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27 화

pulmaemi 2021. 11. 16. 12:47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27 화

 

  예전에 나라는 동창회의 정기모임에 자주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래전 밀양에서의 가을여행도 참석하지 못했다. 먼저 시장 맞은편의 영남루로 향했다. 그 누각의 앞마당에서 친구들은 전통놀이도 하면서 옛 추억을 되새겼다. 그리고 영남루에 오르니 밀양강이 흐르는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고, 나라는 그 경치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다시 차를 타고 이팝나무 군락으로 유명한 밀양의 명소, 위양지로 갔다. 겨울로 가는 문턱이라 이팝나무에 꽃이 핀 장관은 볼 수 없었지만, 나라 일행은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둘레길을 걸었다. 그런 가운데 드론 촬영하고 있는 여행객들을 만났다. 드론 영상을 통해 공중에서 바라본 위양지는 색다른 모습이었다.

 

  "야! 내가 여러 번 위양지를 와봤지만 하늘에서 보는 위양지는 더 멋지고 이국적인 풍경인데!" 성일이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라는 여행이 우리에게 특별히 선물한 '우연'으로 인해, 하늘에서 본 색다른 경치를 보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바로 빈둥이 마을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아쉬움이 남아 표충사를 잠시 들리기로 했다.

 

  나라도 젊었을 때 가 본 기억이 남아 있지만, 하도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표충사 가는 길은 많이 변한 것 같았다. 곳곳에 전원주택이 보였으며, 계곡을 따라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표충사를 들어섰을 때는 기억 속의 옛 정취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라 일행의 차는 얼음골 축제가 열리는 마을 입구로 들어섰다. 강변에 위치한 임시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주요 행사장소인 남명초등학교 쪽으로 걸어갔다. 마을축제가 열리는 밀양 얼음골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행사는 여러 군데에 나누어 진행되었다. 공연이 있는 본 행사는 남명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평소 빈둥이공동체마을 주체로 열리던 선데이 마켓이 확대되어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임시 장이 열리는데, 여기에는 얼음골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얼음골 사과를 비롯한 여러 가지 농산물과 목공예품, 도자기 등의 소품들, 그리고 빈둥이공동체마을을 거쳐간 예술가들의 작품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저녁에 열리는 공연의 라허설이 진행 중인지, 학교 건물 뒷편 운동장에서 노랫소리와 밴드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평소에는 마을과 영남알프스의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공터에 선데이 마켓 장이 섰는데, 오늘은 밀양 얼음골의 큰 행사라 그곳을 중심으로 주변 곳곳에 큰 장터가 마련되었다. 

 

  가장 큰 규모의 마켓이 열리는 남명초등학교 뒷편 공터에는 얼음골 축제를 보기 위해 벌써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얼음골 마을 가을축제는 원래 빈둥이마을 내의 선데이마켓이 입소문이 나면서 이렇게 커지게 되었다.

 

  빈둥이공동체마을의 부스는 여러 군데에 분산되어 있었다. 예술창고에서 갓 나온 작품들을 비롯하여, 빈둥이 마을을 거쳐 간 예술작가들의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목 좋은 곳에 반둥이 마을 카페 팀이 보였다. 박경애 팀장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박 팀장, 역시 바쁘네." 영숙이가 반가운 말투로 인사를 했다. "야, 너희들, 우리는 바빠 죽겠는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갔다며. 어 보경이! 언제 귀국했어?" 경애가 놀란 듯이 말했다. "어, 오늘 아침에 귀국했어." 보경이가 말했다. "벌써 3주가 지난 거야. 환송식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경애가 기억을 되살리며 말했다.

 

  "그러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조금 일찍 왔어. 나라도 무척 보고 싶어서 말이지." 보경이가 나라를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잘 지냈지" 보경이가 물었다. "그럼, 우리야 항상 그렇지."  경애가 웃으며 얘기했다. "어찌, 바쁘다는 분이 우리의 오늘 행적을 어떻게 알았을까?' 성일이가 농담조로 말했다. "나는 하나도 안 궁금했는데 도현이가 일러바치더라고." 경애가 웃으며 말했다.

 

  "거 도현이는 예나 지금이나 입 가벼운 것은 알아줘야 해." 영숙이가 말하자 다들 웃었다. "그럼 계속 수고 혀. 박 팀장을 대신해서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게." 성일이가 웃으며 말했고 일행은 박 팀장과의 아쉬운 인사를 나누었다.

 

  농산물 판매 지역에도 빈둥이공동체마을 식목 팀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서는 빈둥이 공동체에서 직접 수확한 여러 가지 농산물과 전통 음식 재료를 팔고 있었다. 갓 재배한 무와 배추 등의 채소류를 비롯해서, 빈둥이 마을 식당에 음식 재료로 사용되는 아마씨, 햄프씨드, 치아씨드 등의 씨앗류와 브로콜리와 양배추로 만든 천연발효식품 등 건강에 좋은 음식 위주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안쪽에는 식목반 팀장인 최정금 팀장이 팀원들과 쪼그려 앉아 김치를 담고 있었다.  "최 팀장도 많이 바쁘네." 성일이가 말했다. 정금이가 허리를 펴고 일어서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어, 우리 중에 나 말고 바쁜 사람이 또 있는 거야?" "그럼, 저쪽에 박 팀장도 바쁘고 우리도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맛있는 거 먹느라고 바쁘잖아." 성일이가 말하며 웃었다.

 

  "그나저나 점심때 같이 얼굴 한 번 보려고 했는데 다들 어디 있었어?" 정금이가 물었다. "우리도 그러려고 했는데 식당에 손님이 많아서, 귀국한 보경이 몸보신시켜주려고 밀양 시내로 갔지." 영숙이가 대답했다.  "나도 안 바빴으면 같이 합류하는 건데 기회를 놓쳤네. 아쉽다. 그리고 나라는 언제까지 있는 거야?" 정금이가 나라를 보며 물었다. "내일 가야지." 나라가 대답했다.

 

  "그리 일찍 가는 거야? 좀 더 있다가지. 축제 때문에 다들 바빠서 제대로 얘기도 못했는데 말이야." 정금이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서울을 너무 많이 비웠어. 그리고 다들 바쁠 텐데 내 때문에 쉬지도 못한 것 같아서 미안 타야." 나라고 말했다. "무슨 얘기야, 나라가 시간 내기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있어주니 다들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러니. 이제 자주 보도록 하자. 알겠지!" 정금이가 다짐하듯이 말했다. "그래, 알았어. 바쁠 텐데 수고해." 나라가 말하자 다들 같이 인사하고 자리를 이동했다. 

 

  한 곳에서는 빈둥이마을 도서관팀이 나와 책을 팔고 있었다. 도서관을 책임지면서 미술작가로 활동 중인 홍수빈 작가도 거기에 있었는데, 다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홍 작가가 나라를 보며 "어, 나라 씨는 어제 서울로 가신다고 하지 않았어요?"라고 놀란 듯이 말했다. "아, 예, 어쩌다 보니 출발이 늦어졌습니다." 나라가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새 책이 들어왔는데 이 책, 나라 씨가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잘 됐네요."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란 책으로 저자는 가정의학전문의 임동규라고 되어 있었다. "혹시 내일 시간 나면 도서관에 들려요. 책 빌려줄게요." 홍 작가가 말했다. "예, 책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드내요. 내일 오전에 출발할 예정인데, 혹시 시간나면 들릴게요.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라는 인사를 하고 일행을 따라갔다.

 

  다른 전시 작품들을 구경하는데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캐리컬쳐를 그리는 예술가가 있었다. "정태은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성일이가 나서서 반가워하며 인사를 했다. "강성일 사무국장님, 안녕하십니까? 잠시만요. 마저 마무리하고요." 정 작가도 그림을 마무리하고 일어섰다.

 

  "아니, 한준서 지부장님, 아니예요." 정금이가 반갑다는 듯이 오전에 네팔에서 입국한 빈둥이공동체마을 네팔지부장과 인사를 했다. "아니, 바쁠텐데 지부장이 왜 여기서 나와?" 강사무국장도 놀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지난 번에 정 작가님이 네팔에 오셨을 때, 저에게 캐리컬쳐를 그려주신다고 하셨는데 시간을 못내었거든요. 그것이 못내 아쉬워 밀양에 오기 전에 혹시 이번 축제에도 내려오셔서 봉사활동을 하시냐고 물어보니, 이번에도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라고 각오를 단단히 하였습니다." 한지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정 작가님. 이 캐리컬쳐는 실물보다 더 예쁘고 귀엽운 것 같은데, 심하게 아부하는 것이 아닙니까?" 성일이가 농담조로 말하자 다들 웃었다. "사실 저도 제 그림이 캐리컬쳐인지 실물인지 헤갈렸습니다." 정작가도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정 작가님이 오신다는 보고를 못들었습니다. 안그래도 오 원장이 매년 수고를 하시는데 편하게 잘모시라고 해서 특별히 신경쓰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강 사무국장이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닙니다. 안그래도 오 원장님과 최근에 통화할 일이 생겨서, 갑자기 연락을 했습니다. 강성일 사무국장님이 바쁘실거라면서 다른 분한테 부탁을 했는지 잘 배려해주셨습니다." 정 작가는 말했다. 그말에 안심이 된다는 듯 "참 다행입니다." 강사무국장의 표정이 풀렸다.

 

  옆에 있던 나라가 정 작가에게 인사를 하며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냐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이 무엇이든 물어봐도 된다고 말하자, "저도 그림에 관심이 있어 여러 군데 전시회를 둘러보곤 하는데 정작가님이 그리신 것은 일반 캐리커쳐와 다르게 특색이 있습니다." 나라가 말을 잠시 멈추었다.

 

  "정 작가님의 작품은 친근하고 예쁘고 소품들이 있는 것이, 독창적으로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나라의 지적에 그 얘기를 듣던 다른 친구들도 놀라며 , 한준서 지부장을 모델로 해서 그린 캐리커쳐를 다시 보고 있었다. "어, 정말이네. 한지부장님의 얼굴 위에 붙어있는 사각형의 낙하산 같은 저것은 무엇입니까?" 옆에서 조용히 있던 보경이가 물었다.

 

  "아, 예. 제가 여태까지 캐리커쳐를 그려보니 물론 본래의 취지를 살려 얼굴의 개성을 살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그림 전체에 모델의 성향과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소품들을 그려 놓으니 더욱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준서 지부장님은 오지 탐험을 좋아하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분이라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정태은 작가가 설명을 했다. "와우, 역시 작가분들은 다들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 있을까요?" 성일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정 작가님,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씀하십시오. 시간나면 한 번 더 찾아뵙겠습니다." 다들 정태은 작가와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이동했다.

 

  사과로 만든 와인과 맥주 등을 팔고 있는 곳을 지나, 마을 축제에는 빠지지 않는 전통 막걸리를 팔고 파전을 부치는 곳으로 갔다. 지역주민들이 성일이 일행을 알아보고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서 그런지 배도 출출하기도 해서, 한자리 차지하고는 사과 막걸리와 파전 그리고 도토리묵을 시켰다.

 

  "오 원장 동창 분들이 이렇게 몰려다니면 빈둥이 마을이 돌아가는교?" 이 마을 이장댁이 파전을 갖다 주면서 웃으며 말을 걸었다. "이장댁은 우리 노는 걸 못 본다니까. 빈둥이 마을이 망할까봐 항상 노심초사 걱정이 많으셔." 성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기 아니고 빈둥이 마을이 들어온 후, 마을에 젊은이들도 보이고 병원도 생기고 그리고 이렇게 마을 축제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니 좋아서 그라제." 이장댁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 분은 처음 보는 분인데?" 이장댁이 나라를 보며 물었다. 나라가 자리에 일어서며 "아, 예, 같은 동창인 신나라라고 합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말하며 인사했다. "무슨 말을 들었을까? 꼰대라는 얘기나 안 들었으면 다행이겠죠. 반가워요. 앞으로 자주 보입시더. 아참, 내 정신 봐라 다른 곳 주문받아야 하는데 내가 이러고 있다. 맛있게 드셔요." 이장댁은 급하게 인사하며 다른 테이블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