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유해성분 조사 발표
관련 법 개정 사각지대 줄여
폐손상·사망 사례 줄이어
세계 곳곳 판매 금지 검토
한국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강력 권고’했다. 해외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판매를 중단시킬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이다.
23일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브리핑’을 열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동·청소년·임산부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절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15일(현지시간)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중증 폐손상 사례가 1479건, 사망 사례가 33건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유럽·중국 등 각국 보건당국이 잇따라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지난달 20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를 공식적으로 내놨다. 정부가 이번에 다시 한번 강력 권고에 나선 것은 이달 초 국내에서 최초로 보고된 폐손상 의심 사례 1건이 전문가 검토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서다. 김석찬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교수는 “해당 환자를 직접 검토한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폐렴 발생이 의심됐으며, 1주일 정도 입원치료를 하고 퇴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사용중단 권고와 함께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도 내놨다. 우선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대마유래 성분)·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 7가지 유해성분이 들어 있는지 다음달까지 분석 결과를 내놓기로 했다. 미국에서 보고된 중증 폐손상 환자의 78%는 THC 성분이 들어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서는 THC가 마약 성분으로 분류돼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주요 유해성분이기 때문에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수입업자들로부터는 유해성분 분석에 참고할 수 있도록 7개 유해성분을 포함한 구성성분 정보를 제출받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연구 결과를 내년 상반기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팀은 응급실·호흡기내과 내원자 중 중증 폐손상자 사례 조사를 실시해 추가 의심 사례를 확보하고 연관성을 살피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자담배와 관련된 법을 재정비해 ‘관리 사각지대’를 없앨 계획이다. 그동안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취급받으면서 담배에 적용되는 규제와 안전관리를 받지 않았다. 담배사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인데, 액상형 전자담배는 대부분 연초의 줄기·뿌리를 원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담배사업법을 개정해 담배의 법적 정의를 연초의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제품까지 확장하고, 담배 제조·수입자가 담배에 포함된 성분과 첨가물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청소년 흡연 유발 등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주는 제품은 회수·판매금지까지 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하고, 가향물질 첨가를 규제하는 내용도 담기로 했다. 현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11개 발의돼 있으나 계류 중이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현재 담배에 적용되는 제품안전기본법에서는 유해성(인과관계)이 어느 정도 이상 나와야만 판매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증진법 등을 개정해 판매금지 권한을 넣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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