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24 화
"정기적인 근골격계 세미나 공부 모임이 있어 참가하고 있는데, 한번은 오 원장이 뒤따라 들어와 앉은 적이 있었어. 공부하는 중에 오 원장이 뜬검없이 내 양쪽 신발을 벗어 보여달라고 하더라. 다들 무슨 일인가 싶어 오 원장을 바라보고 있었지. 오 원장이 내 신발 뒷굽을 가지런히 놓고 보여주더라고. 근데 내 오른쪽 뒷굽 밑창의 바깥쪽이 더 많이 달아 있는거야!" 성일이가 잠시 말을 멈춘 후 다시 얘기했다.
"오 원장이 오른쪽 허리가 불편하지 않는지, 오른쪽 무릎이 불편하지 않는지를 묻더라고. 그래서 심하지는 않지만 오른쪽이 허리가 불편하고 조금 서 있을 때는, 오른쪽 무릎이 불편해 짝다리로 서거나 앉을 자리를 찾는다고 했어. 그러니 오 원장이 오른쪽 4번째와 5번째 발가락 쪽으로 굳은 살이 없느냐고 묻더라고." "아니 어떻게 알았냐고? 네번째 발가락 쪽에 굳은 살이 베기고 아파서, 무좀도 아닌데 오래 걷거나 등산을 갈 때는, 발가락 양말을 신고 갈 때가 있다고 말했어. 다들 신기하다는 듯이 오 원장을 쳐다보았어."
"오 원장의 말에 의하면 어떤 원인으로든 발의 바깥쪽이나 뒷굽에 하중이 실리면 거기가 더 빨리 닳는다고 해. 그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허벅지를 바깥쪽으로 외회전하게 되면, 다리 전체가 바깥으로 외회전되면서 체중이 발바닥의 바깥쪽으로 실리게 되지. 그러면 허리와 무릎, 그리고 발바닥까지 여러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해."
"그렇다면 문제의 발단인, 허벅지를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무엇이냐? 그것은 대요근이 짧아지기 때문이라고 해. 이는 주로 앉어서 생활하는 직장인이나 허리를 구부린 자세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골에서 쪼그려 밭일을 하는 할머니에게 잘 나타날 수 있는데, 이들은 평소에도 허리가 앞으로 숙인 상태로 걷기도 하고 팔자 걸음을 하며, 나이가 들수록 '오자' 다리가 되기도 하지." 성일이는 잠시 숨을 돌린 후 말을 계속했다.
"우선은 짧아진 대요근(편집자주 : 요추에서 대퇴관절에 붙은 근육, 주기능은 허벅지를 굽히고 외회전시킴)을 풀어주는 근막이완요법을 꾸준히 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 대요근을 단축시키는 자세와 동작을 피하도록 하면 더 좋아지겠지. 그래서 고관절(편집자주 : 엉덩이뼈와 대퇴골이 연결되는 관절)의 굴곡을 피하고 신전시키는 자세와 동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아."
"리버스 런지(편집자주 :Reverse Lunge: 치료를 위해서는 아픈 쪽 다리를 뒤로 빼면서 런지 동작을 함) 자세를 자주 하고 의자에 앉아 있을 때에도, 그런 자세를 자주 취하여 대요근을 늘려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고 해." 성일이가 말했다. 런지자세는 나라가 한 때 근골격계 문제를 해결하려고 PT(편집자주 : 퍼스날 트레이닝, 일대일 맞춤 운동)을 받은 적이 있는데 스쿼트나 플랭크 자세와 함께 자주 했던 운동이라 잘 알고 있었다.
"내 말인즉슨 나라도 하는 일이 젊은이들한테도 힘든 일일 텐데, 지금까지 잘 관리해 왔지만, 앞으로도 가능한 무리한 동작과 자세를 피하고 평소에도 우리가 배워준 대로, 꾸준히 관리를 잘해달라는 부탁의 말씀이야." 성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너무 걱정 마. 나도 열심히 배우고 관리하여 우리 주변에 나처럼 고생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적극 홍보해야지. 잘 부탁해." 나라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 내가 보니 나라는 이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고민도 하고 썩 좋은 경험은 아니겠지만, 여러 가지로 고생을 하고 나름 공부를 해서 그런지 잘 이해하는 것 같은데, 우리와 같이 공부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시간 되면 같이 공부해보자." 성일이가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래. 결국 나이가 들게 되면 이곳저곳 아픈 데가 생겨, 그냥 나이가 들어 그런 거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여기에 와서 전반적으로 활기차고 젊어진다고 느끼게 되니, 새삼 일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기는 거 있지." 나라가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빈둥이 마을 사람들은 좀 더 여유 있게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을 함께 돌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더 삶을 건강하고 보람 있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어. 나라도 환경이 허락한다면 이 공동체 마을에 자주 놀러 와 주면, 우리 마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성일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이렇게 너희들에게 민폐나 끼치고 있는데." 나라가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갑자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니?" 나라가 말했다. "응, 말해봐"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지난 번에 오 원장한테 주사를 맞고 난 후에 눈도 맑아졌고, 평소에 좌측으로 눈물이 가끄 흘렀는데 그것도 좋아지더라고. 혹시 지금 치료 받는 것과 그것이 관련이 있니?" 나라가 물었다.
그말에 성일이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좀 길어질 수가 있는데 간단하게 말해줄게. 우리 몸에는 자율신경계란 것이 있는데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하지. 자율신경의 여러가지 역할 중에 우리 몸 전체에 퍼져있는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데,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질 때 그에 지배를 받는 기관에 문제가 생기지."
"예를 들어, 소화불량이나 설사 등의 소화 장애가 생길 수도 있고 기관지에 문제도 발생할 수도 있지. 그리고 콩팥 위의 있는 부신의 기능을 떨어뜨리게 되면 만성피로증후군도 나타날 수 있지. 당연히 머리로 가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있으면 눈이 침침하다든지 비염 증상도 나타기도 하고 입이 건조해지기도 해. 또한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 면역기능도 약해진다고 해."
"오 원장의 말에 의하면 눈물흘림증이 있는 경우에 안과에서는 다른 이상이 없어 안구건조증이란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인공눈물을 처방받아도 좋아지지 않는 경우에 그것을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해. 정밀검사를 받아도 이상은 없을 경우에, 자율신경이 조절되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해."
"그러면 혹시 입에서 침이 고이는 것도 그런거야? 강의를 할 때 한 번씩 왼쪽 입술 끝에 침이 흘러나올 때가 있었어.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럽고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자괴감마저 들더라고." 나라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침샘, 눈물샘, 땀샘 등도 다 자율신경계의 깨어진 균형을 바로 잡아주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성일이가 말했다. "그러면 그것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야?" 기대에 섞인 말투로 나라가 물었다.
"자율신경계는 척추신경에서 나와 각 장기에 들어갈 때까지 먼 거리의 여행을 떠나는데 그 때까지 수 많은 근육들을 지나고 근막을 통과하게 돼. 그런 가운데 자율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어. 심지어는 심한 감기나 배탈처럼 몸살이나 고열이 나타날 수도 있어."
"이런 경우에는 강력한 항생제를 쓰고 오래 약을 먹어도 안 났는 경우가 있어. 그럴 경우 자율신경의 균형만 맞추어 주어도 극적인 효과를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더군." 성일이가 말했다. "알았어. 자율신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알겠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나라가 웃으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자율신경계도 해부학적으로 취약한 곳이 있는데 그것도 근막이완요법을 통해 풀어주면 돼. 오 원장이 ABC-Kit(편집자주 : 자율신경 균형 조절 기구, Automonous balace control -Kit)를 개발했는데, 그 기구를 가지고 적당한 위치에 조금 전에 근막을 풀어주는 방법과 똑같이 하면 돼. 나중에 오 원장한테 몰어보고 있으면 갖다줄게. 혹시 없으면 그 설계도를 보내줄테니 알아서 직접 제작해보라고. 만드는 거야 나라가 우리보다 더 잘 만들테니." 성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응 알았어." 실제 나라에게 나타난 그런 증상들은 표시는 안나더라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상당히 불편한 면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 그려려니 하고 참고 견디고 있었는데, 이 또한 관리를 잘하면 좋아질 수 있다고 하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위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효과가 좋으면 주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나라는 돌담의원에서 성일이에게 치료받고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성일이의 집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핸드폰을 챙긴 후 서둘러 목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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