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7 화
목공팀과 만날 시간이 되어 목공 작업실로 향했다.
그곳에 가려면 자연치유 돌담 의원 건물 앞을 지나 서쪽 끝으로 난 길로 가야 한다.
자연치유 돌담 의원 앞에는, 2층의 힐링카페에서 나온 손님들이, 여기저기 놓인 빈백(편집자 주 : 1인 소파)과 쿠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산 카페의 늦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이들을 지나치자 '철학의 길'이란 나무 팻말이 서 있었다. 그 길에 들어서면 양쪽 길에 심어진 석류나무를 시작으로, 살구나무, 천도복숭아, 오미자나무 등 다양한 과실수들이 양쪽 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벽돌로 둘러싼 화단에는 블루베리 나무들이 가을의 쌀쌀함을 견디고 있었다.
곳곳에 방부목으로 만든 다른 화분들도 있었는데, 고추나 방울토마토, 오이, 가지 등의 줄기들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길의 끝나 갈 무렵에 '산자락 목공창작소'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안에 사람들의 인기척이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목공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윤소이 연구원이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를 했고, 다른 팀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새로 들어온 연구원들도 소개했는데 그 중 한 명이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저를 알죠?"하고 나라가 물었다.
"작년 축제 때도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기 집진기를 기증하셨다고 쓰여 있었어 어떤 분이신지 궁금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맞은편 벽 쪽에 목공팀이 정성스레 만든 나무 팻말이 붙어 있었다. 팻말의 내용에는 기증 물품과 기증자의 성함이 새겨져 있었는데, 나라 외에도 오 원장과 강성일 사무국장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후원에 참여한 것 같았다.
강성일 사무국장의 말에 의하면 작년에 작업장을 옮겼는데, 기존의 작업실은 원목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고, 그 앞쪽에 현재의 목공작업장을 새로 지었다고 했다.
전에 있는 작업장에 비하면 3 ~4배는 넓은 공간이었다. 목공소 입구에서 들어서면, 우측에는 회의실 겸 휴식을 위해 사용하는 공간이 있다.
거기에는 눈에 익은 박달나무 우드 슬랩(편집자주 : 나무의 옹이나 결 등이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원목 판재)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테이블의 한쪽 귀퉁이에 '기증자 : 빈둥이공동체마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테이블은 성인 8명이 앉아도 넉넉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바로 위 천정에는 레일형 조명등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긴 탁자의 중앙에는 천정에서 선이 길게 내려온 삿갓 모양의 펜던트 램프가 있어, 마치 카페에 온 느낌이 들었다.
빈둥이공동체마을의 연구원들 중에 목공예에 대한 관심들이 많은데, 특히 젊은 연구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또한 윤소이 팀장이 이끄는 목공팀은 빈둥이공동체마을의 여러 가지 물품들을 손수 제작하여 교체하기도 하고, 본동의 내부 가구들에 대한 작업 요청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지난 겨울에 오 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목공실을 새로 옮기는 기념으로 빈둥이공동체마을에서 축하 선물을 하려는데, 무엇을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나라는 가격은 얼마를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가격이 비싸면 후원을 받으면 되니, 목공팀들에게 필요한 것으로, 또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면 더 좋겠다고 오 원장이 말했다.
또한 윤소이 목공팀장이 나라의 목공방의 인턴쉽 과정을 요청했는데 그것이 가능한지 물어왔다. 나라가 운영하는 공방이 소문이 나면서 지인들을 통해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목공예를 배우기 위해 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경우 대부분이 수도권이라 출퇴근이 가능하고 숙박의 부담도 없어 허락하기도 했다. 그런데 멀리 부산 쪽에서 온다고 하고 윤 팀장의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 망설여졌다.
빈둥이공동체마을은 인문의학연구소에 참여한 젊은 연구원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존중하며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오 원장 또한 주변의 인맥을 동원하여, 젊은이들이 배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그런 오 원장의 요청이 있었기에 거절할 수가 없어서, 윤소이 팀장과 같이 일해보기로 하였다.
윤 팀장은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공방 근처에 작은 방이라도 구해보겠다고 하였으나, 인턴 기간 동안에 나라의 집에서 머물면서 같이 출퇴근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서울숲 공원 근처의 갤러리 카페에서 신나라 목공방 작품의 전시·판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원두 커피 잘 뽑는 친구가 있는데,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윤 팀장이 물었다. "그럼, 실력 한 번 봐도 될까요?" 나라가 대답했다.
그러자 앉아 있던 한 친구가 능숙한 솜씨로 원두를 갈아 드립 한 후 나라에게 커피를 서빙하였다.
젊은 친구들이 먹는 커피는 어떤 것일까라고 생각하며 커피 향을 느끼며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은은한 과일향에 고소한 맛과 강하지 않은 신맛이 곁들여진, 이 익숙한 맛은 뭐지?'라고 생각하며 윤 팀장을 보는데, 윤 팀장은 나라가 마음에 들 거라는 확신에 찬 표정이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이 커피의 원두는 뭐지요?" "세계 3대 커피 중에 하나인 하와이안 코나입니다." 드립 한 친구가 말했다. "아니 이 귀한 커피를 어디서 구했어요?"
"선생님이 제가 인턴십에 갔을 때, 세계 유명 커피는 신맛이 강한데 그렇지 않아서 선생님이 좋아한다고 하시면서 저에게도 맛보게 해 주셨잖아요. 특별히 오 원장님께 부탁을 드려 구했습니다."
"윤 팀장님이 며칠 전에 코나 커피를 가지고 와서, 절대 개봉하면 안 된다고 하길래 우리도 오늘까지 참았습니다. 선생님 저희들도 조금 맛보게 해주세요. 네!" 드립 한 팀원이 농담삼아 웃으며 얘기했다.
다들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안돼, 너희들이 먹으면 선생님이 드실 게 없잖아!" 윤 팀장이 울상을 지으며 얘기했다. "아니에요." 여러분에 입맛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마십시다." 그러자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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