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6 화

pulmaemi 2021. 10. 22. 10:44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6 화

 

"파충류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뭄이 닥쳐 굶어 죽을 수 있는, 생명을 위협하는 사태가 올 것인지를 항상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 때 가뭄으로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은 바로 당분입니다. 당분 많은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파충류의 뇌는 가뭄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비상사태에 돌입합니다. 그리하여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시켜 초과된 당분을 우선적으로, 우리 몸과 간에 중성지방이란 연료로 저장합니다."

 

  "그런데 당분 함량이 높은 탄수화물을 계속해서 먹게되면, 파충류의 뇌는 기근이 계속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기근 호르몬인 인슐린을 계속 분비하여, 몸에 중성지방을 쌓아 갑니다."

 

  "반대로 당분이 함유된 음식을 줄이면서, 단백질과 지방을 포함한 다른 영양소를 골고루 먹게 되면, 파충류의 뇌는 기근이 사라진 것으로 생각하고, 몸에 에너지를 축적하지 않고 내보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방연료를 잘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몸에 축적된 중성지방을 잘 태울 수 있겠지요.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다는 얘깁니다."

 

  나라는 충격에 빠졌다.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라는 당분 중독에 빠졌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느 누구도, 매스컴의 어떤 전문가들도 당분 중독에 대해 강조하지 않았다. 단지 자기가 게을러서, 의지가 약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실패가 반복되니 걱정만 앞서고 더 스트레스를 받아, 더 단 것이 먹고 싶었고 우울해지기까지 하였다.

 

  심지어 비만을 잘 고친다는 병원에 가서 약도 복용하고, 관리를 받아보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요요현상이 왔다. 그렇게까지 해도 안되니 자괴감이 더 커지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임국영 연구원은 그것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자기 자신을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적을 바로 알면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의 강의는 계속되고 있었다.

 

  "좀 더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난로를 피운다고 합시다. 그러면 난로에 먼저 번개탄을 깔고 그 위로 숯을 듬뿍 쌓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부탄가스를 사용하여 불을 붙이면 먼저 번개탄이 타면서 그 위에 있는 숯이 타겠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번개탄은 다 타버리고, 숯불만 그 은은한 빛과 함께, 건강한 복사열과 원적외선을 뿜어냅니다. 숯불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번개탄이나 숯만 한 번씩 넣어주면 되지요."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번개탄은 포도당이고 숯은 지방입니다. 당분을 과다하게 먹게 되면 우리 몸은 지방을 사용할 기회를 잃게 되어 숯불은 꺼지고 번개탄만 계속 타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뇌는 살기 위해서 계속 포도당만 요구하게 되고, 넘쳐나는 포도당은 중성지방으로 쌓여 비만이 됩니다."

 

  "거기다 계속 포도당을 태우고 남은 찌꺼기와 중성지방은 혈관에 쌓여, 혈관을 망가뜨려 고혈압이 생기고, 인슐린이 포도당을 치우는데 과부하가 계속되면 당뇨병이 옵니다. 거기다가 고혈당으로 인해 뇌의 혈관들이 서서히 망가지면 제3의 당뇨병인 치매란 병에 걸립니다."

 

  "암은 또 어떻습니까? 암의 원인들은 참 많지요. 그러나 여러분이 주목해야 할 것은 암세포는 일반세포보다 포도당을 수십 배 더 소모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들은 고혈당 때문에 대부분의 암에서, 일반인들보다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더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당분을 끊지 못할까요? 그것은 니코틴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은 잘 알고 있지만, 당분 중독이나 포도당 중독에 대해 들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당분 중독은 마약 중독만큼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단지 적게 먹고 운동하면 살이 잘 빠질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몇 달간 열심히 노력하지만 결국 못 견뎌서, 폭식하고 요요현상을 반복하게 됩니다."

 

  "급기야 스스로 자책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나 당분 중독은 하루 아침에 벗어날 수 있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당분 중독은 서서히 식습관을 바꾸어야 하고, 체질이 바뀌어야만 극복할 수 있는 병입니다."

 

  "단기간 살만 빼면 된다고 급하게 하는, 어떠한 약물치료나 다이어트 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는 뇌'를 잠시는 이길 수는 있어도 계속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식사 때마다 서서히 가능한, 당분 많은 음식을 줄여나가야 됩니다. 그리고 몸에 좋은 지방과 단백질 그리고 다양한 야채와 채소를 늘려나가야, 지방을 태우는 엔진이 작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방을 태워 생긴 케톤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뇌세포가 익숙하게 사용한 건강한 연료이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치매까지 예방합니다. 심지어 어떤 약에도 듣지 않는 뇌전증(편집자주 : 간질)에도 케톤의 강력한 효과가 증명되었습니다. 그것이 '케톤식이요법'입니다."

 

  나라는 혼란스러웠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방이 들어있는 음식은 피하고,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임국영 연구원은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도 내 마음을 아는지 이제 누구의 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본인 스스로 연구하고 실천해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제 세상이 변하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좋은 정보를 찾고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자기 자신의 과거를 잘 되돌아보고 식습관이 건강해지면, 자연히 우리의 몸은 스스로 체중을 줄인다고 얘기했다.

 

  "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살을 뺀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살을 뺄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것이 우리 몸에, 우리 뇌에 좋은 음식인지 나쁜 음식인지를 공부하십시오. 그리고 실천하십시오.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은 피하고, 좋은 음식은 드십시오. 배고플 필요도 억지로 운동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십시오.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원망하지 말고 다독이며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매 끼니마다 조금씩 꾸준히 노력하면, 몸과 마음은 더욱 건강해지고 젊었을 때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강의는 마무리 되었다.

 

  나라가 식당으로 가니 도현이와 성일이가 나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좀 늦었네." 성일이가 인사하며 얘기했다. "응 네 집에서 일찍 나왔는데 1층 미디어실에 관심 있는 강의가 있어 듣고 왔어." 나라가 말했다. "오, 그래!" 성일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임국영 원장님은 연배도 높으신 것 같은데, 어떻게 유튜브로 강의까지 하실까?" 나라가 물었다. "오 원장과는 오랜 친분이 있는 분이고, 오 원장이 2006년도에 만든 누리샘이라는 시민단체에 초창기부터 열성적인 후원회원이셨어." 성일이가 대답했다.

 

  "빈둥이공동체마을도 알리고, 공동체 가족들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에게도 건강에 대한 좋은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오 원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셔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지."

 

  "그리고 유튜브의 수익금 전액과 강사비는 빈둥이마을공동체에 전액 기부하고 계셔. 앗! 이런 얘기는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라만 알고 있어." 성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아참, 계획에 없던 강의를 들었는데 교육비 지출을 안 했네. 그 강의 교육비가 얼만지 알아?" "아마 1만 소금일꺼야." 성일이가 대답했다. 나라는 즉시 입출금 수첩에 그 금액을 기입하고 카톡으로 사무국에 알렸다. 

 

  식사를 끝마친 후 친구들과 담소 후에 원래 계획대로 탐작동(편집자주 : 탐구하고 작당하는 동네) 3층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3층 계단을 올라가는데, 군데군데 그림이 그려진 큰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첫 번째 액자는 어린아이와 그의 키의 높이에 맞추어, 쪼그려 앉은 어른이 마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그 아래에 글귀가 써 있었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출처 : 행복이라는 말이 필요없는 나라'라고 적혀 있었다.

 

  3층에 가까이 다가가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신선같은 노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장수한다는 것은 건강하게 오랫동안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출처 : 노자의 도덕경.'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서관의 문 입구에는 '자연치유·노자철학 도서관'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도서관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우측 창 너머 영남알프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면이 창으로 되어 있어 채광과 개방감이 좋았다.

 

  그리고 창 쪽에 붙어 있는 긴 책상에는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 외의 벽면들은 책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책장 사이의 벽면에도 큰 액자가 걸려 있었다. 턱수염을 하고 있는 노인이 그리스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인간은 원래 병을 치료하는 힘을 갖추고 있다. 의사는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 히포크라테스'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앞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소파와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 쪽에는 '산마루방'이라는 팻말이 있는 널찍한 마루 공간이 있었다. 그 마루 바닥에는 빈백(편집자 주 : 1인 소파)과 쿠션, 담요들이 있었고 책을 보다가도 편하게 올라가, 영남 알프스의 전경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었다.

 

  서가의 책들을 둘러보는데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오 원장이 기증한 책들인 것 같았다. 건강과 관련된 서적들이 많았는데, 조금 전에 강의를 들은 케톤식이요법에 대한 책도 있었다. 또한 교육 관련 책들과 심리학, 도올 김용옥 교수의 저서들 중에 노자철학을 비롯한 고전 해설서들과 고조선 이후 고대국가와 관련된 역사서들도 눈에 띄었다.

 

  나중에 도서관을 관리하는 분한테 들은 얘기인데, 도서관에서는 기증자들의 '인생 책'만 기증받았다고 하면서, 오 원장의 책들은 인문의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자주 빌려간다고 했다. 

 

  책을 빌리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산마루방'에서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가 있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분이 눈이 마주치자 눈인사를 하면서 일어나서 다가왔다.

 

  개량한복 차림으로 자신을 홍수빈 연구원이라 소개하면서 이 도서관의 사서를 맡고 있다고 했다.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습니까?" "예, 저녁에 자기 전에 책을 좀 보려고 하는데 책을 빌릴 수 있습니까?" 나라가 말했다.

 

  "예, 물론입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분이신데 어떻게 이런 오지를 알고 오셨습니까?" "아, 예, 저는 오원장과 초등학교 친구입니다. 휴식도 취할 겸 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오 원장님은 아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하하. 그러면 강성일사무국장님도 아시겠내요." "예, 같은 초등학교 친구니까요." "예, 저는 그림을 그리는데, 오 원장과의 오래 전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둘러보시니 관심이 가는 책들이 있던가요?"

 

  "예, 암에 대한 기본지식과 치료에 대한 책들이 있으면 빌려갈까 합니다." 홍수빈연구원이 도서 대출 목록을 보면서 말했다. "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치료와 관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잘 빌려가는 책들이 있습니다. '대사치료, 암을 굶겨죽이다', '암의 비상식', '암은 자연치유된다'를 잘 빌려가는데, 지금은 '암은 자연치유된다'라는 책이 반납되어 있습니다. 그 책이라도 빌려가시겠습니까?"

 

  "예, 그러면 그 책을 빌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전에 반납하도록 하겠습니다." "오 원장님의 책이니 마음에 들면 그냥 가져가시면 됩니다. 친구가 가져갔는데 뭐라 하겠습니까?" 홍 작가는 웃으며 말했다. "평일에 시간 나시면 예술창고에 한 번 놀러 오세요." "예, 시간이 나면 떠나기 전에 한 번 들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나라는 도서관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