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8 화

pulmaemi 2021. 10. 25. 12:16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8 화

 

  나라는 목공팀이 마을축제 전시 프로젝트 회의를 하는 동안 목공 작업장을 둘러보았다. 

 

  테이블쏘(편집자주: 나무를 직선으로 자르는 기계) 3대와 밴드쏘(편집자주: 나무를 곡선으로 자르는 기계) 2대 등 목공에 필요한 기본 기계와 공구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벽쪽으로 'ㄴ' 자 모양의 작업대 2개가 서로 대각선으로 마주 보며 배치되어 있는데, 여러 명이 함께 작업해도 여유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벽 쪽의 수납장에는 각종 충전기와, 트리머(편집자주: 나무 모서리면을 깎거나 홈을 파는 공구)를 비롯하여, 각종 여러 가지 전동기구들과 목공 기구들이 여러 수납장에 잘 정돈되어 있었다.

 

  목공예 전시 품목 목록 종이가 작업대 위에 놓여 있었다. 거기에는 목공예 전시에 단골 메뉴인 빵도마, 주걱, 찌짐 뒤집개, 쟁반, 수툴(편집자주 : 등받이나 팔걸이가 없는 의자), 수납장, 팔걸이의자, 식탁, 거실 테이블(원목 좌식 탁자) 등이 목록에 올라와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윤팀장이 다가왔다. "신나라 선생님, 전시품목들은 어느 정도 결정되었습니다. 각자 능력에 맞게 평소에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개의 품목들은 난이도가 높은 전시품목이 있는데, 그것들은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거실 테이블은 제가 평소에 도전해보고 싶은 가구인데, 실력이 모자라 공부만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시면 열심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것은 우리끼리 얘기입니다만, 그 작품은 마을축제에서 비싼 가격에 내어놓고, 안 팔리면 돌담 의원 사랑방에 선물할 계획입니다." 윤 팀장이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전시·판매할 때 체험행사할 계획이 있나요?" "생각 못해봤는데요?" 윤 팀장이 당황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우드 카빙(편집자주: 나무를 조각해서 간단한 장식품이나 도구 등을 만드는 것) 체험행사와 그 키트를 파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경험상 수제 볼펜도 인기품목인데, 그것도 한 번 의논해 보세요." 나라가 말했다.

 

  그 외 전시와 관련하여 윤 팀장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해 주고 목공소를 나왔다.

 

  어느 덧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향했다. 평일보다는 적었지만, 여전히 많은 연구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성일이와 도현이가 식사를 하고 있어서 그쪽으로 갔다.

 

  "식사는 했어?" 도현이가 물었다. "아니 아직 안 했어." "우리는 나라가 목공팀의 친구들과 같이 식사하는 줄 알고 미리 먹고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기다릴걸" 성일이가 말했다.

 

  "아니야, 안 그래도 윤 팀장이 같이 식사하러 가자고 하는 것을, 젊은 친구들이 불편해할까 봐, 친구들과 약속이 되어있다고 말하고 나왔지." 나라가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오늘 저녁 메뉴들은 부페식이었다. 돼지감자로 만든 김치, 비트, 브로콜리, 오이소박이, 가지무침, 두부 만두, 고추, 죽순 버섯 들개 찜, 모둠 야채 피클, 청국장, 초콩, 아마씨 가루, 견과류(호두씨, 사마인치) 그리고 발아현미가 밥솥에 담겨 있었다.

 

  평소에 자주 먹는 음식들이 아닌 것으로 몇 가지를 접시에 담아 자리에 앉았다. "왜 안 먹고 있어? 나 기다리지 말고 먹지 그랬어. 돼지감자, 김치나 모둠 야채 피클, 그리고 발아현미 같은 음식은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가져왔어" 나라가 말했다.

 

  "도현이가 지금 먹고 있는것은 좀 특이하네." 나라가 궁금해서 물었다. "아, 이거? 템페(편집자 주 : 콩가 효모를 발효시켜 만든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라고 하는 거야. 한마디로 인도네시아의 청국장이라고 하지. 한 번 먹어봐." 도현이가 몇 조각을  나라의 접시에 건제주었다. 나라가 한 조각을 입에 넣었는데, 두부의 맛인 것도 같고, 치즈 향과 고기의 식감도 나는 것 같아 신기했다.  

 

  "콩을 효모로 발효시킨 것이라 단백질 함량이 풍부한데, 닭가슴살에 버금가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야." 도현이가 대답했다. "아니, 도현이도 채식하니?" 나라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야, 그건 아니고." 도현이가 대답했다. "도현이는 몸에 좋다면 뭐든지 먹어." 성일이가 말했다.

 

  "예전에 말이야, 동창끼리 빈둥이여행사를 통해 베트남 달랏에 갔었잖아. 그때 가이드 한 연구원이 로컬 야시장에서 곤충 음식을 파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더라고. 그때 코코넛벌레라는 곤충을 시키더라고. 그때 그 곤충을 보고 다들 '얼음'이 되었지. 간장같은 소스에 꿈틀대는 것이. 아무도 엄두를 못내더라고. 그때 도현이가 과감하게 한 입 속에 그 벌레를 집어넣는데, 다들 기절 할 뻔 했지." 성일이가 말했다. "막상 먹어보니 아주 부드럽고 크림치즈 맛이 나더라구." 도현이가 그때를 생각하며 말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걸 먹니?" 나라가 눈쌀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 지론이 '몸에 좋으면 바퀴벌레도 먹는다'라는 주의잖아. 뭐 산낙지보다는 먹기가 수월하던데!" 도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빈둥이공동체마을에서는 정제된 곡류, 빵, 면, 튀김류 등의 음식들을 가급적 삼가고 그 대신 제철 음식과 유기농·무농약의 자연친화적 식재료들로 식사를 준비한다고 했다.

 

  "여기서 식사를 자주 하는 연구원들 중에는 자연스럽게 몸무게가 줄고, 혈압이나 혈당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있어.

 

  "그리고 지역 어르신들 중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그리고 암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들 가족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도시락 배달을 하는 경우도 있어." 성일이가 얘기했다. 

 

  식사를 하고 난 후 성일이집으로 왔다. "커피가 부담스러운 친구가 있으니 카페인이 없는 차나 한 잔 할까?" 하며 성일이가 시원한 차를 내어왔다.

 

  "무슨 찬데?" 나라가 물었다. "케일 차야. 오 원장이 얼마 전에 선물한 건데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고 다른 친구들한테 커피만 대접하지 말고 다른 좋은 것들도 내어놓으라고 하더라." 성일이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공부해보니 케일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최고의 채소'로 평가되었고, 미국 타임지에서 뽑은 '10대 슈퍼푸드'로 뽑혔더라."

 

  "케일은 십자화과 식물로, 비타민 C를 비롯하여 필수 불포화지방산과 미네랄 등이 풍부하여 항암, 항노화, 혈관 개선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하네. 하지만 맛은 없다는 거." 성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유기농 케일 분말에 물을 넣어 만들었는데, 향은 풀잎 향이 났고 먹어보니 고소한 것이 생각한 것보다 먹을 만했다. "워낙 우리가 단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웬만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 느낌이 없는데, 케일 차는 성일이의 설명을 들어서 그런지, 고소한 것이 맛있어지려고 하는데." 나라가 말하자 다 같이 웃었다. 

 

  "아참, 할 말이 있는데, 어제와 오늘은 주말이라 아침 시간에 여유가 있어 식사를 잘했지만, 내일부터는 다시 바쁜 평일이 시작되어 괜히 부담을 주는 것 같다." 나라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원래는 빈둥이공동체마을은 건강을 위해 아침식사는 공식적으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괜히 나 때문에 수고를 하지 않나 싶어."

 

  "내일부터는 아침 디저트 타임은 없는 것으로 하자. 나도 원래 아침을 잘 먹지 않는데, 성일이 집에 와서 아침도 잘 먹고 내 입이 호사를 누렸어. 여기 와서 평소에 저녁도 잘 먹고 있으니, 내일부터는 우리 모두 건강을 위해 간헐적 단식을 하도록 하자. 그래도 괜찮겠지?" 나라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리 부담되지 않는데, 우리도 나라 덕분에 아침을 먹게 되어 좋았는데 아쉽네. 알았어. 그래도 한 번씩 좋은 식재료가 생기면 즐거운 디저트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성일이도 웃으며 말했다.

 

  나라는 차를 마신 후 잠시 얘기를 나누고는 2층으로 올라왔다. 간단히 씻은 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좀 보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