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19 화

pulmaemi 2021. 11. 9. 12:35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19 화

 

  일곱째 날 (목요일)

 

  카톡이 왔다. 그 소리에 나라가 잠을 깼다. 전날 밤 누워서 잠시 뒤척이다 어느새 잠이 든 것 같다. 핸드폰의 시간을 보니 벌써 7시였다. 어제 피곤해서 그랬는지 타트체리 주스 때문인지 한 번도 안 깨고 잘 잔 것 같았다. 일어났는지 묻는 카톡 내용에 방금 눈 떴고 잠시 정리하고 내려갈 거라고 답을 줬다.

 

  "잘 잤니?" 도현이가 걱정되는 투로 말했다. "그럼 어제 타트체리 주스 덕분인지 정신없이 자다가 카톡 소리에 깼네. 하마터면 늦잠 잘 뻔했네." "아니 내 카톡 때문에 깬 거야. 더 자도 되는데 미안해." 도현이가 말했다.

 

  "아니야, 푹 자서 개운해. 너무 자도 그렇지?" 나라가 성일이와 도현이가 있는 아일랜드 식탁으로 와서 앉으며 말했다. 식탁에는 특이한 사과가 놓여 있었다. "아니, 이 사과는 뭐지? 속이 빨간 것이 특이하네?" 나라가 신기한 듯이 말했다. "그렇지. 여기가 얼음골 사과로 유명하다 보니 특이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도 있어."

 

  "크기가 일반 사과보다 작지만 속이 빨간 것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게 신기한데?" 나라가 말했다. "그래, 나도 이 사과를 처음 보고 특이해서 이 속 빨간 사과를 재배하는 농부를 만나봤어." 성일이가 말했다. "역시 호기심 박사인 성일이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도현이가 재촉하듯 말했다.

 

  "그 농부가 말하길 십여 년 전에 스위스에 갔다가 거기서 이 사과를 알게 되었데. 같이 간 다른 농부들도 신기해서 이 묘목을 들여와 여러 과수원에 심었다고 하더군. 많은 어려움이 있어 다른 데는 다 실패하고, 여기만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해. 이제 그 과일을 시장에 내놓을 정도로 생산량이 늘었다고 좋아하더라.'

 

  "이 사과를 반으로 자르면 하트 모양이 나온다고 해서 '레드 러브'란 이름이 붙여졌데. 한 번 맛을 봐봐." 성일이가 말했다. "정말?" 나라와 도현이가 신기한 듯이 한 조각씩을 입에 넣어 음미했다. "이 맛은 옛날에 먹던 그 풋사과의 맛인데?" 도현이가 말했다. "정말 그러네. 많이 달지도 않고 풋풋한 것이. 그런데 씹을수록 과즙이 많아지고 새콤한데?" 나라가 얘기했다.

 

  "그럴 거야. 요즘 나오는 과일들은 너무 달아서, 건강을 위해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지. 과일들의 당도를 계속 높이다 보니 예전에는 과일 속에 풍부하게 들었던 많은 영양소들이 당분에 밀려 계속 적어지게 되었어." 성일이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 '속 빨간' 사과는 당도가 높지 않고, 안토시아닌과 베타카로틴이 일반 사과에 비해 15배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건강에도 좋은 착한 사과라는 거지." 나라는 다시 한번 레드 러브를 집어 들었다.

 

  빈둥이마을에 와서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일들을 배우기도 하고 경험하였고, 또한 몸에 좋은 음식을 먹게 되니, 몸 컨디션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당장 오늘 오후에 있을 회의가 어떻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조마조마한 마음이 언뜻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나라야, 오늘 아침에 특별한 일 없으면 힐링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할까?" 성일이가 말했다. "응, 그러지 뭐. 아침부터 카페에 특별한 일이 있는 거야?" 나라가 물었다. "오늘 빈둥이마을 전체 회의가 있어. 마을 주민들에게 보고할 내용도 있고 같이 결정할 사항이 있어서 말이야." 성일이가 대답했다. "그러지 뭐. 그러면 올라가서 옷 챙겨 입고 내려올게."

 

  힐링카페에 올라가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한가롭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번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젊은 친구들도 다수 눈이 띄었다. 특별히 오늘 회의를 위해 참석한 것 같았다.

 

  나라 일행도 테이블의 한구석을 차지하였고 도현이가 뽑아온 아메리카노의 향기를 음미하였다. 8시가 다가오자 성일이가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빈둥이공동체마을 주민 여러분, 그리고 연구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마을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강성일입니다. 반갑습니다." 성일이가 인사를 하자 주위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성일이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다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아침부터 전체회의에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여러분을 뵙자고 한 것은, 보고드릴 것도 있고 또한 같이 결정해야 될 사안이 있어서 이렇게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회의 시작을 알리자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성일이의 말에 집중했다.

 

  "여러분이 다들 아시다시피 빈둥이공동체마을은 네팔에 빈둥이여행사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지금 정직원으로 한준서 연구원이 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공정여행 업무와 커피 구매, 그리고 해당 지역사회 지원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준서 연구원이 최근에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성일이가 이 말을 하자 다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빈둥이 마을 주민들은 다들 여행 가기를 좋아했다. 그 가운데 네팔 공정여행은 빈둥이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한준서 연구원은 빈둥이 공동체의 해외 공정여행에 자주 참가했는데, 여러 번 네팔을 갔다 온 후, 그곳이 마음에 들어 빈둥이 여행사 네팔 지부를 만들었고, 여러 가지 사업을 기획하고 주도햐였다. 그 이후로 네팔은 빈둥이공동체마을 해외 공정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빈둥이 마을 주민들은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이 네팔여행사 지부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안나푸르나 산군(편집자주 : 거대한 봉우리가 많이 모여 있는 산의 무리들)을 여행하고, 그 지역 내 봉사활동과 문화 체험활동을 하였다. 

 

  빈둥이 마을의 주민들은 이러한 여행사업을 이끌어온 한준서 연구원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다들 뜻밖에 소식에 놀라워했다.

 

  빈둥이 공동체에서는 한준서 연구원에게 빈둥이공동체여행사 네팔지부를 세우고 이를 책임지도록 하여 매년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던 상황이라, 빈둥이공동체마을의 운영위원회에서도 한 지사장의 이러한 결정을 곤혹스러워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해외 공정여행과 봉사활동 등 네팔과 연계된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있는 상황을 한준서 지사장이 모르지는 아닐 건데 말입니다. 혹시 그런 결정을 하게 된 특별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까?" 참석자들 중에 비교적 이러한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는 한 마을 주민이 손을 들고 걱정되는 투로 질문을 했다.

 

  "예. 저도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상당히 뜻밖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일면 이해 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우선은 자기의 결정이 네팔 지역 내의 사업이 차질을 빚어, 지역주민들이 생계와 지원사업이 위협을 받는 상황을 몹시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니 존중해달라는 내용도 함께 전달해 왔습니다." 강성일 사무국장이 말했다.

 

  "아니, 자기가 그만두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만한 분이 그런 얘기를 했단 말입니까?" 다른 참석자가 일어나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발언을 했다. "본인은 오래전부터 고민을 해왔고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여 몇 년 전부터 함께 일할 연구원을 파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강성일사무장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이번에 또 하나 안 사실이 있는데, 우리 모르게 본인의 자비로 지역사회 한 젊은이를 채용하여, 해당 지역사회의 연결 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왔다고 합니다." 강성일 사무국장의 설명이 끝마치자마자 다들 한준서 연구원의 고민이 오래되었다는 것과 본인이 그만둘 것을 대비하여 빈둥이 여행사와 네팔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숨은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석자 중 다른 한 명이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저도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저도 네팔 여행 프로그램이 좋아서 여러 번 참석하였고 거기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아, 저의 삶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계기를 마련해준 빈둥이 여행사와 한준서 지사장에게 지금까지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

 

  "제 느낌에는 제가 참석할 때마다 한준서 지사장을 보면서 일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남달랐고, 로칼지역 주민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에, 네팔 오지에 있는 그 지역 주민들에게도 많은 신뢰와 사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합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에게 이 일을 그만두게 할 만한 특별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솔직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돕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이던 참석자들은 자연스레 강성일 사무국장에게 얼굴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