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25 화

pulmaemi 2021. 11. 15. 13:16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25 화

 

  목공실 문을 열자 다들 나라가 들어오는 문 쪽으로 시선들이 집중되었다. 다들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문 가까이 작업실에서 작업하던 팀원이 자기 작품을 들고 나라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나라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작업실로 가는 길이 좁아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 팀장이 앞에 나서며 말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팀원들이 궁금한 것이 많아 쉬지도 못하게 하네요." 윤 팀장이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인사를 한 후 뒤로 돌아보며 팀원들에개 말했다. "팀원 여러분, 자기 하던 자리로 돌아가세요. 선생님께서는 방금 돌담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오셨습니다. 선생님이 차라도 한 잔 드신 후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도록 합시다." 윤 팀장의 말이 떨어지자 다들 아쉬운 듯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아니에요. 푹 쉬다 왔으니 괜찮아요. 어제처럼 여러분들이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같이 얘기하도록 해요. 제가 지금까지 느낀 바로는 여러분들이 의욕과 열정이 넘쳐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마감과 색칠하는 시간을 잘 고려해야 될 것 같아요.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여유 있게 작업해야 작업의 재미도 있고, 그 마음이 보는 이들에게도 전달될 거예요. 그럼 한 번 볼까요?"

 

  작업실 입구 쪽에서 나라를 향해 가장 먼저 달려왔던 팀원에게 다가갔다. "와, 도마가 상당히 고급스럽네요." 나라가 놀래며 말했다. "정말요? 선생님이 만드신 작품을 흉내 내서, 세 종류의 나무를 제 취향에 맞게 붙여 도마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퍼플하트의 결이 잘 일어나고 서로의 면이 매끄럽게 붙지 않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 팀원이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퍼플하트는 질감을 내기가 아주 까다로운 나무인데 대단하네요. 원래는 밀링으로 정성껏 공을 들여 깎아야 하는데, 이 정도면 아주 잘하신 거예요. 더 이상 무리하면 다른 면과 안 맞을 수 있으니, 마감질만 약간 하고 색칠하도록 해요. 그런데 이런 어려운 나무를 택하는 것을 보니 퍼플하트의 보라색을 좋아하나 봐요."

 

  "예, 선생님, 선생님처럼 퍼플하트로 쟁반 전체를 만들려고 했는데, 너무 욕심내는 것 같아 도마 중심 선에 포인트로 퍼플하트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하신 그런 질감이 안 나옵니다. 제가 욕심을 많이 부린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아이디어도 좋았고 주의의 나무와도 조화를 잘 이루어, 마무리만 잘하면 아주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열심히 해봐요." 나라가 말했다.

 

  도마를 만드는 팀원은 그제야 안심이 되고 칭찬을 들어 신이 난 표정이었다. 어느새 나라의 주변에는 팀원들이 모여 나라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나라에게 자기의 작품을 좀 봐달라는 애절한 눈빛들을 보내고 있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윤 팀장의 눈빛은 무척 흐뭇하고 만족스러워 보였다. 

 

  나라가 팀원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나라의 핸드폰이 울렸다. 영숙이었다. "영숙아, 무슨 일이야?" "보경이가 곧 도착한데." 영숙이가 말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거야? 어디야? 어디로 가면 돼?" 나라가 다급하게 물었다. "큰 주차장 쪽으로 와."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나라가 핸드폰을 끊었다. "여러분, 죄송해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친구가 온다고 해서 가봐야겠어요. 시간 나면 다시 봐드릴게요." 나라가 말하며 급하게 문으로 향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입구쪽에는 도현이와 성일이가 보였고 그 옆에 영숙이도 있었다. 그리고 저 아래 길로 몇 대의 차량이 꼬불꼬불한 길을, 보였다 사라졌다 하면서 올라오고 있었다.

 

  빈동이공동체마을의 셔틀버스인 11인승 스타리아가 맨 먼저 주차장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차 문이 열리자 마중 나온 공동체 마을 주민들이 환호성과 함께 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운전석에서는 카페에서 일하는 최규식 연구원이 내렸고 조수석에서는 오 원장이 내렸다.

 

  나라는 영숙이한테 다가가며 "영숙아 언제 왔어?" 인사하면서 말했다. "조금 전에 도착했어." "보경이가 저 일행 속에 있는 거야?" 나라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지. 네팔에서 3주간 공정여행과 봉사활동을 무사히 끝마치고 금의환향 한 거지." 영숙이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럼 보경이가 네팔에 여행을 간 거였어!" "야, 드디어 내린다." 영숙이가 외쳤다. "어디? 나는 안 보여!" 나라가 조바심을 내며 까치발로 서서 내리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저기 말이야. 녹색 재킷에 청바지 입고 여행가방 내리고 있잖아." 영숙이가 말했다. "정말? 보경이 맞아?"

 

  보경이는 짐을 내린 후 우리 쪽으로 오면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우리도 손을 흔들면서 보경이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또 한 번의 박수와 환호성이 들렸다. 무언가 싶어 차량 쪽을 보는데 여자 한 명이 환영객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누구니?" 나라가 영숙이에게 물었다.

 

  "한준서 지부장이야." "그 사람이 저 사람이야?" 나라가 놀라며 말했다. "네가 어떻게 알아?" 영숙이가 놀란 듯이 말했다. "어제 아침에 마을 전체회의가 있었는데 회의 안건의 주인공이었어. 근데 여자인 줄은 몰랐어." 나라가 놀란 듯이 말했다. "그렇지. 우리는 그의 별명을 '한 다르크'라고 부르지." 영숙이가 웃으며 말했다.

 

  보경이가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너무도 변해 있었다. 강산이 두 번 가까이 변한 시간이었지만, 나라가 생각해왔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검게 탄 보경이의 얼굴은 상기된 표정으로, 나라한테 씩씩하게 다가오고 있었지만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나라가 먼저 달려갔지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어 서로 부둥켜 안았다. 

 

  "나라야! 미안해. 네가 힘들 때 옆에 있었어야 하는데, 정말 미안하다." 보경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아니!,무슨 얘기야! 그러면 내가 더 미안하지. 네가 외로울 때, 나는 너를 피해 도망만 다녔잖아." 나라의 말투에도 흐느낌이 느껴졌다. 한동안 그렇게 안은 채 있는데, 도현이가 다가와서 말했다.

 

  "이 무슨 시튜에이션이야. 남이 보면 이산가족이 만날 줄 알겠다. 남 보기 남사스러우니 얼른 떨어져." 도현이가 익살맞게 말했다. "다들 배고플 건데 식당으로 가자." 성일이가 말했다. 나라와 보경이는 말없이 서로의 손을 잡고 친구들을 따랐갔다. 오늘따라 식당에 사람들이 많아 줄을 서야 했다.

 

  해외에서도 해외봉사단이 귀국하고, 오늘 마을 축제 전야제라 이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런 것 같았다. "이러지 말고 우리 밖에 나가서 먹을까? 옛 추억을 떠올리며 밀양 시내로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성일이가 말했다. "보경이와 나라가 배고플 것 같은데?" 영숙이가 말했다. "나는 괜찮아. 이럴 땐 꼰대들이 비켜줘야지. 나야 나라가 배고플까 봐 걱정이지 뭐?" 보경이가 정감어린 눈빛으로 나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현이는 자기 제자들과 약속 있다고 빠져 4명이 영숙이의 차로 출발했다.

 

  "옛날에 우리 밀양에서 동창회 했던 거 기억나? 그 때 영남루 근처에 있는 아리랑시장에서 점심식사를 했지." 영숙이가 말했다. "그때 일을 다 기억하니?" 나라가 신기한 듯이 말했다. "응, 빈둥이 마을을 자주 들락거리면서 다른 손님들에게 밀양 시내를 구경시켜준 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 식당이 생각나더라고. 하도 오래전 일이라 안되면 다른 데 갈 요량으로 일행들과 한 번 가봤는데 아직도 있더라고." 영숙이가 신이 나서 말했다.

 

  "정말! 내 기억으로는 그때도 몇 십 년 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보경이가 말했다. "다들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걸 다 기억하니?" 성일이 놀라운 표정으로 말했다. "멀리서 고생하고 돌아온 보경이도 왔으니 오늘도 한 번 가볼까?" 영숙이가 말했다. "와우, 오늘 보경이 덕분에 몸보신 하겠는걸?" 나라도 신이 난 듯이 말했다.

 

  "애들아, 근데 그 식당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기사가 있는데, 몇 십 년 장수하는 식당의 최대 비결이 뭔지 아니?" 나라가 물었다. "그야, 당연히 맛이 좋아야 되지 않을까?" 성일이가 말했다. "나라 표정 보니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입지 조건 아니니?" 영숙이가 대답했다. "음, 역시 표정이 싸한데? 뭐야? 그 수십 년 전통을 이어온 비결이?" 보경이가 말했다.

 

  다들 궁금한 표정으로 나라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들이 말한 것은 다른 나라 얘기고. 우리나라는 '자기 집!" 나라가 웃으며 말했다. "뭐? 자기 집! 그게 장수 맛집의 비결이야? 가만 거 말 되네. 우리나라에서는 장사 안되면 망하고, 장사 잘되면 쫓겨난다는 말이 있잖아." 성일이가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웃자고 한 얘긴데, 다들 표정이 별로 내." 나라가 말하자 다들 웃었다.

 

  밀양 영남루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 아리랑시장 입구로 들어갔다. 다들 오랜 만에 재래시장에 와서 그런지 천천히 걸으며 상점 가판대에 놓인 이것저것을 구경했다. 조금 더 가니, 조촐하고 좁은 기와집 대문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