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5 화
셋째 날 (일요일)
핸드폰 벨소리에 눈이 떠졌다. 어제는 영화를 본 후 성일이 집에서 도현이랑 셋이서 얘기하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러 갔다. 늦게 잠들어 못 일어날까 봐, 알람을 7시에 맞추어 놓고 잤는데 벨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대충 씻고 1층에 내려가니 벌써 성일이와 도현이가 주방에 나와,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왜 빨리 내려왔어? 다 되면 부르려고 했는데" 도현이가 반갑게 말을 건넸다.
아일랜드 식탁 위에는 특이한 빵이 놓여 있었다. 일반 식빵과 다르게 노란색을 띤 식빵으로 고소한 향이 났다. 뭐냐고 물으니 "성일이가 건강식단에 관심이 많아 밀가루가 안 들어간 '케토(편집자주 : 케토제닉 다이어트 -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이요법으로 케톤을 주에너지로 사용하는 다이어트) '식빵을 만들었어" 도현이가 대신 대답했다.
아몬드와 코코넛 가루 그리고 달걀과 버터를 베이스로 한 빵이라고 했다. 밀가루가 안 들어가도 빵이 된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먹어보니 쫄깃한 식감은 약하지만, 샌드위치나 디저트 빵으로는 제격인 것 같았다.
성일이가 아보카도와 토마토, 그리고 양파와 레몬즙을 섞은 과카몰리도 만들어 내놓았다.
거기다 아메리카노에 코코넛 오일과 버터를 섞어 만든 '방탄 커피'도 한 잔 권했다. 그 식빵에 과카몰리를 얹어 먹으니 샌드위치를 먹는 느낌도 나고, 방탄 커피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아라비카종의 원두커피 향과 어울려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생전 먹어본 적이 없는, 맛나고 건강한 디저트를 다 먹어보네" 나라가 식사를 끝마칠 때 얘기했다.
"나라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서 편히 쉬고 점심때 식당에서 보자"라고 성일이가 말했다. 자기들은 본동에 수강 신청한 세미나가 있어 들으러 간다고 했다.
나라는 친구들을 보낸 후 2층 성일이의 서재로 갔다. 다양한 책들이 많이 있었는데 건강과 관련한 책들도 많았다.
성일이의 서재에서 노트북으로 메일을 점검했다. 그리고 필요한 업무와 결제할 것을 처리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긴급히 결정할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다. 나라가 운영하는 공방 내 영업 담당 권세일 팀장이, 마포구청이 주관하는 지역 축제에 목공예 전시 초청을 받았다고 했다.
목공방 홍보도 할 수 있고 작품도 판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일단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소품 형태의 작품들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난이도 높은 기술과 시간을 요하는 목공예는, 무엇을 만들지 그 품목을 준비해 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목요일 나라가 서울에 도착하면 바로 회의를 열고 검토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나라가 서울에 있었으면 큰 문제가 아니었을 텐데, 없을 때 갑자기 급한 일이 터져, 힘들어 할 멤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고 미안했다.
이 나이가 되어도 잠시 한 몸 편히 쉴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기로 했다.
여행 기간 동안, 밤에 자기 전에 책을 보면 좋을 것 같아, 집을 나서 도서관을 향했다.
'탐작동(편집자주 : 탐구와 작당을 하는 동네)'에 들어서서 3층 도서관으로 가려는데 어제 영화를 본 미디어실 입구에 강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강의 주제는 '열심히 운동하는데 살이 안 빠지는 그대에게'였다. 순간 그 이유가 궁금해서 미디어실로 들어갔다.
일반 강의와 다르게 강사는 외장 마이크를 달고 있었고 낯익은 얼굴이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카페에서 일하는 최규식 연구원이었다. 마침 강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현재 피부/미용/비만 클리닉의 원장이라고 소개한 임국영 연구원은 오 원장으로부터 빈둥이공동체마을을 알게 되어, 이런 강의까지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유튜브에 강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고 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들 이런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열심히 운동을 하는데 살이 안 빠진다'라고, 혹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라고 체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해결방법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유튜브로 시청하시는 분들은 제 강의가 마음에 드시면 '좋대구알' 해주십시오." 임국영연구원은 잠시 말을 멈추고 청중을 둘러 보았다. 그 중에는 웃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그 어감에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니 잠시 불쾌한 분들이 계시내요. 기분을 언짢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임 연구원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좋대구알'을 다시 풀어 말씀드리면 '좋아요' 눌러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 '구독' 신청해 주신 후, '알람'을 설정해 주십시오. 우리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다른 분들과 공유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쉽게 얘기하면 우리 몸은 두 가지의 연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엔진은 포도당을 연료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지방을 태워서 생산된 '케톤'을 연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엔진은 우리 세포 내에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인데, 이것이 포도당과 지방의 두 가지 연료를 적절히 사용하여, 우리의 모든 신진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아무리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진다고 하는 분들에게 제가 물어봅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나면 더 배가 고프지 않냐고. 그러면 그런 분들 10명 중에 7~8명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당신은 당분 중독에 빠져 있다'라고 얘기하고, 결코 그 중독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당분을 먹으면 계속 먹고 싶고, 운동하면 더 배고픈 증상이 있다'면 '당분 중독'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
"더 나아가 운동을 하면 더 많이 먹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분들 중에는 과거에 '코로나' 사태로 운동을 안 하게 되니, 살이 빠지더라고 얘기하는 환자들도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중에 하나는 비만을 해결하는데, 운동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입니다. 그러나 굳이 효과를 따지자면 살을 빼는데 운동효과가 1이면 식이요법은 4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달리 얘기하면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그 후 배고파서 음식을, 특히 당분 많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비만에서 탈출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것은 좋으나 비만 탈출을 위해, 특히 공복시에 운동하는 것은 그리 과학적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당분 중독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비만을 비롯한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생활습관병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빈 속에 땀 흘려 뛰는 것보다, 식사 끝마치고 바로 30분을 걷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나라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제 경제적인 문제가 안정되어 있으니, 자식들에게 크게 걱정 끼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살이 찌고,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혈압과 혈당이 점점 올라가고 복부초음파에서 지방간이 심해지고 있었다. 이러다 5년 후에 고혈압이 오면 어쩌나, 10년 후에 당뇨병이 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20년 후에 치매는?
이렇게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그 방법들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들은 적게 먹고 운동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남들 따라 열심히 운동하고 적게 먹으려고 노력을 했다. 처음 두세 달 정도는 효과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배고픈 상태에서 운동을 하니, 더 배가 고파 폭식을 하는 경우가 생겼다. 더우기 일과를 마친 후에 저녁을 적게 먹고 운동을 하다보면, 더 허기가 져서 야식을 자주 먹게 되었다.
또 마음을 다잡고 잘해나가다가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폭식을 하게 되고, 심지어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어느새 나라의 몸무게는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의 눈금을 넘어서고 있었다.
"자, 이제 운동하면 더 배가 고프고, 살이 안 빠지는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우리 몸의 엔진인 미토콘드리아에 연료를 공급하는 두 종류의 연료 저장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개의 연료탱크는 그 용량에 차이가 있습니다. 포도당을 저장하는 연료통은 대략 12시간을 사용하면 바닥을 드러냅니다. 그에 반해 중성지방을 저장하는 탱크는 대략 50일이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연료통이 매우 큽니다."
"우리 몸은 체내의 포도당 연료통에 포도당이 남아 있으면, 이것을 항상 먼저 사용합니다. 그리고 기근을 대비하여, 잉여 포도당이 있다면 중성지방으로 바꾸어, 간이나 지방 연료통에 저장합니다."
"그래서 체내 고혈당이 상황이 계속되면, 포도당만을 연료로 사용하여, 지방을 공급하는 연료통은 작동을 못하게 됩니다. 특히 당분에 중독된 경우에는 지방 연료통은 결국 멈춰져 있고, 오로지 포도당이 저장된 연료통만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적게 먹고 운동을 하게 되면, 포도당의 혈중 농도는 더 빨리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무게의 2% 정도지만 전체 에너지의 25%를 사용하는 우리의 뇌는 기근이 계속되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에너지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우리 몸의 에너지 소모량을 적게 하여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당분이 많은 탄수화물을 더 먹도록 만들며, 특히 운동 후 폭식을 더욱 독려하게 됩니다. 그래서 '요요현상'이 오게 됩니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한 번 더 말씀드려볼까요? 인간의 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인간의 뇌 속에는 깊숙히 파충류의 뇌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위에 포유류의 뇌가 생겼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뇌로 진화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나타난 파충류의 뇌는 생명 유지의 기본 중추로 생리적인 본능 욕구를 담당합니다. 두 번째로 나타난 포유류의 뇌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로 기억과 감정 그리고 호르몬을 조절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고 중추인 인간의 뇌는 이성적 사고 등의 고도의 정신 작용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러면 이 세 가지 뇌 중에 비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뇌는 어느 것일까요? 여러분 중에는 제일 나중에 나타난 인간의 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뇌들은 서로 역할 분담이 되어 있고 서로 소통하면서 생명 유지해 나갑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감정의 뇌를 조절할 수 있지만, 생명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를 계속해서 통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비만과 다이어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뇌는 어느 것일까요?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이 아니고 파충류의 뇌입니다." 임연구원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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