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췌장암 환자 절반 이상 당뇨 동반…조기진단 중요하다

pulmaemi 2017. 12. 7. 13:39
당뇨환자, 췌장암 발생 위험 높아 복부CT검사 등 필요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얼마 전 갑자기 당뇨가 생긴 50세 남성 A씨는 작년에 복부 CT검사를 비롯한 종합건강검진을 했을 때 혈당이 높은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배가 아프고, 소화도 잘 안되어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한 결과, 췌장암으로 진단을 받고 충격과 절망에 빠졌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갑작스럽게 암이 찾아왔다고 얘기들을 한다. 췌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암 중에서 2.7%로 다른 암에 비해 발생빈도가 낮은 편이지만, 조기진단이 어렵고 주변 장기나 림프절로 쉽게 전이되어 평균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아 국내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가장 무서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까닭은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인데, 현재까지 유전적 요인과 함께 흡연과 지방 성분이 많은 식사를 하는 사람이 췌장암 발생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가족력이 없는데 갑자기 당뇨가 생기거나 또는 기존에 있던 당뇨병의 급격한 악화가 췌장암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국내외 연구결과들이 소개되고 있다. 

실제, 프랑스 국제질병예방연구소의 알리스쾨히리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췌장암 환자 가운데 약 50%가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췌장암이 있는 당뇨병 환자 중 50% 이상이 10년 이상 당뇨를 앓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립암센터에서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반검진 대상자와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흡연, 당뇨, 비만이 췌장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랜 기간 당뇨병이 있는 경우 일반인과 비교하여 약 2배 정도 췌장암의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췌장암에 의한 이차적인 내분비 기능 장애가 당뇨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췌장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등의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췌장에 암이 생긴다면 이로 인해 당뇨병 같은 이차적인 내분비기능 장애가 발생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도재혁 교수는 “5년 이상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와 함께 췌장암이 발견될 당시 약 50~60%의 환자에서 당뇨병이 동반되거나 과반수 이상이 2년 이내에 당뇨병이 생기고, 췌장암 환자가 수술을 통해 췌장암을 제거한 후 3개월 내에 당뇨병이 호전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에 의해 췌장암이 발생한 건지 췌장암에 의해 2차적으로 당뇨병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당뇨병을 장기간 앓고 있거나, 당뇨병의 가족력도 없는데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경우나 평소에 잘 조절 되었던 당뇨가 갑자기 조절이 안되는 경우에는 췌장암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현재, 췌장암의 진단을 위하여 사용되는 검사들은 혈액검사, 혈청종양표지자, 초음파검사, 복부CT, 복부MRI, 내시경적 역행성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적 초음파 검사(EUS), 양성자방출 단층촬영(PET) 등이 있는데, 검사에 따라 장단점이 있어 어느 검사가 가장 적합한 검사라고 할 수는 없으나 복부CT가 현재까지 췌장암을 초기에 진단하는데 있어 유용한 검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CT라고 하는 전산화 단층촬영은 초음파검사보다 췌장암을 진단하거나 병기를 측정하는데 유용한데 검사자에 따른 오류가 적으며 병변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영상이 더 세밀하여 1cm정도의 암도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췌장암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복부CT는 호흡을 멈추는 아주 짧은 시간에 내부 장기를 더욱 세밀하고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져 췌장 부위 진단에 정확도가 높고, 짧은 시간 동안 조영제의 투여 속도와 촬영 시간을 조정함으로써 더욱 선명하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으며, 수술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도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도 교수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제2형 당뇨병)이 있는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은 1.8배로 높아지며, 우리나라 췌장암 환자의 당뇨병 유병률은 28~30%로 일반인(7~9%)의 3배 이상이기 때문에, 당뇨병을 장기간 앓고 있는 사람과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우선 복부 CT 등을 포함한 검사를 반드시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만성췌장염 환자,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 췌장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은 정기적으로 복부 CT 등을 포함한 검사를 받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췌장암의 고위험군에 있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췌장암을 초기에 발견되기만 하면 수술을 통해 40%는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