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21 화
"권 팀장남?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웬일이에요? 서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나라가 걱정되는 투로 말했다. "아, 아닙니다. 대표님. 서울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밀양은 어떻습니까?" 권 팀장이 되물었다.
"음 그게 말이에요, 오늘 우리 회의가 잡혔잖아요? 근데 그 회의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건지 물어보라는 친구가 있어서 말예요? 여기에 내가 벌려 놓은 일이 있는데 아직 안끝났고어요. 또 정말 오랜 만에 꼭 만나야 되는 친구가 온다고 해서, 아무래도 서울 가게되면, 내일이라도 다시 내려와야 될 것 같아요." 나라가 난처한 듯이 말했다.
"정 그런 사정이 있으시면 굳이 안 올라오셔도 됩니다. 전에도 제가 언뜻 말씀드린 적이 있잖습니까? 그때부터 비대면 화상 회의가 가능하도록 해놓았습니다. 서울 쪽에는 제가 다른 이사님들의 세팅을 도와주면 되는데 밀양에서도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권 팀장이 자신있게 말했다.
"아, 그래요." 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먼저 화상회의를 말해서 잠시 당황했다. "그러면 권팀장이 내 친구 연락처를 줄테니 연락 한 번 해줄 수 있나요? 무엇을 준비하면 되는지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얘기도 해주면 좋겠내요." 나라가 미안한 듯이 말했다. 괜히 자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표님, 너무 걱정마십시오. 대표님도 잘 아시겠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아이템 때문에 회의를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은 제가 준비했으니 대표님은 좋은 의견만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대면으로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오후 3시에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권 팀장이 말했다.
"그래요. 저 때문에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그러면 그 때 봐요." "예, 대표님." 나라는 핸드폰을 덮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한 번도 안 해본 것이라 잘될지 두렵기도 하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들 걱정 말고 믿어보라는 분위기라서 오늘 오후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라가 영화나 뉴스에서만 보던 비대면 화상회의에, 자신이 직접 참가한다고 하니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나라도 서둘러 자리에 일어나 목공실로 향했다. 오늘 빈둥이마을을 출발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사라지자 갑자기 작품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다. 시간을 좀 더 투자하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로운 작품을 만들지 않고 오늘 떠나게 되면 윤 팀장에게 부탁하려고 했던 작업을 이어나갔다. 오후가 되자 팀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평소에는 아침부터 있을 윤 팀장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오후 2시가 지나자 더 이상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처음 해보는 비대면 화상회의가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니 주위에 젊은 친구들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목공팀 팀원들이 작품 만드는 것도 구경하고 평소에 하지 않던 꼰대(?) 짓으로 팀원들에게 작품들에 대한 팁도 하나씩 주며 시간을 보냈다. 다들 평소에 작업하면서 궁금한 것이 많았는지, 이것 저것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라는 오후 2시 반이 지나자마자 급하게 목공방을 나와 성일이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낯 익은 신발이 놓여 있었다. 윤 팀장의 신발이었다.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면서도 2층의 성일이 서재로 올라갔다. 윤 팀장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나라가 나타나자 핸드폰을 급하게 끊고 약간 당황하며 인사를 했다.
"윤 팀장님이 나를 도와주는 거예요?" 나라가 말했다. "예, 아무래도 제가 전에 인턴십으로 근무하면서 회의에 참석해서 그 분위기에 익숙하기도 하고 권세일 팀장과도 잘 아는 사이라, 강성일사무국장님에게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라의 얼굴에는 안심이 되는 표정이 지나갔다. "아휴 저 때문에 여러 사람 고생시키내요. 정말 고마워요."
"아, 아니에요. 저희 때문에 대표님이 힘드실건 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윤 팀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런데 나라는 비대면 회의라고 해서 드라마나 영상 촬영처럼 카메라가 따로 있고 마이크도 몇 개 있는 그런 스튜디오를 상상했는데, 달랑 노트북 하나만 켜져 있었고 그 옆에는 프리젠테이션 할 자료가 출력되어 있었다.
"여기에 앉으시지요.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으면 됩니다." 나라는 약간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윤 팀장이 시키는 대로 의자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보았다. 거기에는 서울 쪽 공방의 사무실에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등을 뻣뻣이 세우고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다들 처음으로 해보는 비대면 회의라 그런지 평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긴장된 분위기에서 화면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권세일 영업팀장의 화면이 크게 나타나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신나라대표님의 결단에 의해 우리 회사 처음으로 비대면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멀리 밀양에 계신 대표님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 권 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 아~, 안녕하십니까? 제 말이 잘들리나요?" 나라가 묻자 다들 고개를 끄떡였다. "다들 얼굴에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내요. 긴장들 푸세요." 나라도 어색한 말투로 말을 했다.
"저~, 대표님이 제일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 권세일 팀장이 웃으며 얘기하자 다들 그 말에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어색한 회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아, 제가 긴장했나요. 미안해요. 다들 오랜만에 이렇게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다들 고생하시는데 저만 이렇게 멀리 내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이렇게 비대면 회의를 하게 되어 당황스럽고 걱정도 했습니다만 권 팀장님과 여러분도 잘 아시는 윤 팀장의 도움으로 말로만 듣던 화상회의를 하게 되어 신기하기도 하고 기대도 됩니다.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권 팀장님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윤 팀장님이 이번 주말에 있을 큰 행사 준비 때문에 바쁘신데, 계속 있어야 하나요?" 나라가 윤 팀장 쪽을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제 제가 다 알아서 하면 됩니다. 밀양 쪽에서 윤 팀장님이 준비를 아주 잘해주셔서 저도 무척 편했습니다." 권 팀장의 말이 끝나자 윤 팀장이 나라 앞에 있는 카메라로 다가와 서울 쪽 참석자들에게 짧게 인사를 한 후 2층 서재에서 내려왔다.
윤 팀장이 작업을 하면서도 목공방 문을 힐끔힐끔 쳐다보곤 하였다. 4시가 다가오자 목공방 문이 열리면서 나라가 들어왔다. 상기된 얼굴 표정을 한 나라는 편안해 보였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윤 팀장님, 고마워요." 나라가 윤 팀장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덕분에 회의를 잘 끝마쳤어요. 권 팀장 얘기로는 윤 팀장님이 밀양에서 화상회의 준비를 잘 해줘서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고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내요. 그리고 서울에 오면 회사에 꼭 들려달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나라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면 좀 더 계셔도 되는 겁니까?" 윤 팀장이 안심이 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요. 이제 정말 홀가분하게 여유를 부리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내요. 이게 다 윤 팀장님과 권 팀장님 덕분이에요." 나라가 말을 끝마칠 무렵에 핸드폰이 울렸다. "아, 오 원장이내요. 잠시만요.". 잠시 윤 팀장께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을 받았다. "오, 오 원장, 바쁠텐데, 웬일이야?" 나라가 핸드폰을 들고 회의실로 움직이며 말했다.
"웬일이긴? 궁금해서 연락했어. 어떻게 됐니?" 핸드폰 건너편에서 오 원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의, 잘 끝났어. 다들 걱정말라고 하는데 그게 되야 말이지. 겉으로는 그려러니 해도 마음 속으로는 엄청 걱정했어. 내가 대표로 있다 보니 내 욕심만 차리고, 이렇게 해도 되나 싶기도 했는데, 윤 팀장이 많이 도와줘서 화상회의를 잘 끝냈어. 엄청 복잡하고 어려운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라가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렇지! 뭐든, 닥치면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 아, 그리고 지난번에 얘기했던 거 기억나니? 시간되면 목과 어깨 쪽에 통증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주겠다고 했잖아. 내일 아침에 시간나니?" 오 원장이 물었다. "아참, 이제 시간이 나는구나. 그럼, 이제 언제라도 가능하지." 나라가 유쾌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러면 내일 아침 8시에 돌담의원으로 와라. 지난번에 왔을 때 좌측에 할머니 사랑방이 있었잖아. 내일 아침에는 명상과 요가하는 날이거든. 편한 복장으로 와. 그곳에서 보도록 하자." 오 원장이 말했다. "그래도 되겠니? 너도 바쁠 텐데." 나라가 미안한 듯이 말했다. "무슨, 우리 때문에 고생하는데 당연히 그 정도는 해드려야지요. 신나라대표님" 오 원장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러면 내일 보도록 하자. 고마워. 끊을 깨"
나라가 핸드폰을 닫고 작업실로 가려는데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어, 강 사무국장님, 웬일이십니까?" 나라가 반가운 투로 말했다. "웬일이긴, 궁금해서 연락했지. 어떻게 됐어?" 핸드폰으로 성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화상회의, 비대면회의 한다고 해도 먼나라 얘기인줄 알았는데, 내가 비대면 화상회의를 하다니! 내가 화상회의를 했다면, 친구들은 아마도 안믿을거야! 하하. 그런데 다들 도외주니 생각보다 쉽던데?“ 나라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이제 큰 부담 없이 밀양 자주 내려올 수 있겠지?" 성일이가 농담 삼아 얘기했다. "정말! 그래도 되겠구나. 참 여러모로 좋은 경험하고 있다. 특히 마을식당과 성일이가 차려준 건강한 음식들도 그렇고. 암튼 다들 고맙다." 나라가 정겨운 말투로 얘기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시간이 많다고 너무 무리해서 작업하지 마라. 다들 그럴까 봐 걱정들하고 있어." 성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근데 도현이도 내 소식이 궁금핱텐데 나의 수제자가 영 성의가 없는데?" 나라가 익살스럽게 말했다. "안 그래도 물어보던데 나라 작업한다고 바쁠 테니 내가 물어봐주겠다고 했다." "공연 준비한다고 바쁜가 봐?" 나라가 물었다.
"그러게, 자기 말로는 한 친구 때문에 개고생 한다더군. 하하. 잘할 거야. 걱정 말고. 그리고 이제는 오늘 저녁 식사하러 올 거지?" 성일이가 물었다. "그럼, 오늘부터는 가야지. 이제 시간도 많은데. 벌써 배가 고프네. 오늘은 너무 신경도 많이 쓰고 말도 많이 한 것 같아서 그런가 봐. 하하."
나라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래 나중에 식당에서 보자. 그럼 끊을게." "그래, 고마워. 나중에 보자." 나라가 핸드폰을 끊었다. 회의실 안쪽에서 나라가 통화하는 모습을 본 다른 팀원들도 나라가 며칠 더 있게 된 것을 알고 밝은 표정으로 힘을 더 내는 것 같았다.
이날 목공팀의 작업실은 밤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 장면 2
강성일 사무국장이 사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더니 윤소이 팀장이 들어왔다. "아니, 바쁜 윤 팀장이 웬일이예요?" 강 사무국장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바쁘실 텐데 상의드릴 것이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윤 팀장이 말했다. "그래요? 거기 앉으세요." 잭상 앞 회의실 소파를 가리키며 강 사무국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 있어요?" 강 사무국장이 윤 팀장의 얼굴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요? 신나라 선생님이 목요일에 서울로 가시는 것을 알고 있지요?" 윤 팀장이 말했다. "예, 그것은 올 때부터 그런 계획으로 왔을 거예요." 강 사무국장은 무슨 일인가 궁금하다는 듯이 말을 흐렸다.
"혹시 신나라 선생님이 좀 더 머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왔습니다." 윤 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특별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강 사무국장이 뜻밖의 얘기에 의아해하며 말했다. "팀원들의 분위기가 달려졌습니다. 신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서 다들 감탄을 하고 자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윤 팀장을 말을 어어갔다.
"신 선생님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곁눈질도 해가면서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빈둥이 마을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준 덕분에 새 건물로 이사도 하고, 작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셨는데, 이번 축제 때 그런 기대에 못 미칠까 봐 다들 걱정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나라 선생님의 작업을 다들 옆에서 보면서 너무 신기해하기도 하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어렵게 도전한 친구들에게 선생님이 격려도 해주시면서, 어려운 부분에 대해 가르쳐 주시니 팀원들의 실력도 더욱 좋아지고 있습니다." 윤 팀장이 들뜬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목요일에 보내드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습니다. 좀 더 계시면서 팀원들을 좀 더 도와주시고 좋은 작품도 더 만들어주시면 이번 축제 전시회가 더 살아날 것 같습니다." 윤 팀장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윤 팀장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바쁜 신 대표도 힘들게 시간 내서 온 거라, 더 있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예, 저도 그 점은 알고 있습니다만 혹시나 해서 지난번 인턴사원으로 갔을 때 같이 일한 적이 있는 권세일 영업팀장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윤 팀장이 말을 이어갔다.
"서울에 갑자기 큰 전시회를 하기로 해서 정신이 없긴 하지만 기존의 행사에 추가되는 부분만 보완하면 큰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신 선생님이 아이디어 회의에 참석해서 의견을 나누고 최종 결정만 해주시면, 다른 부분은 신 선생님에게 그때그때 연락해서 진행하면 될 거라고 합니다." 윤 팀장이 말을 잠시 멈추었다.
"그 회의에 신대표 본인의 생각이 꼭 참석해야 된다고 하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요?" 강 사무국장이 안타까운 듯이 물었다. "그래서 제가 권 팀장님에게 우리 사정을 예기하고 좋은 방법이 없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윤 팀장이 말했다.
"그랬더니 권 팀장이 과거에 한 번 그런 비슷한 일이 있어서, 비대면 화상회의를 제안했었는데, 신 대표님을 비롯하여 다들 시큰둥하여 포기했다고 합니다. 권 팀장님의 말씀으로는 다들 연배가 있으셔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어려워하시는 것이 아닌가 짐작했답니다. 그래서 기존대로 다 같이 참석하여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윤 팀장이 말했다.
"신 대표가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면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요" 강 사무국장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다들 윤 팀장이 축제가 다가올수록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나 봐요. 그나마 신 대표가 함께 하면서 다시 밝아졌다고 다들 안심을 했는데,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군요." 강 사무국장이 계속 말을 했다.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지금까지도 윤 팀장과 팀원들이 잘해왔잖아요. 학업에 전념하면서 또한 다른 일도 하면서, 그렇게 공방을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어요. 천천히 갑시다. 그리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의논해 볼게요." 강성일 사무국장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여러모로 바쁘실 텐데,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쩌면 제 욕심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팀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하며 일어서는 윤 팀장에게 "여기는 빈둥이 마을이잖아요. 윤 팀장이 즐거워야 모두가 즐거운 거예요." 강 사무국장이 웃으며 말했다.
윤팀장이 나가고 난 후 성일이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연락을 했다. "나 성일이야." "아니 바쁘신 분이 어인 일로 이렇게 연락을 다 주시고. 무슨 일이 있는 거니?" 핸드폰으로 영숙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신나라 생일이 언제인지 아니?" 성일이가 말했다. "아니, 뜬금없이 웬 생일? 돌부처님이 그동안에 만리장성을 쌓은 거야?" 영숙이가 놀리듯이 물었다. '농담하지 말고 나 진지하거든" 성일이가 윤 팀장이 방문해서 했던 얘기를 전했다.
"그래서 나라가 좀 더 있을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는 얘기니?" 영숙이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렇지. 그래서 좋은 방법이 있는지 너한테 상의하는 것이 아니겠니? 초등학교 때 너희들은 친했잖아." 성일이가 말했다.
"그때는 유별났었지. 그런데 생일이 좀 지나야 있는데 어쩌지? 그리고 다들 축제 준비다 뭐다 해서 다들 바쁠 텐데 생일파티가 될까?" 핸드폰으로 영숙이의 걱정스러운 음성이 들렸다. "인원 동원은 내가 할 테니 영숙이는 감독이나 잘해주라. 다들 윤 팀장 부탁이라고 하면 열일 제쳐놓고 달려올 테니."
"그런데 그런 지연작전만으로 잘 될까?" 성일가 불안한 듯이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한 가지 쐐기를 박는 방법이 있긴 한 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단 알았으니 끊어. 좀 더 생각해볼게." 영숙이가 급하다는 듯이 말했다. "잘 부탁해." 성일이가 이제야 안심이 되는 듯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끊었다.
# 장면 3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영숙이가 시계를 보고는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다. "바쁘니? 나 영숙이." "아니 영숙이가 웬일이야?" 반가워하는 목소리와 함께 핸드폰의 건너편에서 주위의 시끄러운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리고 망치소리도 들렸다.
"분위기를 보니 봉사활동 한다고 바쁜 것 같은데 다음에 할까?" "아니야, 괜찮아, 지금은 점심때가 다되어 약간 한가해. 무슨 일 있는 거니?" "아니 그건 아니고 네팔에서 고생할 건데 하도 오래도록 못 봐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연락했어." 영숙이가 말했다.
"나야 잘 지내지. 근데 그것만이 이유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는 거지?" 건너편에서 걱정되는 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네. 보경이는 못 속인다는까? 너한테는 얘기 안 했는데 지금 빈둥이 마을에 나라가 와 있어." 영숙이가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니, 나라는 네가 도착하기 전에 왔다 가기 때문에 괜히 네가 신경 쓸까 봐 얘기 안 했지." 영숙이가 말했다. "정말 나라가 와있다고? 근데 그 얘기를 지금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뭐야?" 영숙이는 성일이한테 들은 얘기를 보영이한테 전달해주었다.
"나도 나라가 많이 보고 싶어. 그런데 마음에 준비도 아직 안되어 있고, 무엇보다 내가 갑자기 연락하면 나라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걱정이 돼." 보경이의 당황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물론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한 번 부딪혀보자. 우리가 생각했던 기회가 더 빨리 올지도 모르잖니? 시간을 알려줄 테니, 그때 내 핸드폰으로 연락을 주라. 알았지." 영숙이가 확답을 받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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