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료계, 정부차원 제도 마련 한목소리
[메디컬투데이 윤정애 기자] “변호사는 소송이 터지면 뒷수습을 하는 사람이지만 병원에 있으면 의사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배우게 됐다. 의료소송은 환자와 의사 사이에 불신 때문인데, 법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 벽을 허물어 보고 싶다”
이는 드라마 종합병원2의 정하윤(김정은 분)이 변호사와 의사라는 직업 사이에서 갈등하다 의사로 마음을 굳히면서 한 말이다.
의학 드라마로써 화제를 모은 종합병원2가 16일을 끝으로 종영했다. 마지막 방송에는 정하윤이 의료사고 참고인 진술로 병원에서 징계조치를 받지만 동료들이 의료과실까지 감싸줄 수 없다며 징계철회를 요구했다.
하윤의 동료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명백한 과실임에도 불구하고 동료를 감싸는 게 의사를 위하는 일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것이 의사의 명예를 지키고 환자와 신뢰를 쌓는 옳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는 현실에도 존재할까?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의사가 의료소송에서 의료과실로 인정하는 모습을 “경험한 적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의사가 의료사고 피해자 측에 사견으로 문제를 지적할 때는 간혹 있지만 정작 소송에서 동료의사의 실수를 지적하는 객관적 자료 제출은 지금껏 없었다는 것이다.
강 사무총장은 그런 의사는 드라마에나 존재하지 우리나라에서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관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집단이기가 작용하고, 자기고집만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소회했다.
이는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비전문가가 영역을 침범했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되레 환자들이 속칭 ‘때'를 써서 무언가를 얻으려 한다고 의료사고 피해자측의 태도를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정하 의무이사는 의사가 나서서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실제로 객관적 사실, 소위 말하는 ‘진실’을 말해도 의료사고 피해자는 의사 편들어주기로 오해하고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의료사고’는 치료 후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 것을 통칭하는 말이고, 의사가 잘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의료과오’라며 이는 확실히 구분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사고는 의사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불가항력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과오’는 의사가 의료행위를 잘못해 환자에게 치명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실제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의료사고’마저 ‘의료과오’라고 주장하며 의사의 잘못으로 모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하 이사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나쁜 마음을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 사이의 믿음이 깨져 진실조차 믿지 않는다”며 불신의 골이 깊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치료과정을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고, 그 의견을 의료사고를 입은 당사자가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차원의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시민단체도 주장하는 바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가 의료사고 소송에서 드라마의 정하윤처럼 환자에게 유리한 판결로 이끄는 진술이라도 하게 되면 의료계에서 왕따가 돼 국내에서의 의사생활은 끝날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의 의견이다.
의사들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현 검증절차에 따라 소견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의료소송 외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의료심사조정위원회나 소비자원 등의 정부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각 시도에는 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있고, 중앙심사위원회도 있지만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들 기구는 유명무실한 상태로 1년간 10건 정도가 접수돼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구제법, 분쟁조정법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의 의견차로 20여년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이들은 피해구제냐 분쟁조정이냐는 용어적 해석부터 시작해 의료사고 입증의 주체가 의사냐, 의료사고 당사자냐는 것까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법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피해 당사자들은 속만 태우고 있어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촉구된다.
메디컬투데이 윤정애 기자 (jung@mdtoday.co.kr)
관련기사
▶ 의료사고, 의사 ‘입증책임제’ 자리 잡나
▶ 의시연 “의료사고 심각성 알릴 터”
▶ 개연성 부족 의료사고 "의사책임 없다"
▶ “의료사고 대책없으면 한국의학 후퇴”
▶ 해외환자여 오라! 의료사고는 모른다?
'건강한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30대 성생활 활발한 남성 '전립선암' 빨간불 (0) | 2009.01.27 |
---|---|
설 연휴 의료기관 비상진료 가동 (0) | 2009.01.23 |
노래방 및 PC방, 여전히 '화재위험'...대책없나? (0) | 2009.01.21 |
한의학 퇴출 국민행동강령 곧 채택 (0) | 2009.01.20 |
"119 살려주세요" 고혈압·당뇨 환자 응급이송 급증 (0) | 2009.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