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30 화

pulmaemi 2021. 11. 28. 15:55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30 화

 

  아홉째 날

 

  마음이 편해서 그랬는지 나라는 푹 잔 것 같았다. 눈을 떠보니 영숙이와 보영이는 이미 깨어 있었다. "잘 잤어?" 보영이가 물었다. "아니 먼저 일어났으면 깨우지 그랬어?" 나라가 원망하듯 말했다. "아니, 꿀잠을 자는 것 같아서 그냥 뒀지 잠이 보약 이래잖아." 영숙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시간은 오전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대충 씻고 짐 정리를 한 후 1층으로 내려갔다. 아일랜드 탁자에 성일이와 도현이가 마주 보고 앉아서 조용히 얘기하고 있었다. "좀 더 쉬다 내려오지? 어제 밤늦게까지 회포를 푸는 것 같더구먼" 도현이가 말했다. "이제 짐 정리하고 비워줘야지. 이 집 주인장한테 민폐를 너무 끼쳤잖아." 나라가 웃으며 말했다.

 

  "무슨! 돌싱 같은 남자, 둘 있을 때보다 훨씬 분위기가 좋았는데, 그런 섭섭한 말씀을." 성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다들 모였으니 커피 한 잔 해야지?" 도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커피 할 사람은 커피 하면 되고, 그리고 오랜만에 보영이도 오고 나라도 오늘 떠나는 날이니, 특별하게 남쪽나라 정취를 느껴볼까?" 성일이가 말했다.

 

  "오, 우리 안초동 바리스타가 또 무엇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려고 뜸을 들이실까?" 영숙이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하야 망고주~스!" 성일이가 신난다는 듯 말했다. "진짜! 그럼 나는 망고주스." 나라가 말했다. "나도, 망고." 보영이도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다들 뭐야, 상쾌한 아침에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얼마나 맛있는데! 나도 망고!" 도현이도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성일이가 친구들과 같이 먹으려고 냉동실에서 아침 일찍 망고를 꺼내놓았다. 그리고 탄산수를 적당히 섞어 믹스기에 갈았다. 나라는 탄산수의 톡 쏘는 청량감과 달콤하고 시원한 망고 맛을 입 안 가득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어제 따로 남겨둔 쿠키와 크로풀까지 디저트로 먹으니 기분이 더욱 상쾌해졌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출발시간이 다가왔다. 나라 일행은 짐을 챙겨 집을 출발했다.

 

  주차장에 다가가자 낯익은 얼굴들이 주차장에 모여 있었다. 오 원장을 비롯하여 식목반장인 정금이, 카페 팀장인 경애, 그리고 목공 팀의 윤소이 팀장도 뒤쪽에 보였다.  "다들 아침 일찍 웬일이야?" 나라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나라가 이제 빈둥이 마을을 떠난다는데 다들 아쉬워서 그렇지." 오 원장이 대답했다. "힐링하러 온 나라를 고생만 시키고 말이야. 그동안 수고 많았다." 정금이가 말했다. "무슨 말이야. 나야말로 친구들 얼굴도 보고 좋은 곳도 구경하고 너무 좋았어. 그리고 무엇보다 생기발랄한 젊은 친구들과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더 젊어진 것 같은데." 나라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윤 팀장, 이리 와 봐요." 나라는 뒷쪽에서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는 윤 팀장을 앞으로 불러냈다. 나라의 목소리에 약간 당황해하며 앞으로 나오는 윤 팀장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윤 팀장, 그동안 고마웠어요. 우리 한 번 안아볼까요?" 하며 나라가 윤 팀장을 안아 등을 도닥여 주자 다들 박수를 치며 "괜찮아"를 연발하였다.

 

  도현이도 입술로 경쾌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나라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다들 고마워. 잘 지내고." 나라도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영숙이의 차에 올랐다. 손을 흔드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빈둥이 마을을 빠져나갔다.    

 

  차장 밖으로 보이는 영남 알프스는 어느 새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었다. 그 단풍의 화려함을 뒤로한 채,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자연이 늘 그러하듯이, 다가올 겨울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 준비하고 있었다. 영숙이는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 나라에게 말을 걸지 않고 조용히 차를 몰았다.

 

  차는 이미 24번 국도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울산 KTX역 공영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울산역 대합실로 들어갔다. "영숙이도 고생했다." 나라가 말했다. "무슨! 나야말로 너무 좋았어. 어제는 우리 삼총사가 이렇게 모여 즐겁게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게 꿈만 같았어. 다 너 때문이야. 계집애!"라고 영숙이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영숙이가 없었으면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을까 싶었어. 매번 나의 넋두리를 받아주면서까지 그렇게 자주 보고 싶었을까 하고 말이야." 나라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나라 공주님이 예전의 씩씩한 모습으로 언제 되돌아가나 감시하러 자주 갔지 뭐." 영숙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우리 모두 어려웠잖아. 그래서 같이 있는 것이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어. 그리고 그 상황을 이겨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 또한 큰 힘이 되었거든. 그래서 지금까지 너희들이 고마웠던 거야." 영숙이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서울행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