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가공식품서 수은 검출되도 팔짱만 낄까

10년마다 오염조사...농산물·가공식품 등 수은 검출기준 전무

 

［메디컬투데이 신현정 기자］ 미국내 옥수수시럽 일부 제품에서 수은이 검출된 가운데 국내에서는 어패류를 제외한 식품에 수은 기준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 식품오염물질 기준규격 현황을 보면 kg당 어류는 납 0.5mg이하, 수은 0.5mg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패류도 납 2.0mg이하, 수은 0.5mg이하로 정한 반면 농산물과 설탕, 엿류, 올리고당류, 음료수, 김치류, 커피 등은 납 기준은 있으나 수은은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어패류는 수은이 다량 확인되는 경우가 있어 검출기준이 있으나 나머지 식품의 경우 미량만이 검출돼 기준이 따로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유해물질관리단 위해기준과 한상배 연구관은 "모든 식품에는 극소량의 수은이 검출되고 있다"고 전제한 후 "다량의 수은이 검출되는 제품에 대한 기준은 필요하지만 수은 검출에 대한 보고가 없는 식품까지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멜라민 사건 후 멜라민 기준이 생긴 것처럼 일반식품에서도 수은이 다량 검출된다면 기준이 마련될 수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기준 설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잇따라 발생한 먹거리 파동을 뒤돌아보면 사후약방문처럼 큰 사건이 터진 후에야 제도 개정 및 기준 설정 등 정부의 뒤늦은 수습은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 충분했다.

더욱이 식품 수은오염이 발생될 경우 검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관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농산물 및 가공식품에 대한 오염도 검사도 제품별로 10년마다 진행됨에 따라 그 사이 수은은 물론 납,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량이 증가해도 파악조차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식약청의 부실한 오염물질 기준으로 인해 식품업체의 제품 안전성 검사에 대한 신뢰성도 의심된다.

미국 현지에서 문제가 됐던 옥수수시럽 제품과 옥수수시럽을 사용한 제품중 수은이 검출된 바베큐소스 등과 성분이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 대부분 식약청 기준으로 원재료 및 완제품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내 검사를 통해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제품의 안전성은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식약청 기준으로 검사가 진행되는 만큼 수은에 대한 안전은 100%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은이 검출된 미국산 고과당 옥수수시럽 제품과 이를 사용한 일부 제품의 국내 유통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식약청 위해정보과 등 관련 부서에서 미국내 모니터링 자료를 확보해 검토는 하고 있으나 국내 유통 가능성에 대한 조사는 다소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상배 연구관은 "문제의 제품들 대부분 검출된 수은이 그리 많은 양이 아니다"면서 수입 가능성에 대한 조사보다 국내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과 업체에 대한 경각심 개선 등의 필요성 등만 강조했다.

위해정보과 정의한 사무관은 "이번 미국 옥수수시럽 조사는 2005년도에 생산된 제품을 가지고 한 결과"라며 "시간도 많이 지났고 제조일자 등도 정확하지 않아 국내 유통에 대한 조사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실한 식품오염물질 기준은 물론 문제가 발생한 제품에 대한 유통 가능성 조사마저 늑장을 부리고 있는 식약청의 태도는 먹거리 문제를 중요시 하는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투데이 신현정 기자 (hjshin@mdtoday.co.kr)

관련기사
  ▶ 시중 유통 '옥수수시럽' 수은 함유?
  ▶ 식품첨가물 선택·사용 위한 길잡이 제공된다
  ▶ 식약청, '2009 잔류농약 분석 매뉴얼' 발간
  ▶ 발효화장품, 믿고 사용할 수 있나?
  ▶ 중국산 어린 연잎차 등에서 '센노사이드' 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