 말고 평범한 네티즌이 '악플'로 자살했다면, 사이버모욕죄를 추진하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결국, 이런 한나라당의 접근법은 평범한 네티즌들의 '악플' 피해보다는, 정부기관의 '높으신 분'들에게 향하는 글들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처벌하는 법이 될 것 같아요."


짱돌 넷 - MB의 '인터넷 혐오증' 진단

안단테 =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여론이 형성하기 더 쉬운 것 같아요. 지난해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때도 인터넷에서 반대여론이 한 달 만에 모아졌잖아요. 예전에는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거나 조중동 등 거대신문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독점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이명박 대통령도 빠른 여론형성이 가능한 인터넷의 무서움을 알고 있을 거예요."

한지혜 = "인터넷은 국민들이 만든 콘텐츠로 운영되는 '국민들의 언론'이에요. 국민들이 직접 집회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생중계할 수도 있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토론도 할 수 있어요.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도 올릴 수 있고요. 이렇게 국민들이 만들어가는 인터넷 여론 대해서 이명박 정부는 강한 불신을 갖고 있어요."

안단테 =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인터넷의 내용은 정확하지 않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어요. 국민들의 생산한 컨텐츠들을 '유언비어' 수준으로 비하하는 말들이었죠. 그런 인식 속에는 자신들은 특권층이라는 생각과 함께 일반 국민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고가 깔려 있는 것 같아요."

▲ '안단테' (사진=손기영 기자)

한지혜 = "맞아요.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미성숙하다'고 여기면서, 저희들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발상과 똑같죠. 자기들이 사회의 중심을 이루고 우월하다고 생각…. 이명박 정부 역시 국민들의 생각과 정보가 미성숙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만 19세 금지' 제도를 만든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미성숙을 통제하면서 그동안 사회적 기득권을 누리고 있듯이,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제해, 사회적인 기득권을 이어가려는 것 같아요."

'의견 편식'하는 정부는 단명

정재호 = "인터넷에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옹호하는 글보다 많은 게 사실인데, 이명박 정부는 자기들에게 좋은 것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이명박 정부는 '궁지에 몰린 쥐'이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비판보다 옹호하는 여론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음식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듯이 의견을 편식하는 정부는 건강한 정부가 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단명할 것으로 봐요."


짱돌 다섯 - 인터넷 글쓰기 두렵지 않나요?

안단테 = "그동안 <아고라>에 글을 써온 '미네르바'가 구속됐지만, 인터넷 여론을 계속 막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펜을 잠시 빼앗을 수 있어도 그 펜을 쥐고 있는 손은 멈추지 않듯이, 또 입을 잠시 막을 수는 있어도 그 입을 통해 계속 말할 수 있듯이, 앞으로도 어떠한 압력이 있어도 인터넷에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글을 꾸준히 쓸 거예요."

정재호 = "'미네르바 사태'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어요. 국가 신인도와 대외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이명박 정부도 국제적으로 여론이 안 좋아지면, 더 이상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기 힘들어질 거예요. 또 제가 글을 쓰다가 잡혀가도 더 많은 네티즌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제 행동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터넷에 글을 쓸 때 두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한지혜 = "별로 안 두려워요. 만약 경찰서로 잡혀가도 그냥 웃길 것 같아요. 두려워도 두렵고 싶지 않은 마음, 무서워도 무섭고 싶지 않은 지금의 제 심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 손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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